제786호 김금영⁄ 2024.12.17 10:52:29
2024년 올 한해 스타벅스 코리아를 대표하는 음료 중 하나로 단연 이 제품이 빠지지 않는다. 주인공은 ‘프렌치 바닐라 라떼’. 스타벅스는 올해 개점 25주년을 기념해 글로벌 인기 음료였던 프렌치 바닐라 라떼를 국내 버전으로 재해석해 선보였다.
7월 신규 프로모션을 통해 고객을 만난 프렌치 바닐라 라떼는 노란 빛깔과 진한 커피색이 어우러진 매력적인 비주얼에 달콤한 맛(플레이버)을 내세웠고, 5종의 글로벌 인기 음료 중 가장 많은 150만 잔의 판매량을 기록하며 프로모션 기간 음료 판매 1위를 차지했다. 스타벅스는 프렌치 바닐라 라떼의 폭발적인 인기에 힘입어 9월 말까지 판매 기간을 연장하기도 했다.
스타벅스 음료팀 소속으로 프렌치 바닐라 라떼 기획, 개발 등을 담당한 엄태라·우소원 파트너에게 보다 자세한 이야기를 서면으로 들어봤다. 우소원 파트너는 2022년 3월 스타벅스에 입사해 프로모션 음료 개발을 담당하고 있고, 2019년 5월 스타벅스에 입사해 올해 근무 6년차인 엄태라 파트너는 음료팀 내에서 프로모션 음료 기획 및 파트 리더를 맡고 있다. 이들은 “프렌치 바닐라 라떼의 달달한 매력이 고객의 관심을 잡았다”고 입을 모았다.
- 올해 스타벅스를 대표하는 음료 중 하나였던 프렌치 바닐라 라떼에 대한 간단한 소개를 부탁합니다.
“국내에 선보인 프렌치 바닐라 라떼는 미국에서 출시됐던 동명의 음료를 재해석한 제품입니다. 특히 여름에 시원하게 즐기기 좋은 라떼 음료로 선보였죠. 부드러운 프렌치 바닐라 풍미와 은은한 달콤함이 매력적인 블론드 샷이 어우러져 진하고 달콤한 프렌치 감성을 느낄 수 있는 점이 특징입니다.”
- 프렌치 바닐라 라떼는 스타벅스 코리아 개점 25주년을 기념해 선보인 제품이기도 했죠. 국내에 앞서 해외에서 먼저 출시된 바 있는 프렌치 바닐라 라떼를 국내 버전으로 재해석해 선보이자는 아이디어는 어디서 시작됐나요?
“올해 스타벅스의 여름 프로모션 주요 콘셉트가 ‘스타벅스 글로벌에서 유명하거나 이슈가 됐던 음료를 국내에도 소개하자’는 것이었어요. 이에 미국, 일본, 홍콩 등 다양한 스타벅스에 문의해 음료를 추천 받았습니다. 그 중 내부 테스트를 통해 출시할 음료를 선정하고, 추가로 글로벌 콘셉트 음료 중 국내 고객이 선호할 일부 콘셉트를 차용해 재해석할 음료를 함께 기획, 개발했습니다.
특히 국내에서는 바닐라 맛에 대한 선호도가 워낙 높은 편이라 바닐라 시럽 커스텀(Custom, 어떤 제품을 고객의 취향에 따라 원하는 대로 주문 제작하는 것)을 통해 공식 메뉴가 아닌 자신만의 바닐라 라떼를 시크릿 메뉴로 찾아 마시는 고객이 많습니다. 이에 미국에서 시크릿 메뉴로 인기인 프렌치 바닐라 라떼를 재해석하게 됐습니다.”
- 프렌치 바닐라 라떼를 국내 버전으로 재해석할 때 해외 버전과는 어떤 차별점을 뒀나요?
“해외 버전은 헤이즐넛 시럽이 들어가는 반면, 국내 버전은 프렌치 바닐라 시럽만 들어가서 바닐라의 풍미를 훨씬 진하게 느낄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차이점입니다.
비주얼적인 면에서도 신경 썼는데요. 시장 조사를 통해 미국에서 일반 바닐라 아이스크림보다 노란 빛이 더 진하게 나는 프렌치 바닐라 아이스크림 또한 유명하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이 점을 활용해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먹는 듯한 부드러운 텍스처(질감)와 색상을 더욱 프렌치스럽게 풀어낸 것이 한국 프렌치 바닐라 라떼의 재해석 포인트였습니다.”
- 기존에 비슷한 맛의 바닐라 라떼가 이미 있었던 상태에서 이와의 차별점을 보여주기 위한 고충은 없었나요?
“하나의 음료를 개발하기까지 짧게는 6개월 길게는 1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되는데요. 프렌치 바닐라 라떼 역시 기존 바닐라 라떼와의 차별점이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을 지속적으로 하며 반년 이상의 시간을 들여 개발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일반 바닐라 라떼와의 차별성은 물론 기존 프렌치 바닐라 라떼의 맛도 함께 표현해야 했기에 바닐라 라떼뿐 아니라 바닐라 맛을 지닌 빵, 케이크, 파우더 음료 등을 다양하게 먹어보고, 차별성을 둘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지 끊임없이 논의했습니다.
시선을 사로잡는 진한 색감도 또 하나의 차별점인데요. 일반 바닐라와 프렌치 바닐라의 차이가 바닐라의 풍미뿐 아니라 색감에서도 확연히 보이도록 했습니다.”
- 프렌치 바닐라 라떼의 주요 타깃층은 누구였고, 이들의 어떤 특성을 공략하고자 했나요?
“프렌치 바닐라 라떼의 주요 타깃층은 해외 스타벅스 음료에 대한 인지도가 높은 20~30대였습니다. SNS(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에 올리기 좋은 진한 색감이 도드라지는 음료의 비주얼로 이들의 관심을 사로잡고자 했습니다.”
- 프렌치 바닐라 라떼는 7월 신규 프로모션을 통해 선보인 총 5종의 글로벌 인기 음료 중 가장 많은 판매량을 기록하는 등의 성과를 올렸는데, 성공 요인은 무엇이라고 보나요?
“바닐라 풍미는 언제나 사랑받는 맛 중 하나입니다. 특히 스타벅스에서 커피와 바닐라 풍미의 조합은 선호도가 높습니다. 하지만 그만큼 제품의 특색을 잘 살려줘야 한다는 부담감도 있죠.
프렌치 바닐라 라떼는 이를 노란 컬러와 부드러운 텍스처, 진한 커피의 조화로 자연스럽게 풀어냈다는 점이 고객을 사로잡은 가장 주요한 요인이라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진한 커피맛이 좋다’, ‘슈크림 라떼가 떠올라서 좋다’, ‘부드러운 바닐라 풍미가 좋다’ 등 고객의 긍정적인 반응이 많았습니다.”
- 프렌치 바닐라 라떼는 인기리에 연장 판매가 이뤄졌고, 당시 상시 판매 음료로의 전환도 검토하겠다고 했는데 현재 관련해 논의되고 있는 사항이 있나요?
“일부 프로모션 음료가 출시 후 큰 인기를 얻으며 고객 요청에 의해 판매 기간이 연장되거나 상시 판매 음료로 전환되곤 합니다. ‘자몽 허니 블랙 티’, ‘얼 그레이 바닐라 티 라떼’, ‘스타벅스 돌체 라떼’ 등이 앞선 예죠. 프렌치 바닐라 라떼 역시 고객들의 상시 판매 요청에 의해 이례적으로 연장한 건으로, 상시 판매 음료로의 전환은 내부 논의 중에 있습니다.”
- 스타벅스 코리아는 국내에 출시되는 음료의 90% 이상을 한국에서 개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완전 새로운 메뉴를 개발하는 것, 그리고 프렌치 바닐라 라떼처럼 이미 글로벌 음료로 출시된 바 있는 제품을 재해석해 선보이는 경우가 있는데요. 각각의 과정은 일반적으로 어떻게 진행되는지 궁금합니다.
“국내·글로벌 음료 모두 개발 및 출시 과정은 유사하게 진행됩니다만, 국내에서 개발하는 음료의 경우 국내 트렌드를 더 반영하고 있습니다.
통상 제품 기획 및 개발은 짧게는 6개월, 길게는 1년 정도의 시간을 가지며, 해당 시즌에 어울리는 음료의 기획 방향성과 이에 맞는 카테고리를 분석해 새 음료에 대한 아이디어 회의를 진행합니다. 이후 메뉴에 어울리는 원부재료 활용 및 테스트 진행, 내부 품평 및 소비자 조사 등을 거쳐 음료에 대한 객관적인 데이터와 다양한 의견을 바탕으로 제품을 보완하는 작업을 진행합니다.”
- 한때 불었던 ‘달고나’ 열풍, 할매니얼 트렌드에 맞춘 ‘인절미 음료’ 등 커피업계는 트렌드에 매우 민감한데요. 평소 음료 개발 시 트렌드 파악을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나요?
“트렌드를 다루는 다양한 기사들과 리포트를 지속적으로 살펴보며 공통적인 트렌드가 무엇인지 파악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또한 끊임없이 많이 먹어보고, 탐구하고, 새로 사용할 수 있는 독특한 소재들은 무엇이 있는지 확인하곤 해요. 이를 위해 단순히 카페 업계뿐 아니라 전시회, 레스토랑, 팝업 스토어 등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는 새로운 곳은 어디든 찾아가서 아이디어를 얻고자 노력합니다.”
- 프렌치 바닐라 라떼 외에 올 한해 스타벅스에서 선보인 음료 중 기억에 남는 것이 있다면 무엇이고, 그 이유는?
우소원 파트너 “저는 ‘라이트 핑크 자몽 피지오’요. 2018년 선보여 많은 고객의 사랑을 받은 핑크 자몽 피지오의 맛은 동일하게 유지하되, 건강을 생각하는 트렌드에 맞춰 당과 칼로리를 낮춰 올해 재출시했죠. 좋은 기획 방향성에 4월 봄 출시 시즌과 잘 어울리며 시너지를 얻어 상시메뉴로 전환돼 기억에 남습니다.”
엄태라 파트너 “저는 ‘씨솔트 카라멜 콜드 브루’요. 여름을 대표하는 콜드 브루 음료에 달콤 짭조름한 번트 카라멜과 씨솔트 폼을 올린 음료로, 지난해 출시에 이어 올 여름에도 프로모션 음료로 재출시했어요. 프로모션으로 선보였던 음료가 재출시 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닌데 지난해 누적 200만 잔 이상 팔리며 많은 사랑을 받은 덕분에 재출시 될 수 있었어요. 그래서 더 기억에 남아요.”
- 개인적으로 본인이 기획, 개발해 선보였던 음료 중 가장 베스트를 꼽자면?
우소원 파트너 “가장 기억에 남는 음료는 ‘네오 쿨 테이스티 매실 피지오’입니다. SM엔터테인먼트의 보이 그룹 NCT와의 협업으로도 주목받았던 음료인데요. NCT의 공식 색상인 펄 네오 샴페인을 연상시키는 탄산음료로, 분홍빛 하트 곤약 토핑을 넣어 비주얼과 식감을 더한 점이 특징이었어요. 여기에 열량은 100kcal 이하(그란데 사이즈 기준)로 국내산 매실 음료를 부담스럽지 않고 가볍게 즐길 수 있도록 했죠. 저칼로리와 저당 그리고 색감을 표현하기 위해서 많은 테스트를 진행했기에 유독 기억에 남는 음료 중 하나입니다.”
엄태라 파트너 “‘스노우 바닐라 티 라떼’요. 개인적으로 티 음료를 좋아해서 겨울 시즌 밀크 티를 출시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잉글리시 브렉퍼스트 티와 얼 그레이 티가 어우러진 블랙 티의 맛에 연유의 달콤함과 부드러운 스노우 폼의 바닐라 풍미를 느낄 수 있는 음료로 선보였죠. 당시 밀크 티 메뉴가 많지 않았는데 2022년 12월 첫선을 보였을 당시 대부분 매장에서 출시 2주 만에 품절되는 등 예상보다 폭발적인 반응을 얻으며 좋은 실적을 냈어요. 그 결과 상시메뉴인 ‘얼그레이 바닐라 티 라떼’로 전환돼 기억에 남습니다.”
- 앞으로 스타벅스를 통해 도전해보고 싶은 바가 있다면?
우소원 파트너 “함께 일하는 파트너들에게 배우고 얻은 깨우침을 통해 개발한 음료로 ‘저’를 소개하고 싶습니다. 더 나아가 ‘토피넛 라떼’와 ‘슈크림 라떼’처럼 스타벅스를 대표할 수 있는 시그니처 음료를 개발해보고 싶습니다.”
엄태라 파트너 “스타벅스에서의 시간이 쌓여갈수록 매장을 방문하는 고객과 파트너의 니즈에 맞는 음료가 무엇인지를 더 고민하게 됩니다. 그런 고민을 통해 개발한 음료가 사랑받는 것을 보며 점점 노하우를 쌓아가고 있습니다. 그렇게 쌓인 노하우를 바탕으로 함께 일하는 파트너들에게 좋은 방향성을 제시하고 논의해 모두와 기쁘고 보람차게 일하고 싶습니다.”
< 문화경제 김금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