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계 아이돌’. 현재 바이올리니스트 대니 구에게 따라붙는 수식어 중 하나다. 그는 MBC 예능 프로그램 ‘나혼자 산다’와 ‘복면가왕’을 비롯해 KBS ‘지구 위의 블랙박스’와 ‘더시즌즈-박재범의 드라이브’ 등 다수의 프로그램에 출연했고, 매끄러운 진행 능력으로 MBC ‘TV 예술무대’에 새로운 MC로 발탁되며 대중에 얼굴을 알렸다. 훤칠한 외모와 더불어 뛰어난 예능감으로 자연스럽게 클래식계 아이돌이란 별명이 붙었다.
하지만 이것이 그를 설명하는 전부는 아니다. 방송 출연이 활발할 경우 본업에 소홀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는데, 대니 구는 KBS 교향악단,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 부산시립교향악단, 국립국악관현악단, 수원시립교향악단 등과의 협연 및 기돈 크레머, 피터 비스펠베이, 필립 그라팽, 요제프 칼리히슈타인과 같은 저명한 클래식 아티스트들과 연주하며 국내외 주요 무대에서 활약해 왔다.
이번엔 ‘2025 롯콘 마티네 대니 구의 플레이스트’ 주인공으로 롯데콘서트홀 무대에 오른다. 롯데문화재단은 롯데콘서트홀 개관 이후 ‘엘 콘서트’ 시리즈를 꾸준히 이어 왔다. 특히 시리즈 중 ‘김정원의 음악신보’, ‘백혜선의 베토벤’, ‘최수열의 고전 두시’ 등으로 선보인 ‘마티네 콘서트’는 연주자의 전문성과 더불어 대중과 호흡하며 클래식을 조명하는 프로그램으로 주목받았다.
올해 롯데콘서트홀이 새롭게 선보이는 ‘롯콘 마티네’ 또한 전문성과 대중성을 겸비한 아티스트가 다양한 테마를 선보이는 친근감 있는 무대로 관객에게 한층 더 가깝게 다가가고자 한다. 마티네는 낮에 펼쳐지는 공연으로, 아침을 뜻하는 프랑스어 마탱(matin)에서 유래했는데, 일반적인 공연이 저녁에 펼쳐지는 것과 달리 오전에 열린다. 이에 따라 대니 구의 공연도 3월 20일을 시작으로 4월 17일, 5월 15일 세 차례 모두 오전 11시 30분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다.
롯데문화재단 측은 “엘 콘서트 중 오르간의 매력을 알리는 ‘오르간 오딧세이’는 방학기간에 진행되는데 아이들부터 파이프오르간에 관심 있는 중장년 층 회당 1200여 명이 찾는다. 매 공연마다 연주자, 테마도 바뀌어 다양한 오르간 곡을 즐기는 매력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또 다른 엘 콘서트 시리즈인 마티네의 경우 연주자의 인지도에 따라 방문객 층의 차이가 있다. 김정원의 경우 주부층 팬, 최수열의 경우 요제프 하이든을 집중 조명해 젊은 전공자 관객층의 방문이 많았다”며 “이번엔 대니 구가 주인공인데, 예매 현황을 살펴보니 관객층이 다채로웠다. 클래식계의 아이돌이기에 다양한 관객층이 관심을 보이는 것 같다”고 부연했다.
대니 구는 “롯데콘서트홀로부터 공연 제안을 받았을 때 굉장히 놀랐고 영광이었다”며 “롯데콘서트홀이 내게 기대하는 게 무엇일지 생각했고, 답은 이미 나와 있었다. 더 다양한 관객이 공연과 사랑에 빠지는 것, 이는 내가 음악을 하는 방향성과도 맞닿아 있었다. 내가 방송 활동도 활발히 하는 이유다. 더 많은 사람들이 클래식을 어렵게 느끼지 않고, 친근하게 다가가길 바라는 마음에 클래식의 매력을 알리기 위한 활동을 다방면으로 이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마티네 콘서트는 하루의 시작을 같이 하는 느낌의 공연으로,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공부하고 올 필요도 없다. 기존에 클래식을 즐기던 팬뿐 아니라 클래식을 새로 접하는 관객층 또한 편하게 즐길 수 있도록 신경 써서 공연 플레이리스트를 짰다”고 강조했다.
‘시네마’부터 ‘봄’ 그리고 ‘재즈’ 테마 무대까지
3월 20일 첫 번째 무대 테마는 ‘시네마’로, 영화 속 명곡들을 선보인다. ▲영화 ‘오즈의 마법사’ OST 중 ‘오버 더 레인보우’ ▲영화 ‘레이니 데이 인 뉴욕’의 ‘나쁜 일은 꼭 나에게만 일어나요’ ▲영화 ‘여인의 향기’ OST 중 ‘간발의 차이로’를 비롯해 ▲액션 영화 ‘미션 임파서블’의 테마곡 등을 연주한다. 특히 반도네온의 대가 고상지와 그의 밴드가 함께해 영화 속 깊은 서정을 더 섬세하게 표현하고, 가수 손태진이 참여해 풍성한 무대를 꾸린다.
대니 구는 “3월 공연의 경우 부담 없는 시작을 알리고 싶었다. 이에 사람들에게 익숙한 영화를 테마로 선정했다. 드라마든 애니메이션이든 영화든 다양한 콘텐츠엔 아름다운 음악들이 등장한다. 특히 영화를 볼 때 어떤 장면이 인상 깊고, 명작이 되는 데엔 음악의 힘이 크다고 생각한다”며 “또 이 공연들을 어떤 사람들이랑 함께 하고 싶은지 생각해봤다. 신선한 편곡 등 함께 즐겁게 공연할 수 있는 사람들에게 협연 제안을 했는데 흔쾌히 응해줘서 고마웠다”고 말했다.
4월 17일 두 번째 플레이스트 주제는 ‘봄’이다. 요한 세바스티안 바흐의 관현악 모음곡 3번과 두 대의 바이올린을 위한 협주곡 외에 아스토르 피아졸라의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사계 중 ‘봄’ 등을 연주하며 봄에 깃든 다양한 이미지를 섬세하게 그려낸다.
대니 구는 “벚꽃이 피는 4월엔 봄의 향연이 가득한 무대를 꾸리고 싶었다. 1부는 바흐, 2부는 피아졸라의 사계를 꾸린다. 바흐의 두 곡이 부드럽고 유려한 느낌의 봄을 그린다면, 피아졸라의 사계 중 봄은 변화무쌍한 봄의 또 다른 활기와 에너지를 전해준다”며 “두 음악가는 다른 시대에 태어났지만, 일정 영역을 넓혀갔다는 점에서 비슷하다. 당대엔 인정받지 못했더라도 현 시대에 너무나 사랑받는 작곡가들이기도 하다. 그 매력을 한껏 느낄 수 있는 무대”라고 말했다. 해당 무대에도 깜짝 게스트가 함께 할 예정으로 대니 구는 “아직 밝힐 수 없지만 기대해도 좋다”고 귀띔했다.
5월 15일 마지막 플레이리스트의 테마는 ‘재즈’다. 자유로움을 느끼게 하는 특유의 리듬감이 특징인 재즈는 대니 구가 자주 선보이는 장르이기도 하다. 이번 무대에서는 제랄드 마크스&세이무어 시몬스의 ‘나의 모든 것’, 스팅 ‘뉴욕의 영국인’ 외에도 칙 코리아의 ‘스페인’ 등을 들려준다. 또 이 무대엔 조윤성 트리오가 함께 하는데, 해당 무대에서 대니 구는 바이올린 연주뿐 아니라 직접 노래도 부른다.
대니 구는 “미국에서 한국에 이사 오고 음악을 하면서 변화된 점 중 하나가 70%는 클래식, 30%는 다른 장르의 음악을 하게 됐다는 점이다. 이 30% 중 재즈가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한다”며 “기존 재즈 공연에 진한 소울의 재즈 음악이 많았다면, 이번 공연에서는 좀 더 클래시컬하게 편곡하는 시도를 한다. 나 또한 몹시 기대되는 공연”이라고 말했다.
“클래식계 아이돌, 처음엔 부담됐지만…”
1991년 미국 시카고에서 태어난 대니 구는 6살 때부터 바이올린을 시작했지만, 음대에 가야겠다는 결정은 고등학교 2학년 때 뒤늦게 했다고 한다. 당시 우연히 참가한 예술 축제에서 무대 위에 오른 긴장감과 설렘이 그를 클래식에 빠져들게 했다고.
하지만 늦었다는 위기감보다는 열정이 앞섰다고 한다. 대니 구는 “어렸을 때부터 꾸준히 클래식을 접해왔지만, 그 전에 발가락 하나 정도 살짝 넣고 있었다면, 음대에 가기로 마음먹었던 시점에서 온몸을 담갔다. 다소 늦었지만 늦게 불이 붙기 시작한 만큼 지금도 매우 뜨겁다”고 말했다.
특히 그가 열정을 쏟고 있는 건 클래식의 대중화다. 앞서 언급한 방송 출연을 비롯해 클래식 가이드로서 클래식 뮤지컬 ‘핑크퐁 클래식 나라’ 무대의 주역으로도 2019년부터 꾸준히 함께 하고 있다. 핑크퐁 클래식 나라는 어린이를 위한 클래식 공연으로, 이 공연을 통해 대니 구는 ‘핑크퐁 삼촌’이라 불리기도 하다.
대니 구는 “올해 5월 핑크퐁 클래식 나라 마지막 투어를 한다. 아이들에게 클래식 음악이 어렵다는 선입견이 생기기 전 어떻게 재미있게 클래식의 매력을 전달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참여하게 됐는데, 그간 쌓아온 커리어 속 가장 뿌듯한 프로젝트 중 하나”라고 말했다.
이어 “클래식엔 사람을 움직이는 굉장한 힘이 있다. 그런데 여전히 어렵게 느끼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아 안타까웠다. 그래서 클래식과 사람을 연결하는 다리가 되고 싶었다. 이 마음에 예능도 도전하고, 여러 프로젝트도 계속 시도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붙은 클래식계 아이돌이라는 수식어가 처음엔 민망하고 고민도 있었다고 한다. 대니 구는 “지난해 연주를 하다가, 예능을 찍다가, 갑자기 화보를 촬영하다가, 또 어느 순간 정신없이 핑크폼 춤을 추고 있는 스스로를 발견하면서 ‘내가 뭐 하고 있는 거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그 고민은 현재 감사함과 행복으로 바뀌었다”며 “비유를 하자면 빵에 잼을 바를 때 한 구석에만 많이 바르면 그 부분은 더 시간을 투자할 수 있어 맛있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 다른 부분까지 펴 바르면 잼의 두께가 더 얇아지는데, 그렇기에 잼 자체가 정말 맛있어야 한다. 그래서 더 다양한 시도를 하면서 맛있는 잼을 만들어보자고 스스로와 타협했다. 이를 위해 더 루틴대로 살고, 연습하고, 연구하며 치열하게 달리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MBC ‘나혼자 산다’에서는 운동부터 식습관, 시간 등 오로지 바이올린을 위해 1분 1초 철저한 루틴을 지키며 성실하게 살아가는 대니 구의 일상이 공개되기도 했다.
또한 대니 구는 “최근 god 김태우 형과 만났다. 나 또한 god의 팬인데 그분 또한 영원한 아이돌 아닌가. 아이돌이라는 단어는 그 시대에 나에게 의미가 있었던 존재이자, 어린 시절과 연결되고 같이 커가는 느낌이 있어서 이제는 좋아한다”고 말하며 웃었다.
대니 구는 내년 한국 데뷔 10주년을 맞는데 이를 위한 활동도 준비 중이다. 그는 “음반 프로젝트 두 개를 준비 중이고 올해 3월에는 노래 음반이 나온다”며 “내년에는 클래식 음반이 나오는데 두 개 음반과 함께 내년 6월경 전국투어를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롯데문화재단 측은 “예술성과 대중성을 모두 겸비한 아티스트이자 다재다능한 모습으로 무대와 TV 안팎을 자유롭게 오가는 바이올린 연주자 대니 구와 올해 무대를 함께 꾸려 기쁘다”며 “바쁜 일상 속에서도 다채로운 장르의 음악을 접할 수 있는 이번 공연을 통해 한층 풍성한 문화적 경험을 누리길 바란다”고 밝혔다.
< 문화경제 김금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