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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KMGALLERY 구현모 개인전 ‘Echoes from the Cabinet’… 작업실에서 발현된 미감이 울림이 되어 산들거리다

4년 만에 만나는 평면 작업, 행잉, 스탠딩 작품… 첫 세라믹 작품 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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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안용호⁄ 2025.06.18 17:34:13

전시 전경. 사진=PKMGALLERY

전시가 열리는 PKMGALLERY 별관에는 시원한 여름바람이 산들거린다. 바람에 구현모 작가의 행잉, 스탠딩 작품들이 파도 치듯 리듬감 있게 흔들거린다.

PKM 갤러리는 오는 6월 18일부터 7월 19일까지 구현모의 개인전 ‘Echoes from the Cabinet’을 개최한다. 섬세한 미감과 함께 시적인 울림을 주는 작업으로 주목받아 온 그는 이번 전시에서 세라믹, 페인팅, 행잉 및 월 조각 등 다양한 미디엄으로 구성된 신작 28여 점을 선보인다.

세라믹 작품 앞에 선 구현모 작가. 사진=문화경제 안용호 기자 

구현모 작가는 생물과 무생물, 자율성과 타율성, 진화와 설계의 이분법이 구조적으로 접속되는 동시대적 현실에 주의를 기울인다. 그는 인공물이 단순한 도구를 넘어 인간의 장기나 신체 일부처럼 통합되는 현상에 주목하여 이를 다양한 매체를 통해 시각화한다. 색채와 형태에는 유희적인 감각과 철학적 사유가 공존하며, ‘자연과 인공’이라는 전통적 구분이 무의미해진 시대에 익숙한 세계를 새롭게 바라보도록 유도한다.

전시의 제목처럼 작가는 일상의 체험과 생각을, 작업으로 발현한다. 자연과 인공적인 것 사이에 작가가 끼어들어 새로운 피조물을 만든다.

“에코라는 말이 결국 주고받는 거 아닐까요. 메시지가 정해져 있는 게 아니라, 관객과 작품이 서로 질문을 던지고 받으면서 그 과정에서 어떤 생각이 창출되고 감성이 만들어지는 전시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Koo Hyunmo, rock on the wall, 2025. 사진=PKMGALLERY

이번 전시에는 구현모 작가가 처음 선보이는 세라믹 조형 작업이 포함된다. 홍익대학교 도예과를 졸업했지만, 세라믹이라는 재료는 작가에게 친근한 것이 아니었다. 도예는 미대 과제로 해본 게 전부였다. 그런데 왜 세라믹을 선택한 걸까?

“지구가 생길 때 높은 온도로 인해 지반이 생기고 암석이 생겼잖아요. 그처럼 광물을 조합해서 1250도의 인위적 온도로 녹여서 세라믹 작업을 해요. 벽에 걸린 ‘바위’들도 그런 과정을 거쳐 만들었는데 인위적이지만 최대한 자연이 생성되는 방법대로 만들어 본 거죠.”

전시 전경. 사진=문화경제 안용호 기자
전시 전경. 사진=PKMGALLERY

행잉 형태로 전시된 나무 재료의 작품들에도 눈이 간다. 이전 나무 캐스팅 작업은 벽에 걸려있었는데 이번에는 행잉 또는 바닥에 서 있는 형태다. 행잉 작업의 경우 나무의 굵기도 약 5배 정도 굵어졌다. 이전 작품이 공간을 섬세하게 갈랐다면 이번 작업은 좀 더 힘 있는 구조로 보인다.

전시 전경. 사진=PKMGALLERY

“길을 가다가 우연히 만난 나무의 가지가 너무 아름다울 때가 있잖아요. 그 선과 느낌이 너무 좋아 가지를 조금 취해 와서 작업실에 모아두었습니다. 그것들을 다시 재조합해서 또 다른 선을 만드는데 이런 형태가 나오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황동으로 구워 캐스팅을 하는데 금속과 나무의 차이를 거의 분간하기 어려운 작업들도 있어요. 옹이나 나무결과 같은 자연의 흐름을 거스르지 않으려 노력합니다. 나무 가지를 보면 흔들려도 좀처럼 부러지지 않는데 수분이 있어서 그렇다고 합니다. 참 매력적이죠. 그래서 이 흔들림의 유연함을 어떻게 작품으로 표현할지 많이 고민했어요.”

‘펜타곤’이라는 작품은 오각형인데 처음 보면 오각형이 아닌 듯 보인다. 접혀있기 때문이다. 작가는 작업 중 나오는 자투리 나무를 모아두었다가, 작품을 만들 때 다시 어울리는 것들을 조각조각 붙여 자연을 구성하는 세포처럼 큰 프레임을 이 나뭇조각이 하나씩 구성한다.

전시 전경. 사진=PKMGALLERY

이번 전시에서 드로잉은 플랜 또는 생각에 대한 기록이다. 래커칠할 때 다른 곳에 묻게 하지 않으려고 바닥에 대놨던 것들을 재조합해 먼저 화면(환경)을 구성하고 그 안에서 다시 작가가 예술적 행위를 한 것들이다. 평면 작업은 작가의 생각을 드러내는 드로잉이자 각 작품의 틈새를 잇는 매개체로서, 전환의 과정을 자연스럽게 보여준다. 이렇게 개별 작업은 독립적인 조형 언어를 지니면서도 서로의 흐름을 반영하며 관계를 형성한다.

전시 전경. 사진=PKMGALLERY

구현모는 홍익대학교 도예과와 드레스덴 예술학교 Dresden Academy of Fine Art 조소과를 졸업하고, 마틴 호너트 교수(Prof. Martin Honert)에게서 마이스터슐러 학위를 취득했다. 독일의 베를린, 라이프치히, 드레스덴 등지에서 활발하게 활동해 왔으며, 아르코미술관, 뮤지엄 산, 성곡미술관, OCI 미술관, 아트센터 나비 등 유수의 미술 기관에서 개최하는 전시에 참여했다. 2009년에는 노벨 수상자들의 산지이자 기초과학, 인문학, 예술 등 다학제 간 연구를 독려하는 막스플랑크연구소(MPI-CBG)에서 미술상을 수상하였다. 그의 작품은 드레스덴 국립미술관(Staatliche Kunstsammlungen Dresden)에 소장되어 있다.

이번 전시는 작가의 손끝에서 비롯된 조형성과 공간 안의 구조적 리듬이 만나 생성된 일련의 장면들이 마치 숲속에서 문득 마주친 낯선 향기나 바람결에 실려 오는 익숙한 풀 내음처럼 조용히 관람객의 감각을 일깨운다. 그 내면 깊은 곳의 잔잔한 울림은 작가가 관람객에게 주는 소중한 선물이다.

<문화경제 안용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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