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용호⁄ 2025.08.11 21:03:17
국립한국문학관은 『구운몽』을사본(1725) 발간 300주년을 맞아 전시를 통해 『구운몽』 속 주요 소재로 나타나는 ‘꿈’이라는 장치를 통해 작품 이면에 숨겨진 이야기들과 메시지에 대해 살펴본다.
이번 전시에서 다루는 김만중, 이광수, 최인훈은 ‘꿈’을 소재로 다룬 작품들을 통해 자신들이 처한 현실, 삶에 대한 이야기를 내비치고 있다. 김만중의 『구운몽』은 작가가 귀양지에서 생을 마감하기 전에 집필한 대중소설로, 우리에게는 ‘현실의 모든 일들이 꿈처럼 헛되다’는 인생무상의 메시지를 담고 있는 작품으로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작품의 내용과 작가의 삶을 같이 살펴보면 좀 더 흥미로운 사실들이 드러난다. 높은 관직에 올랐다가 왕의 미움을 사 한순간에 귀양까지 가게 된 김만중에게 소설 속 주인공 성진이 꿈을 통해 승승장구하며 인생의 모든 쾌락을 누리다가 꿈에서 깨어나 다시 현실로 돌아온다는 설정은 그가 살아온 삶에 대한 생각을 어느 정도 반영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최고의 삶과 나락에 떨어진 인생 모두를 살아본 김만중이 작품을 통해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는 어쩌면 꿈과 현실이라는 이분법을 넘어서는 이치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광수는 친일행각으로 많은 질타를 받다가 해방 이후 처음 내놓은 창작소설이 바로 『꿈』이었는데, 그는 작품 속 주인공인 조신이 꿈 속이긴 하지만 잘못된 선택으로 인해 인생의 나락으로 떨어지는 모습을 그려냄으로써 자신의 친일행각에 대한 일종의 변명을 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최인훈 역시 당시의 혼란스러운 시대상황을 그린 『광장』과 『구운몽』을 나란히 묶어서 출간하게 하였는데, 『구운몽』 속 주인공이 꿈과 현실을 구별할 수 없는 혼란스럽고 파편화된 일상을 오고가는 모습을 통해 현대인, 혹은 작가 스스로가 처해있는 정체성 혼란을 드러냄으로써 『광장』에서 보여준 현실을 다시금 생각해보게 만든다.
‘꿈’이라는 소재는 문학에서 끊임없이 활용되는 흔한 소재이지만 세 작가의 작품 속에서 ‘꿈’은 작품을 넘어 작가의 삶에 대한 생각까지 들여다보게 만드는 장치로 나타나고 있다. 이번 전시는 이러한 특징에 주목하여 세 작품을 들여다보고 각각의 작품이 연결되는 지점, 확장되는 지점까지를 아울러 제시함으로써 관람객들에게 작품을 읽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다.
<문화경제 안용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