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옥션이 오는 24일 오후 4시,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위치한 케이옥션 본사에서 9월 경매를 연다고 12일 밝혔다. 이번 경매에는 총 126점, 약 150억 원 상당의 작품이 출품될 예정이다.
특히 시대의 격랑 속에서 민족의 한과 염원을 담은 이중섭 그리고 서민의 삶을 화폭에 새긴 박수근, 한국 근현대미술을 대표하는 두 거장의 수작이 이번 경매에 나란히 출품돼 눈길을 끈다.
이중섭의 대표 걸작 ‘소와 아동’은 1955년 미도파 화랑 전시를 통해 공개된 이래 단 한 명의 소장자가 70년 동안 간직해 온 작품이다. 시장에 나온 적이 단 한 번도 없었지만, 역설적으로 1955년 미도파 화랑 개인전을 시작으로 이중섭을 국민 화가로 부활시킨 1972년 현대 화랑의 유작전, 그리고 2016년 국립현대미술관의 대규모 회고전 ‘이중섭, 백년의 신화’에 이르기까지 이중섭을 논하는 모든 중요한 자리를 빛낸 작품이다.
소와 아동은 1954년, 종이보드에 유채로 그려진 작품으로, 작가의 소 연작 중에서도 독특한 서사와 분위기를 구현한 걸작으로 꼽힌다. 소는 한국의 논밭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소재로 일제 강점기 조선의 강인한 민족성을 보여주는 소재로 자주 사용됐는데, 이중섭 역시 한국인의 삶과 정신을 대변하는 존재로 소를 선택, 그 안에 자신을 투영했다. 즉, 이중섭의 소는 곧 자기 자신이자 그의 회화 세계를 관통하는 결정적인 모티브인 것이다.
격동적인 붓질이 압권인 이중섭의 소 그림은 현재 10점 정도남아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 중 미술관이나 기관이 소장하고 있는 것을 제외하면 경매 시장에 나올 수 있는 작품은 드물다. 이 때문에 개인 컬렉터뿐 아니라 국내 유수 미술관 및 기관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에 이번 경매가 단순히 작품 한 점의 거래를 넘어 이중섭의 최고가(2018년 3월, ‘소’, 47억 원 낙찰)를 경신할 수도 있다는 기대도 이어지고 있다. 추정가는 별도문의로, 시작가는 25억 원이다.
깊은 울림을 주는 박수근의 ‘산’도 나란히 출품된다. 이 작품은 박수근의 독창적인 질감과 한국적인 정서가 고스란히 담겨있는 대표적인 풍경화다. 단순히 풍경을 재현하는 데 그치지 않고, 가난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그 시대를 살아간 사람들의 정신과 삶의 애환에 대한 작가의 따뜻한 시선과 존경이 담겨있다. 경매 시작가는 13억 원이다.
케이옥션은 “격동의 시대를 관통하며 자신만의 독창적인 예술 세계를 구축한 이들의 작품은 한국 미술사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한다”며 “이번 경매는 두 거장의 예술적 정수를 한자리에서 감상하고 소장할 수 있는 더없이 귀한 기회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국립현대미술관에서 대규모 회고전을 통해 재조명받고 있는 ‘물방울 작가’ 김창열의 작품들이 다수 출품된다. 작가의 예술 세계를 총체적으로 돌아볼 수 있는 전시와 맞물려, 경매 시장에서 그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지닌다.
이 밖에 백남준, 윤형근, 박서보, 장욱진, 이우환, 하종현 등 근현대 주요 작가들의 작품과 김윤신, 이불, 서도호 등 세계 미술시장에서 한국의 위상을 드높이고 있는 작가들의 작품도 경매에 오른다. 한국화 및 고미술 부문에는 청전 이상범, 운보 김기창, 이당 김은호, 내고 박생광, 오원 장승업의 회화 작품과 추사 김정희, 백범 김구의 글씨 등이 출품된다.
경매 출품작을 경매 전 직접 볼 수 있는 프리뷰는 13일부터 경매가 열리는 24일까지 케이옥션 전시장에서 열린다. 프리뷰 기간 중 전시장은 무휴로 운영되며 작품 관람은 예약 없이 무료로 가능하다. 경매 참여를 원하는 경우 케이옥션 회원으로 가입(무료)한 후 서면이나 현장 응찰, 전화 또는 온라인 라이브 응찰을 통해 참여할 수 있다. 경매가 열리는 24일 당일은 회원가입 여부와 관계없이 누구나 경매 참관이 가능하다.
< 문화경제 김금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