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용호⁄ 2025.10.14 11:44:22
세종문화회관(사장 안호상)이 운영하는 서울시발레단은 오는 10월 30일부터 안무가 한스 판 마넨의 《캄머발레》와 허용순의 《Under The Trees’ Voices》를 세종M씨어터에서 더블 빌(Double Bill)로 선보인다.
서울시발레단은 올해 오하드 나하린, 요한 잉거, 한스 판 마넨 등 세계적 거장의 작품을 국내 초연하며 동시대를 선도하는 컨템퍼러리 발레 작품을 소개해 왔다. 2025 시즌의 대미를 장식할 이번 공연은 감각적인 색채를 활용한 무대와 격정적이면서도 서정적인 클래식 선율을 사용하는 두 작품을 더블 빌로 구성했다. 이번 무대를 통해 국내 관객들에게 컨템퍼러리 발레의 또 다른 매력을 제시할 예정이다.
한스 판 마넨의 《캄머발레》는 지난해 10월 서울시발레단에서 아시아 초연으로 선보인, 발레단의 첫 해외 라이선스 작품이다. 컨템퍼러리 발레의 거장 한스 판 마넨의 대표작으로, 음악성과 세련미가 두드러진다. 지난해 컨템퍼러리 발레단으로서 서울시발레단의 정체성을 보여준 작품으로 호평받은 데 이어, 올해 한층 더 깊이 있는 해석으로 완성도를 높여 서울시발레단 대표 레퍼토리로 자리매김한다. 특히 네덜란드국립발레단 출신의 김지영 무용수는 지난해 특별 출연에 이어, 올해는 지도자이자 출연자로 참여해 세계적인 작품의 라이선스 제작에 한국 무용가가 직접 참여한다는 의미를 더한다.
허용순의 《Under The Trees’ Voices》는 독일을 거점으로 세계 무대에서 활동 중인 안무가 허용순의 최근작이다. 2024년 독일 아우크스부르크 발레단에서 초연한 후, 1년 만에 국내 무대에 소개된다. 이탈리아의 작곡가이자 지휘자인 에지오 보쏘(Ezio Bosso) 교향곡 2번에 안무한 서정적인 작품으로, 속도감 있으면서도 감각적인 움직임으로 보쏘의 음악을 춤의 언어로 되살린다. 독일 슈투트가르트 발레단, 빈 국립 발레단 수석을 거쳐 이번 시즌부터 드레스덴 젬퍼오퍼 발레단 수석 무용수로 활동하는 강효정 무용수가 서울시발레단 객원 수석 무용수로 참여해 섬세한 움직임 속 깊은 감정을 전한다.
이번 공연은 안무가 허용순, 무용수 김지영·강효정 등 유럽 무대에 진출해 두각을 보인 발레 예술가들이 한 무대에 선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해외 진출 1세대 무용가인 허용순은 독일 프랑크푸르트발레단, 스위스 취리히발레단 및 바젤 발레단, 독일 뒤셀도르프 발레단 솔리스트 겸 지도위원으로 활동한 후 2001년부터 안무가로서 커리어를 시작했다. 독일‧미국‧호주 등 세계 유수 무용단의 안무가로서 52편이 넘는 작품을 발표했으며, 현재는 독일 드레스덴 젬퍼오퍼 발레단에서 리허설 디렉터로 활동 중이다. 허용순 안무가는 “작년 독일에서 초연한 작품을 불과 1년 만에 모국인 한국에서 선보이게 되어 뜻깊다. 전체적인 작품 구성과 스토리라인은 독일 초연과 같지만 서울시발레단 무용수들의 개성과 에너지를 반영해 재안무했고, 새로운 솔로 파트를 추가하는 등 창작 과정을 거쳤다”라며 소감을 전했다.
서울시발레단은 해외 발레단에서 간판으로 활동 중인 한국 무용수들의 국내 활동 거점을 마련하는 ‘객원 수석 무용수’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지난 5월 영국국립발레단(ENB) 리드 수석 이상은, 8월 네덜란드 국립발레단(DNB) 수석 최영규에 이어 이번 공연에는 독일 슈투트가르트, 빈 국립 발레단 수석을 거쳐 이번 시즌부터 드레스덴 젬퍼오퍼 발레단 수석 무용수로 활동하는 강효정이 객원 수석으로 한국 관객들과 만난다.
이처럼 서울시발레단은 시대를 선도하는 다양한 컨템퍼러리 발레 작품을 한국 관객들에게 소개하고, 동시에 해외에서 활약 중인 안무가, 무용수를 한국 무대와 잇는 플랫폼으로서 그 역할을 확대해 갈 예정이다. 세종문화회관 안호상 사장은 “이번 공연은 우수한 작품을 선보이는 것을 넘어, 서울시발레단이 한국과 세계를 연결하는 ‘K-발레 허브’로서의 역할을 보여주는 공연이다. 특히 해외 무대에서 쌓은 경험을 국내 창작 현장으로 이어가는 선순환 구조를 보여주는 의미 있는 무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발레단의 올 시즌 마지막 공연인 더블 빌 <한스 판 마넨×허용순>은 10월 29일부터 11월 2일부터까지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4회 공연된다. 세종문화회관 홈페이지 또는 콜센터(02-399-1000)에서 티켓을 예매할 수 있다.
지난해 아시아 초연 이후 단숨에 서울시발레단의 대표 레퍼토리로 자리매김한 《캄머발레》는 이번 시즌, 한층 성숙해진 무용수들의 해석과 연기를 통해 관객들을 만난다.
《캄머발레》는 작품 제목의 ‘Kammer(작은 방, 독일어)’가 암시하듯, 한정된 공간 속에서 무용수들의 정교한 움직임을 감상할 수 있는 작품이다. 컨템퍼러리 발레의 장르 특성상 무용수의 해석과 연기가 작품 일부가 되기도 하며, 특히나 한스 판 마넨은 기술적인 완벽함보다도 무용수가 만들어내는 감정의 흐름과 무대 위 긴장감을 중요시하는 안무가로 알려져 있다. 《캄머발레》는 이러한 특징을 잘 보여주는 대표작으로, 절제된 미학 속에서 무용수 개개인의 내면이 춤을 통해 드러나는 경험을 선사한다.
작품은 작곡가 카라 카라예프, 도메니코 스카를라티, 그리고 존 케이지의 피아노곡을 바탕으로 펼쳐진다. 지난해 서울시발레단 《캄머발레》의 초연을 위해 피아니스트 김태형이 연주를 녹음했고, 이 음악이 올해도 함께한다.
지난해 서울시발레단 《캄머발레》초연에 특별 출연한 ‘영원한 프리마 발레리나’ 김지영은 올해 출연자이자 작품 지도자로 역할을 확장한다. 김지영은 2007년 네덜란드 국립발레단(DNB) 활동 당시 이 작품으로 무대에 오른 경험을 바탕으로 생생한 무대를 세종M씨어터 위에 구현할 예정이다. 세계적 안무가의 대표작을 한국 무용수가 직접 지도하는 특별한 사례로서 무용수의 역할 확장과 전문성 향상의 측면에서 그 의미가 남다르다.
서울시발레단은 지난 8월, 한스 판 마넨의 또 다른 대표작 《5 Tango’s》를 성공적으로 무대에 올려 레퍼토리화했다. 이번 《캄머발레》는 서울시발레단에서 재공연으로 준비하는 만큼 한층 정교하고 완성도 높은 무대로 관객을 맞이하며, 이를 통해 한스 판 마넨 스페셜리스트로서 자리매김할 예정이다.
아름다운 선율과 감각적인 컬러 속 절제와 역동이 공존하는 무용수들의 몸짓은 그야말로 한스 판 마넨 스타일의 정수이자 이 가을에 놓쳐서는 안 될 대표작이 될 것이다.
독일 뒤셀도르프 발레단, 미국 툴사 발레단, 호주 퀸즐랜드 발레단 등 세계 유수 발레단과 협업해 온 허용순 안무가가 서울시발레단과 처음 호흡을 맞춘다. 현재 독일 드레스덴 젬퍼오퍼 발레단 리허설 디렉터로 활동 중인 허용순은 지금까지 총 52편 이상의 작품을 선보이며 동시대적 움직임과 깊이 있는 감정을 세심하게 엮어내는 안무가로 주목받아 왔다. 최근작《Under The Trees’ Voices》는 2024년 3월 독일 아우크스부르크 극장(Staatstheater Augsburg)에서 초연한 작품으로, 이번 서울시발레단과의 공연을 통해 한국 관객들에게 유럽 창작 발레의 흐름을 시차 없이 경험하는 기회를 선사한다.
《Under The Trees’ Voices》는 안무가 허용순이 오랫동안 동경해 온 이탈리아 출신의 작곡가 에지오 보쏘의 음악에서 시작되었다. 보쏘는 작곡가이자 지휘자, 피아니스트, 더블베이스 연주자로 활동하며 클래식은 물론 영화·연극·무용 등 폭넓은 장르에서 활약했다. 서정적인 선율과 구조적 긴장감이 공존하는 그의 음악은 안무가들에게 깊은 영감을 주었으며 영국 로열 발레단과 샌프란시스코 발레단에서도 보쏘의 음악을 사용한 작품이 공연되었다. 허용순 안무가는 2020년 48세의 나이로 작고한 보쏘에게 헌정하며, 그의 삶과 인간관계, 그리고 음악에서 받은 영감을 한 편의 컨템퍼러리 발레로 완성했다.
에지오 보쏘의 교향곡 제2번 「Under the Trees’ Voices」는 총 다섯 개의 악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나, 허용순 안무가는 그 중 두 악장을 선택해 2부로 작품을 구성했다. 1부에서는 보쏘의 삶과 죽음을 주변 인물의 시선을 통해 그리고, 2부에서는 그의 음악에서 받은 영감을 무용수들의 에너지 넘치는 움직임으로 형상화한다. 초연 당시 ‘음악과 춤이 완벽하게 조화를 이룬다’라는 호평을 받은 이 작품은 고조되는 선율과 속도감 넘치면서도 정교한 움직임이 어우러지는 것이 특징이다. 무대에는 에지오 보쏘를 상징하는 인물이 흐름을 이끌고, 레드·핑크·블루 등 다채로운 색감의 의상과 영상디자인은 미니멀하면서도 감각적인 미학을 선보인다.
또한 이 작품으로 서울시발레단 객원 수석으로 합류하는 강효정 무용수는 독일 슈투트가르트 발레단의 내한 공연 등 클래식 작품을 통해 국내 무대에 선 바 있으나, 컨템퍼러리 발레 전막 작품으로는 처음으로 한국 관객과 만난다. 에지오 보쏘의 삶과 예술에 깊은 영향을 준 인물 알바 파리에티(Alba Parietti) 역할을 맡아, 정교한 테크닉과 섬세한 해석으로 인물의 내면을 깊이 있게 그린다.
허용순은 “에지오 보쏘의 음악과 안무, 그리고 무용수들의 춤뿐 아니라 그 안에 담긴 감정과 강렬한 에너지를 함께 느껴주셨으면 좋겠다. 에지오 보쏘가 남긴 말이 제 마음에 깊이 각인된 것처럼, 관객 여러분께도 새로운 생각과 감정을 열어주는 특별한 순간이 되기를 바란다.”라고 밝혔다.
<문화경제 안용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