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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화랑, 구자승 작가 통해 ‘멈춤’의 시간을 선사하다

다음달 25일까지 개인전…총 50여 점 작품 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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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김금영⁄ 2025.10.31 10:13:49

구자승 작가. 사진=선화랑

선화랑이 이달 29일부터 다음달 25일까지 사실주의 작가 구자승의 개인전을 연다.

작가는 1983년 전시를 통해 선화랑과 첫 인연을 맺었다. 그의 작품은 극사실적 재현을 통해 사물의 표면 너머에 존재하는 시간과 의식의 층위를 사유한다. 썩지 않는 과일, 멈춘 그림자, 고요한 빛의 반사는 ‘멈춘 지속’의 개념을 시각화하며, 변화와 소멸의 세계 속에서 영원의 감각을 불러일으킨다. 작가의 회화는 일상적 사물에 철학적 사유를 부여하며, 관람자로 하여금 존재와 지각, 현실과 환영의 경계를 사유하게 만든다.

이번 전시는 이런 작가의 작업을 총체적으로 살필 수 있도록 꾸려졌다. 정물화, 인물화, 드로잉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장르의 작품 총 50여 점을 선보이며, 특히 일상 속 사물을 주제로 한 정물화에 집중했던 그의 예술 세계를 선보인다.

구자승, ‘타자기 있는 정물’. 캔버스에 오일. 2024. 사진=선화랑

작가는 “작업은 새로운 꿈을 꾸는 것”이라고 말한다. 메마른 나무상자, 흰 보자기, 바랜 주전자, 비워진 술병 같은 일상의 사물들은 이미 생명을 잃은 듯 보이지만, 그의 화면 안에서 다시금 숨을 쉰다. 화면 위에 피어오르는 미묘한 빛과 정교한 형태에는, 사물의 외형을 넘어 그것을 마주한 순간의 감정과 시간, 그리고 작가의 삶이 녹아 있다.

작가는 정물화의 오랜 전통을 현대적으로 계승하며 자신만의 독창적 지평을 열어왔다. 한때 그의 회화는 도시적 세련미를 지닌 차가운 구상회화로 평가되기도 했다. 그러나 그 내면을 들여다보면, 정적 속에 스며든 따뜻한 숨결과 투명한 빛이 있다. 극도로 절제된 화면은 오히려 현실을 넘어선 긴장감을 만들어내며, 사물의 본질을 응시하도록 우리를 이끈다.

구자승, ‘카나다의 추억’. 캔버스에 오일, 100x100cm. 2025. 사진=선화랑

작가는 작가노트를 통해 “어느 날 쓸모없이 버려진 그 나무상자에 술을 채우고 싶었다. 그러나 이미 술병은 비워져 있다. 물기어린 자갈들을 하얀 보자기에 싸 말려주고 싶다. 담겨져야 온전해지는 것들, 담아야 그릇이 되고, 이름이 되고, 존재가 되는 것들, 그런 떠도는 일상의 사물들에 새로운 이름을 주고, 더 아름답게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해주고 싶다. 그들 각자는 이미 생명을 상실했지만, 하나의 그림이라는 공간에 높여짐으로 의미 있는 시적 오브제의 재탄생을 본다”고 했다.

이어 “예술은 우리의 삶처럼 깊이 들어갈수록 넓어지는 것이라고 말하듯, 나이와 함께 비로소 자신의 삶을 보게 되고, 자신의 내부를 들여다보게 되는가 보다. 그리고 내 그림의 표정을 통해, 순간 지나가는 바람마저도 숨을 죽여야 하는 그런 초긴장의 상태에 도달하고 싶다. 어느새 내 시각이 미세한 색채와 형태에 신경이 곤두설 때쯤이면, 내 삶도 오브제들 속에 되살아난다”고 했다.

그러면서 “작품이 자신들의 자리매김과 저마다의 색깔로 빛을 발할 때쯤이면 나는 가끔 호흡을 멈춘다. 그들이 호흡하기 때문이다. 혹 지나치기 쉬운 사실 안에서 가장 바른 사실의 긍정, 결코 억압하지 않고 자유로울 수 있는 자기망각의 공간, 결코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참 긍정의 꿈의 영역, 이것이 내가 표현하는 ‘사실’의 세계”라고 짚었다.

선화랑 측은 “빠른 속도와 이미지 소비가 지배하는 시대에 그의 작품은 ‘멈춤’의 시간을 선사한다”며 “이번 전시가 일상의 사물 속에서 새로운 의미를 발견하고, 시간과 존재에 대한 깊은 사유를 경험하는 특별한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구자승, ‘그리움’. 캔버스에 오일. 2022. 사진=선화랑

한편 홍익대학교 회화과 및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캐나다 OCAD University에서 수학한 작가는, 국내외에서 28회의 개인전과 18회의 부부전을 비롯해 690여 회의 초대전 및 국제전에 참여하며 꾸준한 활동을 이어왔다. 주요 전시로는 도쿄 미츠코시 미술관 ‘세계 리얼리즘 회화전’, 베이징 비엔날레, 이탈리아 바젤, 뉴욕, 마이애미 등지에서 열린 국제전을 비롯해, 국내 주요 기관에서의 개인전과 단체전이 있다.

작가는 상명대학교 미술대학 교수 등을 역임하며 한국 현대미술계의 발전에 기여해왔다. 싸롱비올레 은상, 몬테카를로 국제 현대미술제 조형예술상, 세계 평화 교육자상, 오지호미술상, 올해의 최고 예술인상 등을 수상했다. 그의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광주시립미술관, 김환기미술관, POSCO, 프랑스 쇼몽시립미술관, 청와대, 한국은행, 삼성, 삼양사 등에 소장돼 있다.

< 문화경제 김금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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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자승  선화랑  전시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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