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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화랑, 이만나 작가의 ‘세계의 모퉁이’를 들여다보다

2022년 이후 3년 만의 개인전…총 18여 점 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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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김금영⁄ 2025.12.08 10:46:10

이만나, ‘모퉁이’. 캔버스에 오일, 27.3x40.9cm. 2025. 사진=선화랑

선화랑이 3~31일 이만나 작가의 개인전 ‘세계의 모퉁이(The Corner of the World)’를 연다. 이번 전시는 2022년 개인전 이후 3년 만에 선보이는 것으로, 대표 연작인 ‘깊이 없는 풍경’을 비롯해 신작 ‘벽 앞의 풍경’, ‘모퉁이’, ‘길가’ 등이 포함된 회화와 드로잉, 총 18여 점의 작품을 출품한다.

이만나는 일상 속에서 포착한 순간의 감각을 기반으로, 현실의 풍경을 닮았지만 어딘가 낯설고 비현실적인 공간을 회화적으로 구축해온 작가다. 그의 회화는 특정 대상을 재현하는 듯 보이지만, 실재 너머의 감각과 정서, 그리고 세계의 보이지 않는 이면을 드러낸다.

이만나의 풍경은 현실과 비현실, 일상과 비일상 사이의 경계에 존재한다. 그것은 익숙한 장면이면서 동시에 쉽게 설명할 수 없는 무언가를 품고 있다. 작가가 화면 앞에서 반복적으로 색을 쌓고 그리는 과정은, 마치 그가 대상과 대화하듯 이뤄지는 시간의 축적이자 감각의 발굴이다. 색면 위에 얇고 투명하게 쌓여가는 물감의 층은 단순히 표면을 구성하는 것이 아니라, 비가시적 세계의 감정과 기억을 구현하며 회화에 울림과 깊이를 더한다.

이만나, ‘깊이 없는 풍경’. 캔버스에 오일, 33.5x45.5cm. 2024. 사진=선화랑

지난 2022년 ‘더 이상 거기에 없는 풍경(The Landscape that is no more There)’ 전시에서 작가는 개발로 사라져가는 도시의 이미지, 재건축 속도에 흡수되어 잊혀진 풍경들을 호출했다. 신축 아파트가 익숙한 풍경으로 자리 잡는 사이, 그 자리에 존재해온 역사와 기억, 정감은 조용히 사라졌다. 작가는 이러한 변화의 현장을 단순한 기록이 아니라, 상실과 체념, 그러나 여전히 남아 있는 감각의 조각으로 담아냈다. 사라져 가는 것에 대한 애도, 속도에 갇힌 세계에 대한 비판적 시선과 더불어 그럴수 밖에 없는 현실에 대한 공감도 함께 내포했다.

이번 전시 세계의 모퉁이는 그 연장선에 있으면서도 다른 방향으로 확장된다. 작가는 이제 세계의 중심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가장자리, 무심코 지나친 모퉁이, 누구의 시선에도 닿지 않은 장소를 바라본다. 그곳은 잊힌 자리이며 동시에 새로운 관찰이 시작되는 지점이다. 작가에게 모퉁이는 끝이 아니라 시작이며, 세계가 완결되는 지점이 아니라 여전히 열려 있는 틈이다.

이만나, ‘길가’, 캔버스에 오일, 130.3x194cm. 2025. 사진=선화랑

그의 작품에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가로막힌 벽이나 좁은 골목, 깊이를 알 수 없는 어두운 밤의 풍경은 단순한 공간 묘사가 아니라 존재론적 질문으로 이어진다. 독일 유학 시절 느꼈던 언어와 문화, 정체성의 간극은 그의 회화에서 ‘벽’이라는 형태로 결실했고, 이는 현실과 비현실을 잇는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작가는 그 벽 앞에서 멈춤의 감각을 경험하고, 관객 또한 그 순간의 에너지를 공유한다.

이만나의 풍경 속에는 자연과 도시, 시간과 감정, 물질과 비물질이 층위를 이루며 공존한다. 그의 회화는 사라져가는 것들, 제대로 보지 못한 것들, 너무 익숙해져 감각조차 잃어버린 것들에 대한 긴 사유를 촉발한다.

무심코 지나치는 일상 속에서 우연히 특별한 순간, 즉 비일상의 경험을 하기를 바란다. 그는 이러한 경험이 관객들에게 일상의 틈 사이에서 멈춰 서게 하고, 익숙한 세계에 숨겨진 낯설고 신비로운 면모를 발견하게 하기를 기대한다. 결국 관객들이 자신만의 감각과 시선을 통해 세상을 새롭게 바라보는 계기를 마련해 주는 장이 돼주고자 한다.

< 문화경제 김금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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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화랑  이만나  전시  작품  개인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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