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용호⁄ 2025.12.12 14:27:14
한국문화예술위원회(위원장 정병국, 이하 아르코(ARKO))는 올해 신규 출범한《지역예술도약지원사업》의 일환으로 《2025 ARKO LEAP》전시를 12월 12일 금호미술관, 일민미술관, 학고재 아트센터에서 동시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수도권 외 지역에서 활발히 활동해 온 작가 17인의 창작 여정과 성장을 보여주는 ‘도약(LEAP)’의 현장을 선보인다.
《지역예술도약지원사업》은 광역문화재단에서 발굴·추천한 작가를 아르코가 후속 지원함으로써 작가의 다음 도약을 도모하는 지역–중앙 연계형 사업이다. 광역문화재단 추천과 아르코 심의를 거쳐 선정된 참여작가 17인은 올해 아르코가 지원하는 창·제작, 비평 자문, 기획자 및 공간 매칭, 출판, 전문가 1:1 컨설팅 등을 통해 자신만의 예술적 언어를 다듬어 왔다. 이번 전시는 그 성과를 처음으로 공개하는 자리다.
먼저 금호미술관에서는 구지은, 김주환, 김진희, 김희라 작가가 도시와 자연, 인간과 비인간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생태와 존재의 균형회복을 탐색한다. ▲구지은(설치)은 기후변화 생물지표종인 제비의 서식지 변화를 여러 도시에서 추적한 장기 리서치를 바탕으로, 인간과 비인간 존재가 공존하는 미래의 생태 환경을 미디어 설치 작업으로 제시한다. ▲김주환(설치)은 자연의 원초적인 생명력과 이를 통제하려는 인간의 욕망 사이의 긴장감을 탐구하며, 강한 흑백 대비의 설치 작업을 통해 순간과 지속, 생성과 소멸의 관계를 드러낸다. ▲김진희(회화)는 도시를 인간의 욕망이 응축된 풍경으로 바라보며, 고층 건물의 수직적 구조 속에서 인간의 불안과 희망이 교차하는 내면의 심상을 회화로 표현한다. ▲김희라(설치)는 섬유와 실, 일상 오브제를 활용한 설치 작업으로 여성의 삶과 사회적 역할에 대한 사유를 풀어내며, 견고해 보이는 세계에 숨겨진 권력과 위계 구조를 은유적이면서도 유머러스하게 펼쳐 보인다.
일민미술관은 송성진, 임안나, 홍희령, 이현태 작가가 우리가 살아가는 장소가 어떻게 구성되고, 기억‧기록되고, 전환되는지를 기억과 이미지, 감정과 기술의 다양한 층위에서 펼쳐보인다. ▲송성진(설치)은 땅의 기억과 인간의 주거, 이주에 주목하며 그 중심에 자리한 집과 특정 장소, 그리고 그것을 구성하는 공간과 사람, 더 나아가 그로부터 파생되는 사회적 문제를 설치, 비디오, 사진으로 선보인다. ▲임안나(사진)는 전쟁과 재난 등 사회적 위기 상황 속에서 인간이 느끼는 불안, 공동체 안에서 마주하는 관습적 시선의 불편함, 대중매체를 통해 확산되는 사회적 사건과 인물을 사진 이미지로 표현한다. ▲홍희령(설치)은 긴장, 불안, 공포, 결핍 등 인간의 심리를 탐구하며 이를 설치, 비디오, 퍼포먼스 등 다양한 매체로 풀어낸다. ▲이현태(설치)는 가상 공간에서 관찰할 수 있는 복잡계의 성질과 시간성을 웹 기반 매체 실험과 설치 작업을 통해 탐구한다.
학고재 아트센터는 우은정, 황해연, 유경자 작가가 실존 ‧ 지질 ‧ 감각에 대한 예술적 탐구를 선보인다. ▲우은정(회화)은 자신의 작업이 인간의 근원에 대한 본질적인 물음을 탐구하는 과정에 놓이길 원하며 길 위에서 맞닥뜨린 풍경과 사유의 과정을 회화로 담아내고 있으며, 드로잉의 반복을 수행적 행위로 전환하여 촉각적 감각을 강조하는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황해연(회화)은 지질학적 요소와 작가의 상상력이 결합한 ‘지질학적 상상풍경’을 통해 인간과 자연과의 관계를 사유한다. 이를 통해 인류가 직면한 위기를 목도하고, 거대한 자연 속에서 살아가는 인간의 모습을 조명하고자 한다. ▲유경자(도자)는 흙을 캔버스 삼아 고온의 불로 완성한 ‘도자회화’를 선보인다. 그는 클래식 음악이 주는 감정과 위로, 아름다움에 대한 심상을 ‘도자회화’라는 방식으로 시각화한다.
작가들은 자신의 작업세계를 디지털과 책으로 엮는 아카이빙 프로젝트도 진행한다. ▲손몽주(설치)는 설치작업을 언리얼 엔진 기반 메타버스로 구현하여 동역학과 실시간 상호작용을 통해 실제 전시의 신체적 경험을 가상 공간에서 확장‧재현한 디지털 아카이빙 프로젝트를 구축한다. ▲신예선(설치)은 초기작부터 최신작까지 드로잉‧에세이‧약력을 함께 담아 24년간의 작업 세계를 시각적‧개념적으로 조망하는 연구자료를 출판한다. ▲유대수(판화)는 30여 년 판화 작업을 대표 연작 중심으로 체계화한 아카이브 출판물을 기획하였다. ▲장상철(도예)은 2016년부터 2025년까지의 10년에 걸친 대규모 설치작업의 여정을 작가론과 전시, 협업의 현장, 그리고 작업실에서의 기록들을 중심으로 연대별로 정리하고 조명한 출판물을 발간한다.
이들 출판물과 더불어 참여 작가 17인의 개별 작업을 담은 아티스트북은 일민미술관 3층에 별도로 구성된 아카이브존에서 소개된다. 아카이브존에서는 작가 17인의 인터뷰 영상을 통해 작업 키워드와 창작 과정도 생생하게 확인할 수 있다.
지역예술의 도약은 이번 전시를 넘어, 국내외 다양한 무대에서 계속된다. 제25회 송은미술대상 후보로 선정된 ▲고영찬(설치)은 본 지원사업을 통해 제작한 신작 을 《제25회 송은미술대상전》(2025.12.12~2026.2.14.)에서 선보인다. 또한 ▲김자이(설치)는 호주 맬버른 SOL gallery에서 개인전《Skill of R&R ver. Heterotopia》(2025.12.13.~2025.12.31.)을 진행한다.
2025 ARKO LEAP》개막식은 오는 12월 11일 금호미술관에서 통합 개최되었다. 개막식에는 참여 작가를 비롯해 광역문화재단, 시‧도립 미술관 관계자 및 예술계 인사들이 함께 자리해 이번 사업의 성과와 의미를 공유했다. 전시는 2026년 1월 10일까지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정병국 위원장은 “이번 지역예술도약《2025 ARKO LEAP》 전시는 지역 예술가들의 예술 세계를 확장하며, 기초예술의 성장과 활성화를 통한 국민 문화향유 기회를 확대하는 뜻깊은 자리”라며 “아르코는 앞으로 지역 예술가들이 안정적인 창작 기반 위에서 도약할 수 있도록, 지역과 중앙을 잇는 예술 생태계를 구축하는 역할을 꾸준히 이어가겠다.”라고 밝혔다.
<문화경제 안용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