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용호⁄ 2026.02.12 10:35:14
국립현대미술관(MMCA, 관장 김성희)은 LG전자(CEO 류재철)와의 파트너십을 바탕으로 동시대 현대미술의 실험과 도전을 선보이는 프로젝트 《MMCA X LG OLED 시리즈 2026》의 참여 작가로 김 크리스틴 선(Christine Sun Kim)을 선정했다.
2025년부터 시작된 《MMCA X LG OLED 시리즈》는 LG전자의 후원과 첨단 디스플레이 기술 지원을 통해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의 개방형 전시 공간인 ‘서울박스’에 전개되는 대규모 장소특정적(site-specific) 프로젝트이다. 본 시리즈는 동시대 시각예술의 실험성과 확장 가능성을 조망하고, 기술과 예술의 접점을 탐색하는 협력 플랫폼으로 기획되었다. 특히 디지털 환경 속에서 변화하는 예술의 형식과 감각, 그리고 기술이 예술적 상상력에 미치는 영향을 다각적으로 조명한다.
이번 작가 선정은 동시대 시각예술 분야 전문가들의 추천을 시작으로, 후보 작가군의 ‘서울박스’ 공간을 고려한 신작 구상 발표, 심사위원단과의 심층 인터뷰, 종합 평가 과정을 거쳐 이루어졌다. 공간의 물리적 조건과 기술적 요소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실험적 태도, 동시대 사회·문화적 맥락에 대한 문제의식, 새로운 시각 언어를 구축하는 예술적 역량이 주요 평가 기준으로 작용했다.
김 크리스틴 선(b.1980)은 사운드와 언어, 드로잉, 퍼포먼스, 영상 등 다양한 매체를 넘나들며 소통의 구조와 사회적 관계를 탐구해 온 작가이다. 그의 작업은 소리를 물리적 현상에 한정하지 않고, 권력·제도·규범과 긴밀하게 연결된 사회적 체계로 바라본다. 드로잉, 그래픽 노테이션(Graphic Notation, 소리를 시각 언어로 번역하는 하나의 체계) 등을 결합한 작업을 통해 보이지 않는 소통의 규칙과 언어의 작동 방식을 시각적으로 탐구하며, 우리가 세계와 관계 맺는 방식을 새롭게 사유하도록 제안한다. 그의 작업은 농인 공동체의 경험을 넘어 접근성과 소통이라는 보편적 문제로 확장되며, 감각의 차이를 새로운 인식과 관계의 가능성으로 제시한다.
《MMCA X LG OLED 시리즈 2026》에서 작가는 애니메이션을 기반으로 한 대형 영상 설치 신작을 선보인다. 전시의 중심을 이루는 조형적 스크린에는 작가가 고안한 그래픽 노테이션이 구현되며, 이는 고전 만화와 코믹북의 ‘모션 라인(motion line)’에서 착안한 시각 언어를 바탕으로 한다. 속도, 방향, 충돌과 같은 움직임의 역동성을 전달하는 모션 라인의 문법을 언어적 움직임의 표상으로 확장한다. 이번 신작에서 작가는 갈등과 소모적 대립의 감각을 포착하며, 온라인 매체를 통해 증폭되는 오늘날의 정치·사회적 격변의 정서를 반영한다. 양극화된 시대의 정치적 담론이 진전이나 상호 이해 없이 반복되는 상황을 ‘돌과 논쟁하는 것 같은 감각’으로 제시한다.
심사위원단은 “14m의 높은 층고이자 전시장들이 만나는 공간인 서울박스에 대한 작가의 높은 이해도가 작업과 공간 사이에 좋은 시너지를 만들어낼 것으로 기대되며, 언어를 공간화하는 김 크리스틴 선의 작업이 큰 파급력을 지닐 것”이라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김성희 국립현대미술관장은 “김 크리스틴 선의 작업은 언어와 사회의 관계에 대한 뚜렷한 주제 의식을 유쾌하면서도 다층적 해석이 가능한 형태로 제안”한다며, “이번 프로젝트는 작가의 작품세계가 디지털 애니메이션 매체로 본격적으로 확장하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MMCA X LG OLED 시리즈 2026》은 오는 7월 31일(금)부터 11월 29일(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에서 개최된다.
<문화경제 안용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