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용호⁄ 2026.03.04 11:12:43
필립스 X는 오는 3월 6일부터 29일까지 《자오 우키: 끝없는 대화(Zao Wou-Ki: Infinite Dialogues)》를 개최한다. 필립스 글로벌 프라이빗 세일즈 팀이 운영하는 판매 전시 플랫폼 필립스 X가 선보이는 이번 전시는, 자오 우키와 깊은 예술적 공명을 나눈 한스 아르퉁(Hans Hartung), 조르주 마티유(Georges Mathieu), 샘 프랜시스(Sam Francis), 장 폴 리오펠(Jean-Paul Riopelle) 등 동시대 작가들의 작품을 함께 소개한다.
이번 전시는 70여 년에 걸친 자오 우키의 창작 세계를 아우르는 회화, 종이 작품, 조각, 판화를 한자리에서 선보이며, 이를 통해 전후 시대 동서양 미술의 역동적인 교차와 예술적 대화를 조명한다. 또한 필립스 홍콩 서구룡 문화지구 인근에 위치한 M+에서 동시 개최되는 《자오 우키: 판화의 거장(Zao Wou-Ki: Master Printmaker)》과 맞물려, 작가의 예술 세계를 보다 깊이 있게 조망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다.
1920년 베이징에서 태어난 자오 우키의 예술은, 그가 지나온 시대적 격변을 고스란히 담아낸다. 그의 작업은 동양적 감수성에 깊이 뿌리를 둔 서정적 추상을 통해, 통합과 진화의 서사를 구축해왔다. 동서양 예술 전통의 융합은 단순한 양식적 선택을 넘어, 개인적 격변과 문화적 이동이 빚어낸 결과로 평가된다.
자오 우키의 커리어는 1940년대 후반부터 이어진 파리 시절을 기점으로, 본격적으로 전개되었다. 그는 회화와 추상에 대한 사유를 공유하던 예술가 공동체와 교류하며, 자신만의 조형 언어를 점차 발전시켰다. 1951년, 파리 도착 3년 만에 그는 아방가르드 갤러리 갤러리 피에르(Galerie Pierre)에서 마리아 헬레나 비에이라 다 실바(Maria Helena Vieira da Silva), 조르주 마티유(Georges Mathieu), 자크 제르맹(Jacques Germain), 그리고 평생의 친구가 된 장 폴 리오펠(Jean-Paul Riopelle) 등과 함께 전시에 참여했다. 이러한 예술적 인연은 그의 경력에 중요한 전환점으로 작용했다.
1950년대 초, 시인 앙리 미쇼(Henri Michaux)는 갤러리스트 피에르 로엡(Pierre Loeb)을 자오에게 소개했고, 이어 피에르 술라주(Pierre Soulages)는 뉴욕의 영향력 있는 딜러 샘 쿠츠(Sam Kootz)를 연결했다. 샘 쿠츠는 1957년부터 자오의 작품을 전속으로 다루기 시작했다. 이러한 만남과 교류는 그의 국제적 활동 기반을 확장했으며, 동서양의 미학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형성된 예술적 대화는 이번 전시의 핵심을 이룬다
이번 전시의 중심에는 1953년 작 〈Retour de pêche〉(보도자료 1페이지 대표 이미지)가 자리한다. 이 작품은 정물 중심의 초기 작업에서 추상으로 전환하던 시기의 중요한 분기점을 보여준다. 캔버스의 3분의 2를 채우는 쪽빛 바다는 밤으로 스며드는 배들의 형상을 품고 있으며, 섬세한 선적 붓질로 구성된 파도는 리듬감 있게 중첩된다. 이는 자오가 깊이 존경했던 송나라 화가 마원(Ma Yuan)의 수묵화(水墨畫) 전통을 떠올리게 한다.
또 다른 주요 작품 〈Les Attiseurs (The Guardian of the Flame)〉는 갤러리 드 프랑스(Galerie de France)의 미리암 프레보(Myriam Prévot) 컬렉션에 속했던 작품으로, 이후 자오가 이 갤러리와 30년에 걸친 협업 관계를 이어가는 계기가 되었다. 이 작품은 이전 작업에서 보이던 구상적 요소가 점차 사라지고, 고대 중국 갑골문에서 영감을 받은 추상적 기호가 화면을 구성하는 초기 완전 추상기의 대표적 사례로 평가된다.
2005년에 제작된 〈Le vert caresse l’orange – 11.06.2005〉은 자오 우키가 프랑스 미술 아카데미 회원으로 선출되고 쥬 드 폼 국립 미술관(Galerie nationale du Jeu de Paume)에서 대규모 회고전을 연 직후 탄생한 대표작이다. 강렬한 노랑과 분홍의 색채는 작가의 1980년대 혁신적 스타일을 떠올리게 하면서도, 인상주의 거장들의 정신을 연상시킨다. 최근 이 작품은 2023년 항저우 중국미술학원 미술관에서 열린 《길은 무한하다: 자오 우키 탄생 100주년 회고전》에 소개되었는데, 이는 20여 년 만에 중국에서 열린 작가의 최대 규모 회고전이었다.
장 폴 리오펠의 〈Vol de Chute〉은 시장에 처음 등장한 걸작으로, 강렬한 색채와 두텁게 올린 물감의 질감이 돋보이며 추상에 대한 작가의 역동적인 접근을 잘 보여준다. 이 작품은 몬트리올(1963), 토론토(1971), 밴쿠버(1973), 뉴욕(2005)을 포함한 주요 도시에서 전시되었으며, 이러한 풍부한 전시 이력은 리오펠의 작업 세계에서 이 작품이 지니는 중요성을 잘 보여준다. 장 폴 리오펠은 자오 우키의 가까운 친구로, 전후 추상을 형성한 문화 간 대화를 공유했던 인물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이 작품은 이번 전시에서 주목할 만한 또 하나의 하이라이트로 손꼽힌다.
한편, PhillipsX는 필립스경매의 글로벌 프라이빗 세일즈 팀이 운영하는 세일링 전시 플랫폼이다. 근현대 미술과 디자인, 럭셔리 분야에서 국제 컬렉터들이 작품을 사고파는 주요 허브로 자리잡은 필립스경매의 비지니스 모델의 일환이다.PhillipsX는 전통적인 갤러리 형태를 기반으로,,경매를 넘어선 판매 방식을 제안하며, 보다 확장된 컬렉팅 경험을 제공한다. 20세기와 21세기의 주요 작가를 조명하고, 기성 및 신진 작가와 다양한 미술적 흐름을 아우르는 담론을 형성하고 있다. 이를 통해 필립스경매는 전문성과 동시대적 감각을 바탕으로 컬렉팅 경험을 지속적으로 확장하고 있다.
<문화경제 안용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