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숙 개인전 ‘Meditation on the Road(길 위에서)’가 7일부터 31일까지 현대화랑에서 열린다.
사진가 송영숙이 길 위에서 마주한 도시의 풍경과 자연, 무심히 피어난 야생화와 풀, 그리고 이름 없는 생명체들을 꾸준히 기록해온 작업 세계를 조망하는 전시다. 작가는 꽃이 만개했다가 지는 찰나의 시간을 포착해 사라져가는 순간을 이미지 속에 붙잡아둔다. 이는 시간의 흐름을 마주해온 그의 삶과도 맞닿아 있다.
삼라만상을 담아온 이번 작업에서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인스턴트 컬러 필름 위에 유화 물감을 덧입히는 독자적인 형식이다. 그는 촬영 당시의 시간대와 빛, 그림자, 공기의 밀도를 되살려 사진 이미지 위에 색을 더함으로써, 순간의 인상을 회화적 감각으로 확장한다. 이는 보는 위치와 시간에 따라 달라지는 세계의 미묘한 진실을 조색의 과정을 통해 다시 드러내는 시도이기도 하다.
이러한 작업 방식은 1980년대 작가가 주로 사용하던 SX-70 폴라로이드 필름의 단종에서 비롯됐다. 당시 폴라로이드 필름은 내부의 현상 물질이 두텁게 내장돼 있어, 촬영 직후 유제를 밀어내는 방식으로 풍경에 대한 인상을 즉각적으로 표현할 수 있었다.
그러나 필름이 단종되면서 동일한 기법을 더 이상 사용할 수 없게 됐고, 작가는 이를 대신할 방법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인스턴트 컬러 필름 위에 직접 유화 물감을 덧입히는 현재의 작업 방식을 발전시켰다. 이를 통해 사진의 물질성과 회화적 개입의 가능성을 확장하며, 이미지에 내재한 시간과 감각의 층위를 새롭게 환기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유제를 입힌 필름 원본 250여 점과 이를 대형으로 확장한 작업을 함께 선보인다. 전시는 현대화랑과 방이동 한미 C&C 스퀘어 갤러리에서 진행된다. 현대화랑에서는 필름 원본 작업을 중심으로, 그 위에 덧입혀진 유화의 마띠에르와 섬세한 터치감, 이미지 표면의 물질성을 밀도 있게 감상할 수 있도록 구성된다.
한미 C&C 스퀘어 갤러리에서는 이미지를 구조물 형태로 세운 대형 설치 작업을 선보인다. 중심을 기준으로 대칭적인 질서를 이루며 만다라를 연상시키는 파사드 형태의 설치 구조는 이미지 자체가 하나의 공간이자 건축적 요소처럼 인식되도록 한다. 관람자는 그 사이를 거닐며 작가가 바라본 세계의 시점과 공간 감각을 몰입적으로 경험하게 된다. 한미 C&C 스퀘어 갤러리 전시는 6월 28일까지 진행된다.
전시 개막과 함께 발간된 연계 도록은 작가의 작업 세계 전반을 조망할 수 있도록 구성됐다. 서로 다른 시기와 환경 속에서 촬영된 이미지들은 하나의 서사로 귀결되기보다, 이어지는 시간의 흐름 속에서 축적돼온 작가의 시선을 보여준다. 또한 뮤지엄한미 최봉림 부관장의 비평문이 수록돼, 작가의 독자적 작업 방식과 그 미학적 의미를 심화된 시각으로 짚어낸다.
한편 송영숙은 1969년 숙명여자대학교 재학 중, 대학 내 사진 서클인 숙미회 활동을 계기로 본격적으로 사진과의 연을 맺기 시작했다. 재학 당시 첫 전시인 ‘남매전’(1969)을 새한살롱에서 열었으며, 뒤이어 1980년에 열린 개인전 ‘폴라로이드 SX-70’ 전시에서는 순간적으로 완성되는 한 장의 폴라로이드 속에 일상에서 느끼는 감정을 담은 작품들을 선보였다.
작가는 이 전시에서 사진의 사회적 기능과는 다른, 독창적인 감성과 작가의 내면을 보여주는 사진들을 발표했다. 그 후, 출판문화회관, 공간화랑, 파인힐 갤러리, 현대화랑, 아트파크 등에서 개인전과 단체전에 참여했으며, 다수의 도록을 출간했다.
< 문화경제 김금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