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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때보다 더 힘들다

벼랑 끝 내몰린 서민들, 환율·금리 급등에 또 한번 ‘휘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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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87호 성승제⁄ 2008.10.07 17:33:39

국제 금융위기에 따른 경기 위축으로 촉발된 모든 피해는 서민들이 고스란히 떠안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대부분의 서민들에게서“IMF 때보다 더 힘들다”는 하소연의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월급봉투는 얇아지고 장바구니도 가벼워지면서 체감경기가 어느 때보다 좋지 않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원·달러 환율이 50여 개월 만에 최고치로 치솟으면서 덩달아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고정금리형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기준이 되는 3년물 은행채 금리가 치솟으면서 올해 들어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10%대 돌파를 예고하고 있다. 특히, 한 달여 간 5.79%에 머물던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가 꿈틀거리면서 변동형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상승세를 재개할 것으로 보인다. 이 결과, 환율과 시중 금리의 급등이 물가나 은행의 대출금리 인상으로 직결되지 않도록 완충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최근 금융업계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지난달 29일부터 3년 고정금리형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8.26∼9.86%로 지난주 초(9월 22일)보다 최고 0.47%포인트 올린다. 우리은행은 8.43∼9.53%, 국민은행은 8.11∼9.61%로 고정형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인상하기로 했다.기업은행과 외환은행은 7.95~9.41%와 8.39~9.09%로 지난 9월 22일 대비 각각 0.24%포인트와 0.21%포인트 올랐다. 고정금리형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폭등한 이유는 기준금리가 되는 은행채 등의 금리가 유동성 부족 등의 영향으로 급등했기 때문이다. 3년물 AAA등급 은행채 금리는 4월 말 5.47%에서 5월 29일 6%를 돌파한데 이어 지난달 12일 7%로 올라섰으며, 이후로도 꾸준히 상승하면서 현재 7.64%를 기록하고 있다. 국고채 3년물 금리는 6.01%로 두 달여 만에 6%대로 진입했다. 1억 원을 8%로 대출한 고객의 경우 금리가 2% 오르면 연간 이자부담은 800만 원에서 1000만 원으로 200만 원 불어나게 된다.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도 한 달 만에 상승세를 재개하면서, 3개월 변동금리형 주택담보대출의 금리도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기업은행 주택대출 변동금리는 6.80~8.30%로 한 주 만에 0.09%포인트 올랐으며, 외환은행은 6.62~7.90%로 0.02%포인트 상승했다. 국민은행이 6.56~8.06%로 0.01%포인트 인상하는 등 대부분의 은행이 0.01%포인트를 올렸다. ■ 환율 4년래 최고…전망 ‘시계 제로’ 금리와 함께 환율도 불안한 움직임을 지속하고 있다. 지난달 30일 장중 1200원을 넘어서며 최근 1주일 동안 70원가량 폭등했던 원·달러 환율은 10월 1일 현재 전날보다 달러당 17원 하락한 119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이날 환율은 18.0원 떨어진 1189.0원으로 거래를 시작해 매수세가 유입되면서 1190원대를 기록하고 있다. 그러나 9월 26일 기준 환율은 1,160.50원으로 마감하면서 2004년 8월 13일 이후 4년 1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처럼 원·달러 환율이 상승세를 나타내는 것은 국제수지가 적자를 보이면서 시장에 달러화가 부족해졌기 때문이다. 올해 들어 외국인이 증시에서 32조4000억원(약 425억 달러) 가량 주식을 순매도하면서 자본수지가 악화되고 있는데다, 무역수지가 올 들어 8개월 간 115억7000만 달러 적자를 나타내면서 10년 간 지속된 경상수지 흑자 행진도 막을 내릴 처지에 놓였다. 여기에 미국발 금융 쇼크로 외화자금 시장이 패닉(심리적 공황) 상태에 빠진 점도 달러화 매수심리를 부추기는 요인이다. 외환 스와프 시장에서 현물환율과 선물환율 간 차이인 스와프 포인트 1개월 물은 리먼브러더스의 파산보호 신청 직후 달러화 자금을 현 시점에 빌리고 나중에 갚으려는 수요가 늘어나면서 지난 9월 16일 마이너스로 떨어졌고, 같은 달 23일에는 -10.00원까지 폭락하기도 했다. 외환시장 전문가들은 미국 구제금융방안의 효과가 환율 움직임을 좌우할 것으로 내다보면서도, 대외 여건이 매우 불투명하기 때문에 구체적인 환율 수준을 전망하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지적했다. JP모건체이스은행의 한 관계자는 “미국의 금융구제안이 의회를 통과하면 환율이 일시적으로 하락할 수 있지만, 부실 자산의 구조가 매우 복잡하기 때문에 불안요인이 제거되는데는 시간이 꽤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4분기에 경상수지가 흑자를 나타낼 수 있지만, 내년에 받을 달러화 자금까지 미리 내다 판 수출업체들이 많아서 환율은 한동안 달러 부족에 따른 상승세를 지속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한은행의 한 관계자는 “리먼브라더스의 파산신청 여파로 환율이 이상급등하면서 구체적인 수준을 전망하기 어려워졌다”며 “미국 구제금융의 가시적 효과가 연말 이전에 나온다면 1100원대 초반으로 하락할 가능성이 있지만, 구제금융 조치가 미국 국민의 저항 때문에 진통을 겪으면 환율이 상승세를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 물가부담 가중…실물경제에 부담 환율이 상승하면 가뜩이나 고공행진을 하는 물가상승 압력을 가중시켜 우리 경제에 부담을 줄 수 있다. 최근 국제유가가 하락하고 있지만 아직 유가 급등의 파급 효과가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환율 상승은 수입물가를 끌어올려 소비자물가까지 영향을 주게 된다. 이는 가계의 실질소득 감소 →내수위축 →경기둔화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9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최근 국제유가 하락으로 소비자물가 상승세가 2개월 연속 둔화됐다. 또, 소비자들이 일상생활에서 자주 찾는 품목으로 구성된 생활물가지수 상승률도 5.5%를 기록했다. 생활물가지수 상승률이 5%대로 내려온 것은 지난 5월의 5.9% 이후 4개월 만이다. 생선·채소·과실류 등 신선식품지수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11.9% 떨어졌고, 전달에 비해서는 1.1% 하락했다. 그러나 석유류와 농산물을 제외한 근원물가지수 상승률은 10년1개월 만에 가장 높은 5.1%를 기록, 물가상승 압력이 여전한데, 이에 따라 유학생을 둔 부모나 외화대출자 등도 환율 상승으로 소비 여력이 줄어들 처지에 놓였다. 환율이 7개월 새 200원 이상 폭등하면서 미국에 있는 자녀의 교육비와 생활비를 위해 매달 5000달러를 환전하는 경우 비용이 110만 원 가량 늘어나게 됐다. 환율 상승은 수출 경쟁력을 키울 수 있지만, 최근 세계 경기가 둔화하고 있는데다 세계적 신용경색 여파가 가시지 않고 있어 수출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마디로, 현 상황에서 환율 상승은 득보다 실이 많다는 얘기다. 금융연구원의 한 관계자는 “세계 경기둔화와 신용경색 등을 고려했을 때 환율 상승으로 수출 여건이 좋아지는 효과보다 고물가로 미치는 부작용이 더 클 것”이라고 우려했다. 환율과 금리가 동시에 급등하면서 가계에 급격한 충격을 줄 것으로 우려되는 가운데, 완충장치의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서민경제 살릴 해법 없나 이처럼 상황이 급박해지면서 정치권에서도 서민경제를 살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국회 민주당 홍재형 의원(청주 상당)이 공동대표를 맡은 국회의‘서민경제와 국가 경영 연구회’는 서민경제 안정과 지역 균형발전을 위한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서민경제와 국가경영 연구회’는 지난달 30일 국회도서관 회의실에서‘글로벌 금융위기와 한국경제-소나기인가 먹구름인가’를 주제로 창립총회 겸 정책 세미나를 개최했다. 홍 의원은 “서민생활을 안정시키고 희망을 주는 일은 국가경영에서 최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핵심 현안이고, 사회통합과 정치발전과도 직결되는 핵심 과제”라며 “단편적 지원이나 포퓰리즘식 정치적 고려를 배제하고, 장기적이고 지속 가능한 경제사회구조 창출에 필요한 실천적 정책 마련을 위해 생산적 활동을 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진보신당 노회찬·심상정 상임대표 역시 지난달 30일 충북대 사회대 합동강의실에서 ‘MB노믹스와 88만 원 세대’라는 주제의 강연을 갖고 “정부는 경제성장률 7%와 국민소득 4만 달러라는 실현 불가능한 목표를 버리고 청년실업 해소와 서민경제 살리기에 집중하라”고 주장했다. 이날 노회찬 대표는 “IMF 외환위기 이후 10년 간 우리 경제는 노동자와 학생·서민 등 약한 사람들을 희생시켜 성장해 왔는데, 이 때문에 비정규직과 자영업자가 대량 양산돼 사회 양극화가 심화하고 있다”며 “이명박 정부는 성장만이 아닌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는 방향으로 경제정책을 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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