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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핵, 지난해 한국에서 가장 많이 발생한 질병

선진국 진입 앞두고 아직도 ‘결핵천국’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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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125호 박성훈⁄ 2009.07.07 14:53:05

2008년에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발생한 전염병은 무엇일까? 결핵이다. 질병관리본부가 법정전염병 발생현황을 정리해 발간한 ‘2008 전염병 감시연보’에 따르면, 50종의 법정 전염병 환자 수는 7만941명으로 나타난 가운데, 결핵환자의 수는 3만4157명(48.1%)이었다. 이는 전년 대비 521명 증가한 수치이다. 우리나라는 선진국들이 가입해 있는 OECD의 회원국이다. 결핵은 후진국형 질병의 대표격이다. 선진국의 대열에 들어 있는 우리나라에 빈국에서나 흔히 볼 수 있는 질병 발병률이 높다는 것은 아이러니하다. 결핵 사망률과 결핵 신규발생률 1위. 이것이 우리나라의 현주소이다. 경제발전과 함께 우리에게는 잊혀진 질병인 결핵이 한 해에 3만4000명이 넘는 환자가 신규 발병하고, 2300명이 넘는 환자가 목숨을 잃고 있다. 2007년 말에는 우리나라 인구 10만 명당 도말양성(객담에서 결핵균이 검출되어 타인에게 전염을 시키는 환자) 신규 환자가 22.6명 발생했다. 현재의 연간 결핵감소율은 3.8% 수준이다. 이 정도 감소율이면 선진국 수준인 10만 명당 1명 수준으로 줄일 수 있는 시기는 2100년에나 가능하게 된다. 결핵 감염자들에 대한 관리가 시급하게 이루어져야 할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감염자들이 전국에 산재해 주위의 다른 사람들에게도 결핵균을 퍼뜨릴 위험성이 크기 때문이다. 결핵 감염자의 건강관리가 철저하게 이뤄지지 않을 경우 우리나라 결핵퇴치사업에 큰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위기감도 조성되고 있다. 예산 없어 ‘결핵퇴치 2030 계획’ 발표도 못해 4월 임시국회 당시 가장 눈길을 모았던 이슈는 30조 원 규모에 이르는 ‘수퍼 추경예산’이었다. 당시 보건복지가족부에도 추경예산 1조4000억 원이 편성됐다. 하지만 결핵 관련 예산은 한 푼도 배당받지 못했다. 결핵 관련 예산은 담배가 주 수입원인 건강증진기금에서 주로 나오기 때문에 배제된 것이다. 여기서 정부의 결핵에 대한 관심은 그리 크지 않아 보인다. 이에 따라 질병관리본부는 2008년 3월 현재 3.8% 수준에 불과한 결핵 감소율을 15%까지 높여서 결핵퇴치를 70년 앞당겨 2030년에 선진국 수준에 도달하겠다는 ‘결핵퇴치 2030 계획’을 수립했다. 하지만 이 계획은 예산반영이 되지 않아 아직까지 발표를 하지 못하고 있다. ‘결핵퇴치 2030 계획’에 따른 연도별 예산 소요액은 2009년부터 3년 간 연도별로 230억~250억 원 가량으로 총 977억 원이다. 하지만, 정부 중기재정계획에 반영된 예산은 80억~90억 원 정도에 불과하다(2009년 93억 원, 2010년 93억1000만 원, 2011년 86억5500만 원, 2012년 86억5000만 원). 2012년까지 총 617억 원이 부족한 셈이다. 반면, 결핵은 더욱 심각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제때에 치료를 받지 못하거나 치료하다 중단하는 환자들 중에 약에 내성이 생긴 ‘다제내성 결핵’과 2차 항결핵제에 내성이 생긴 ‘수퍼 결핵(광범위 내성 결핵)’ 환자가 한 해에 2500여 명씩 발생하고 있다. 이들은 결핵 전파력이 엄청나 1명이 10~15명에게 새롭게 감염시키는 모습이다. 최근의 발병은 주로 10대 청소년층과 20~30대의 젊은 층에서 많이 번지고 있다. 10~19세 미만에서 2004년 이후 연도별로 지속적으로 결핵환자 신고가 증가하고 있다. 초중고 학생의 주 연령층인 10~19세 미만에서는 학교 내 결핵환자의 집단발생 우려가 높다. 특히 학생들의 경우 한 학급에서 10여 명이 집단발병하는 일도 일어나고 있다. 울산 지역에서는 올해 들어 5월까지 학교 12곳에서 24명의 결핵환자가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연간 감염학생 수 43명(25개교)의 절반을 이미 넘어선 것이며, 2007년 연간 감염자 수 34명(27개교)의 70%에 달하는 수치다. 경남 경주의 한 고등학교에서는 시 보건소가 6월 15일 X-선 촬영과 객담 검사를 한 결과 학생 중 4명이 결핵환자로 확인됐다. 노숙인들은 특히 결핵에 취약하다. 2007년도에 취약계층에 대한 엑스선 검진 환자 발견 자료를 보면, 노숙인의 경우 일반인에 비해 환자발견율이 무려 27배나 높았다.

병원 결핵치료는 부실, 보건소가 낫다 일선 병의원의 결핵 치료가 부실해 결핵퇴치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6월 18일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지난 2007년 보건소에서 치료를 받은 결핵환자의 완치율은 66.7%인 반면, 병의원 결핵환자의 치유율은 16.1%에 그쳤다. 김상재 국제결핵연구소장은 6월 17일 국회 손숙미 의원실 주최로 열린 ‘결핵퇴치를 위한 사회적 참여 활성화와 민간단체의 역할 토론회’에서 질병관리본부의 자료를 인용해 이같이 밝혔다. 이날 김 소장의 주제발표에 따르면, 병의원에서 치료를 받은 결핵환자 가운데 6개월 간 병원을 다니고도 완치 여부가 파악되지 않은 ‘치료종결’ 환자의 비율이 무려 54.6%에 이른다. 치료 후 완치가 된 환자는 16.1%에 불과했다. 반면, 보건소에서 치료를 받은 환자의 66.7%는 결핵이 완치됐으며, 치료를 실시한 후 완치 여부가 확인되지 않은 환자는 1.1%에 불과해 환자관리가 적절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김 소장은 평가했다. 또 임의로 치료를 중단한 환자의 비율도 병원(6.6%)이 보건소(4.9%)보다 높게 나타났다. 이처럼 병의원의 결핵 치료 성적이 부실한 이유는 진단법과 처방이 표준화돼 있지 않고 환자 교육과 치료 결과 확인 등을 제대로 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김 소장은 설명했다. 그러나 국내 결핵환자의 77.8%는 병의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실정이다. 김 소장은 “병의원의 부실한 결핵환자 관리체계가 개선되지 않으면 항생제가 잘 듣지 않는 난치성 결핵을 발생시키는 주요한 원인이 될 수 있다”며 “결핵환자를 임의로 진료하는 것은 하지 않느니만 못한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토론회 참석자들은 매년 결핵환자가 3만4000명씩 발생하고 사망자도 2400명에 이르는 등 법정전염병 가운데 결핵이 가장 심각하지만 국민의 인식은 부족하다고 입을 모았다. 지난해 새로 발생한 결핵환자는 3만4340명이며, 2007년 사망자는 2076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중 가장 많다. 현재 전 국민의 30~40%가 결핵균에 감염돼 있다. 손숙미 의원은 “결핵이 이처럼 심각해진 것은 정부의 부족한 지원이 가장 큰 원인이지만 사회적 인식과 공감대가 낮은 것도 문제”라며 “결핵 통제에 성공한 외국처럼 민간이 주도하는 결핵퇴치운동본부 등이 결성돼 결핵 문제 해결에 대한 사회의 관심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새터민 결핵환자 현황도 심각 국내 탈북자들을 일컫는 새터민의 결핵 유병률은 1.7%에 이르고 있고, 기존의 결핵 약으로는 치료가 어려운 약제 내성 환자도 56%에 이르고 있다. 이는 향후 결핵퇴치사업에 장해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대한결핵협회 결핵연구원에서 2005년부터 X선 검사와 투베르쿨린 반응검사를 통해 새터민 결핵 감염 실태를 조사한 결과, 남자 새터민의 경우 2.9%, 여자는 1.2%가 결핵에 감염돼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평균유병률 1.7%에 이르는 수치로, 한국인 결핵유병률(0.3% 미만)과 비교할 때 무려 6배나 높은 비율이다. 김희진 대한결핵협회 결핵연구원 원장은 “결핵은 한 번 걸리면 평생 감염 상태를 유지하며 발병 위험에 노출되기 때문에 날로 늘어나는 새터민을 대상으로 한 철저한 결핵 관리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특히, 결핵에 걸린 새터민들은 투베르쿨린 반응검사에서도 국내 감염자들보다 격렬한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투베르쿨린 반응검사는 감염력이 없는 결핵균 항원액을 피부에 주사해 항체가 형성되는지 여부를 가리는 결핵 감수성 검사의 일종으로, 감염자는 이 검사에서 양성반응을 보이게 된다. 김 원장은 “이는 발병할 경우 주위에 결핵균을 전파하는 감염력도 상대적으로 훨씬 강하다는 것을 뜻한다”고 지적했다. 김 원장은 이날 새터민들의 결핵 퇴치를 위해 지역사회 보건 증진 사업을 더욱 강화하고, 한 번 치료를 시작하면 결핵균이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최소한 6개월 동안 약을 끊지 않고 계속 복용하도록 지도 및 관리하는 지원 대책도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그는 또 “예방접종 체계가 붕괴돼 있는 북한을 이탈한 주민들이 한국에서 새터민으로 정착하는 초기 단계에서부터 결핵 감염자를 조기 발견해 적극적으로 치료를 유도하는 정책이 필요하다”며 “그래야 새터민의 건강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전체 국민의 전염성 질환 관리에도 만전을 기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강조했다. 지속적인 약 복용 등 결핵환자 관리 필수 환자에 대한 관리도 필요하다. 결핵은 다른 전염병과는 달리 10알 이상의 많은 양의 결핵약을 6개월 이상 꾸준히 장기 복용해야 한다. 하지만, 치료 중간에 환자 마음대로 약 복용을 중단하면 치료에 실패하기 쉽다. 이렇게 되면 전염성이 폭증하는 다제내성 결핵으로 진행된다. 특히 다제내성 결핵약은 일부만 의료보험이 적용되고, 수술치료가 효과적이지만 수술비용 때문에 4%밖에 못하고 있다. 서울 소재 결핵치료 전문병원은 노숙자 결핵환자 대상 2007년 치료성공률이 40% 미만이었다. 하지만, 자활을 통한 생계대책 등 종합적인 환자관리를 한 결과 2배 이상 높아졌다. 또 열악한 시설의 국공립 결핵병원들의 시설개선과 외국인 결핵환자의 입국관리, 각혈을 할 때까지 주변에 전파시키는 예방 시스템의 부재도 해결돼야 할 과제로 제시되고 있다. 결핵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손실은 연간 8197억 원이다. 보건복지가족부의 통계자료에 따르면, 2006년 현재 결핵으로 인한 총비용을 소득손실액과 의료비용, 예산지출 등으로 산출한 결과 이같이 추산했다. 연도별 증가액은 120억 원 이상으로 예상된다. 적정한 예산지원을 통해 꾸준히 환자를 관리하고 치료하고 예방한다면, 이만큼의 손실을 절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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