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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광고의 세계 ② 현대자동차] “우리가 지루하다고?”

신선·파격 글로벌 광고로 이미지 향상 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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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272호 정초원⁄ 2012.04.30 14:57:18

소비자들은 현대·기아자동차에 대해 어떤 느낌을 갖고 있을까? 현대차는 이미 글로벌 시장에서 독일차를 따라잡겠다는 포부를 세웠고, 기아차는 독일 디자이너를 통해 유럽형 디자인을 선보이고 있다. 해외 소비자들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사실 과거 현대·기아차가 구축해놓은 이미지는 마냥 긍정적이라고 보긴 어렵다. 회사 측도 “현대차, 기아차에 대한 소비자들의 기존 인식은 딱딱하고 정형화된, 어떻게 보면 지루한 기업이라는 이미지였다”며 “과거의 자동차 광고들을 봐도 소비자들을 유혹하는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다”고 고백할 정도다. 이런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해 현대·기아차는 젊은 소비자들에게 다가가기 위한 광고를 제작하기 시작했다. 그중 큰 성과를 이룬 광고는 지난 2009년부터 미국을 중심으로 진행된 기아자동차의 시리즈 광고다. 귀여운 햄스터를 등장시켜 네티즌들의 눈길을 끌었다. 특히 작년에는 세계적으로 유행한 셔플댄스 열풍을 활용한 햄스터 시리즈를 제작해 호평을 받았다. ‘셔플 댄스 햄스터 광고’는 작년 모터트렌드 선정 자동차 광고 톱10에서 1위(544만1948건 조회)를 기록했으며, 유튜브 조회건수 1000만 건을 기록했다. 또 세계적인 광고전문지인 에드에이지(AD Age)는 스페셜 리포트를 통해 미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브랜드 중 하나로 기아차 쏘울을 선정하고, ‘기아차 쏘울이 젊은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는 기사를 통해 쏘울 광고를 집중 조명했다.

기아차의 햄스터 광고는 동물 권익보호 단체인 ‘동물을 인도적으로 대하는 시민 모임(PETA)’으로부터 ‘좋은 광고상’, 닐슨이 선정한 자동차 부분 ‘올해의 광고상’을 받기도 했다. 광고의 효과는 실질적인 매출 실적으로도 이어졌다. 지난해 쏘울는 미국 시장에서 10만2267대를 판매해 전년 대비 52.4%의 성장세를 기록했다. ‘지루했던’ 현대차 광고 맞아? 반면 지나치게 파격적이어서 해외 일부 국가에서 상영금지 처분을 받은 광고도 있다. 지난해 3월 출시한 CUV 벨로스터의 해외 광고다. 작년 8월 네덜란드의 바이럴마케팅 기업이 제작한 이 광고는 저승사자가 등장하고 교통사고를 연상케 하는 장면들이 포함돼 잔인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젊은 소비자들의 반응은 호의적이었다. 파격과는 거리가 멀어 보였던 현대차의 이미지에 오히려 신선한 자극을 불러일으킨 사례다. 다수의 네티즌들은 해당 광고 영상을 접한 뒤 “광고의 표현 방식이 다소 과격하긴 하지만, 신선하고 재밌다”는 평가를 내렸다. 동영상 사이트를 통해 전 세계에 퍼진 이 광고는 ‘벨로스터는 안전을 위해 뒷좌석 왼쪽문을 아예 없애버렸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영상은 자동차 뒷자석에 타고 있던 여성이 왼쪽 뒷문을 통해 찻길 쪽으로 내리려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밖에서 지켜보고 있던 저승사자도 그녀가 내리기 쉽도록 문을 함께 열어주고, 결국 이 여성은 지나가던 차에 순식간에 치여 버린다.

이때 광고는 다시 처음 상황으로 되돌아간다. 여성이 왼쪽 문으로 내리려 하지만, 현대차 벨로스터에는 뒷자석 왼쪽 문이 없다. 여성은 어쩔 수 없이 오른쪽 문을 통해 차에서 내리고 안전하게 인도를 통해 걸어간다. 찻길 쪽 문을 열어주려던 저승사자가 오히려 달려오던 다른 차에 치이고 만다. 그리고 화면에는 “Hyundai Veloster, one door on the left, two doors on the safe side(현대 벨로스터, 왼쪽에 문 하나, 안전한 쪽엔 문 2개)”라는 광고 카피가 뜬다. 좌우 비대칭 3도어 차량인 벨로스터의 특징을 절묘하게 표현한 것이다. 이 광고는 동영상 사이트를 통해 퍼져나갔고, 수백만 건의 조회수를 기록하며 해외 네티즌들의 관심을 모았다. “글로벌 브랜드 이미지를 잡아라” 최근 현대·기아자동차는 제품의 특징과 장점보다는 브랜드 자체에 호감을 갖도록 하는 광고-마케팅 추세를 포착했다. ‘정(情)’ 하면 떠오르는 오리온 제과의 초코파이 광고, ‘올레(Olle)’로 유명한 KT의 광고 등이 그 예다. 단순히 제품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브랜드 그 자체로 이야기를 만들어 나가는 ‘스토리텔링’이 더욱 중요해지는 시대다. 현대·기아차 측은 “60~70년대 광고는 제품에 대한 특별한 설명도 없이 자사 제품이 최고라는 식의 광고가 주류였고, 80~90년대 광고들은 성능이나 특징을 구구절절 나열하는 광고가 대부분이었다. 과거에는 매체를 통해 제품을 광고하는 기업은 손에 꼽을 정도였고 제품 종류도 많지 않았기 때문에 단순히 제품 자체를 알리거나, 특징을 알리는 것만으로 고객을 끌 수 있었다”고 전했다. 그러나 최근 광고는 과거처럼 단순히 제품 특징을 열거하는 경우는 찾아보기 힘들게 됐다. 현대·기아차 측은 “심지어 어떤 광고들은 처음 봤을 때 도무지 뭘 광고하는지 알기 힘든 경우도 다반사”라며 “인터넷을 비롯한 다양한 매체들을 통해 각종 제품 정보가 쏟아져 나오고 있기 때문에 과거처럼 제품 설명서 식의 광고로는 더 이상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런 흐름 속에서 현대·기아차는 브랜드 자체의 힘을 키울 ‘글로벌 기업 이미지 캠페인’에 힘을 쏟기로 했다. 특히 현대차는 새로운 브랜드 캠페인 ‘리브 브릴리언트(Live Brilliant)’를 3월 30일부터 시행하고 있다. ‘리브 브릴리언트’는 고객의 삶을 나타내는 ‘Live’와 ‘눈부신, 찬란한’을 의미하는 ‘Brilliant’의 조합으로, 고객의 삶을 더욱 빛나고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존재로 자리매김하겠다는 의미다. 현대차 관계자는 “이제는 현대차가 전 세계 고객들에게 어떤 이미지로 보일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때”라며 “고객의 인생에서 가장 빛나는 순간을 함께 하는 차로 인식되도록 하는 브랜딩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 일환으로 회사 측은 Self(자아), Love(사랑), Friendship(우정), Family(가족) 등 4개 에피소드로 구성된 기업 영상 광고를 만들었다. 이 광고에는 자아를 발견하기 위해 떠나는 일탈, 사랑의 설레임, 우정을 확인하는 순간, 가족의 만남과 재탄생 등 인생에서 가장 빛나는 순간에 현대차가 함께 해왔다는 내용을 담았다. 특히 현대차의 캠페인 광고는 4월부터 글로벌 주요 시장에서도 동일하게 실시됐다. 고객이 기대하는 것 이상의 경험과 가치를 현대차만의 혁신을 통해 더 많은 고객에게 제공한다는 의미의 ‘모던 프리미엄(Modern Premium)’을 세계적으로 인식시키기 위해서다. 기아차도 지난해 말부터 글로벌 기업 이미지 캠페인을 벌였다. 향후 2~3년간 지속적으로 전세계 주요 지역을 대상으로 대규모 캠페인을 실시하고, 기아차에 대한 고객들의 인식을 개선한다는 의도다. 지난 2007년 디자인(Design)을 주제로 한 기업 PR 광고를 국내에 선보인 적은 있었지만, 국내와 해외를 아우르는 대규모의 글로벌 기업 이미지 캠페인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캠페인 광고에 새겨진 ‘Kia, The Power to Surprise(기아, 세상을 놀라게 하는 힘)’이라는 문구는 글로벌 기업으로 자리매김하려는 야심을 적극적으로 나타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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