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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호 칼럼]GMO의 과학적 진실과 국제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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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326호 박현준⁄ 2013.05.13 14:23:22

유전자재조합생명체(GMO) 사용을 반대해 오던 영국의 환경운동가 마크 라이너스(Mark Lynas)가 지난 1월 3일 옥스퍼드농민대회에서 GMO 반대운동에 앞장서온 자신의 행동이 과학을 무시한 잘못된 것이었음을 시인하고 공개 사과했다. 마크 라이너스는 에딘버러대학에서 역사정치학을 공부한 인문학도로 깊은 과학적 지식 없이 1990년대 중반부터 GMO 빈대 운동에 앞장섰다. 당시 유럽 국가들은 WTO 무역자유화로 농산물 시장이 개방되어 미국이나 중남미에서 들어오는 값싼 GM 곡물로부터 자국의 농업을 보호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따라서 GMO 안전성 논란은 국익에 부합되는 일이었다. 대부분 식량을 자급하고 있는 유럽 국가들은 GM 농산물에 대한 표시제를 강화함으로서 값싼 외국 농산물의 수입을 막는 무역장벽으로 활용하고 있다. 마크 라이너스는 시민운동가로서 GMO 반대운동은 가장 성공적인 운동이었다고 자평한다. 유럽에서 시작된 GMO 유해론은 아프리카와 아시아로 퍼져나가 미국을 제외한 전 세계에서 GM 작물 불매운동이 일어난 것이다. 후일 환경운동가로서 온실가스에 의한 지구 온난화에 대한 책(대표작: 6 Degrees: Our Future on a Hotter Planet, 6도 더워진 지구에서 인류의 미래)들을 쓰면서 그는 과학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그가 주장했던 GMO 유해론이 과학적 사실을 무시한 잘못된 판단이었음을 깨닫게 된다. 그의 잘못된 판단으로 아프리카나 아시아의 많은 가난한 사람들이 생명공학 기술의 혜택을 받지 못하고 굶주림에 시달리게 되었다고 자책하고, 그의 잘못된 행동에 대해 용서를 구하는 공개 사과를 한 것이다. 전 세계는 그의 용기 있는 행동에 찬사를 보내고 있다. 마크 라이너스가 잘못을 인정하게 된 첫 번째 이유는 지난 20년간 미국인을 비롯한 세계 수억 명이 GM 곡물을 먹고 있으나 아직 GM 곡물을 먹고 이상 징후를 나타내었다는 보고가 한건도 없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유럽 과학자들도 GMO의 안전성 검증은 이제 끝났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유전자재조합된 생명체가 모두 안전한 것은 아니다. 수천가지의 재조합 생명체가 실험실에서 만들어지고 있으나 그중에서 안전하다고 인정되어 실험실 밖으로 나와 재배되고 상업적으로 생산되는 GMO는 백여 종류에 불과하다. 하나의 유전자재조합 생명체가 실험실에서 만들어진 후 그 안전성을 평가하는 기간이 4-5년 걸리고 여기에 드는 비용이 평균 1억3900만 달러가 소요된다고 한다.

GMO는 안전성 넘어 국제 정치경제 문제로 비화 안전성이 확인되어 재배 생산이 된 후 GM 작물을 외국으로 수출하려면 수입국에서 다시 그 나라의 기준에 따라 안전성 평가를 하는데 3-5년이 걸린다. 이렇게 철저하게 오랫동안 많은 비용을 들여야 GM 작물이 상업화되므로 웬만한 규모의 회사는 그 개발을 엄두도 내지 못하는 것이다. 그래서 세계적인 대기업들이 이 일을 주도하게 되고 막대하게 들어간 개발비를 뽑기 위해 종자 특허를 내어 비싸게 팔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몇 개의 공룡기업들이 GM 종자를 독점해 전 세계의 농업을 장악하고 이들이 카길 등 곡물메이저들과 연합하면 세계인의 식량이 이들의 손안에 종속된다는 우려이다. 이들 공룡기업들이 재배되는 작물의 종류와 가격을 결정해 세계 농민을 새로운 형태의 노예로 전락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식량 대국들이 식량으로 다른 나라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식량의 무기화가 가속화될 수 있다. GMO의 문제는 안전성의 문제가 아니다. 정치 경제의 문제가 될 것이며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국제 정치의 새로운 틀이 마련돼야 하는 것이다. - 이철호 한국식량안보연구재단 이사장·고려대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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