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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윤기 변호사의 만화 법률 _ 부동산 담보]가등기 담보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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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339호 박현준⁄ 2013.08.12 14:02:33

“채무자가 3000만 원을 빌리면서 시가 1억 원의 집을 담보로 제공했습니다. 3000만 원을 갚지 못했는데, 채권자가 집의 명의를 이전해가겠다고 합니다. 방법이 없나요?” 부동산과 관련한 상담을 할 때 은근히 많이 받는 질문입니다. 예전 드라마나 사극에는 집문서를 맡기고 돈을 빌려 노름을 하다 집을 빼앗기는 장면이 종종 나오곤 했습니다. 집문서에 해당하는 것이 현대에는 등기필증이긴 하지만 현재의 법체계에서는 단지 등기필증을 채권자에게 맡긴다고 해서 부동산의 소유권이 넘어가지는 않습니다. 흔히 은행에 부동산을 담보로 제공하고 돈을 빌릴 때는 ‘근저당’을 설정하게 됩니다. 그런데 이 근저당이라는 것이 한도가 정해져 있고 결국 경매를 통해서 돈을 받아갈 수밖에 없기 때문에, 채권자의 입장에서는 한도가 없거나 좀 더 수월하게 돈을 받을 수 있는(채권을 실현할 수 있는) 방법을 찾으려고 합니다. 우리 민법은 담보제도로서 유치권, 질권, 저당권을 규정하고 있는데, 이러한 제도를 일반적으로 쓰이는 담보라는 의미로 ‘전형(全形)담보’라고 합니다. 이 제도들 이외에 ‘비(非)전형 담보라’고 불리는 것들이 있습니다. 비전형 담보에는 여러 가지 분류 방법이 있겠지만, 매매의 방법으로 이루어지는 것과, 소비대차(돈을 빌려주고 받는 것)의 방법으로 이루어지는 것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쉽게 설명하자면, 부동산을 매매의 형식으로 팔고 돈을 빌린 후에, 빌린 돈을 반환하고 물건을 다시 매수하는 방법(매도담보)과 돈을 빌린 후에 담보로 부동산의 소유권을 이전하거나(양도담보) 앞으로 소유권을 이전하기로 예약하고 가등기를 하는 경우(가등기 담보)가 있습니다. 즉, 채권자가 돈을 빌려주고 채무자가 돈을 못 갚을 때 채무자가 자신의 부동산을 채권자에게 넘겨주는 형태가 비전형 담보라고 이해하시면 편할 것입니다. 이와 같은 비전형(非全形) 담보들은 채권자가 자신의 채권에 비해 과다한 가격의 부동산을 담보로 받고, 채무자가 돈을 갚지 못했을 경우 이를 가져간다면 채무자의 입장에서는 큰 손해를 보게 됩니다. 매도담보·양도담보·가등기 담보와 같은 제도들은 실제로 채권자가 폭리를 취하는 수단으로 악용되어 왔습니다. 채권자 폭리 막는 법 규정 물론 우리 법은 이러한 채권자의 폭리를 막기 위한 규정이 있습니다. 민법 제607조는 “차용물의 반환에 관하여 차주가 차용물에 갈음해 다른 재산권을 이전할 것을 예약한 경우에는 그 재산의 예약당시의 가액이 차용액 및 이에 붙인 이자의 합산 액을 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제608조는 “전2조의 규정에 위반한 당사자의 약정으로서 차주에 불리한 것은 환매 기타 여하한 명목이라도 그 효력이 없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조문의 문구가 상당히 어려운데, 채권자는 담보물의 가액(가격)이 빌린 돈과 이자의 합산 액을 넘을 경우 채권자는 정산을 해야 할 의무를 부담하게 되었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채무자의 입장에서는 상당히 합리적인 규정입니다. 그러다 보니 이를 피하기 위하여 다양한 편법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제소전 화해라는 제도를 악용하는 방법이 문제가 되었습니다. 제소전화해(提訴前和解)라는 것은 말 그대로 소송을 제기하기 전에(제소전) 미리 판사 앞에서 화해(합의)를 하는 제도를 말합니다. 이 화해가 성립되면, 그 화해의 내용이 적인 조서는 확정판결과 동일한 효력을 가집니다. 예전에는 제소전화해는 법원의 형식적인 심사만을 거치고, 내용에 대한 심사가 실질적으로 이루어 지지 않았기 때문에 불합리한 내용으로 화해가 성립되는 일이 많았습니다(물론 현재는 법원에서 제소전 화해라고 하더라도 그 내용을 실질적으로 검토하여 법에 저촉되지 않는지 여부를 확인하고 있습니다). 채권자가 가등기담보나 양도담보를 하면서 미리 제소전 화해를 하여 변제기가 되면 채권자가 즉시 가등기에 따른 본등기를 하거나 양도담보로 제공된 부동산의 소유권을 취득하는 편법을 쓰는 경우가 생겼습니다.

제소전 화해의 내용은 민법의 제607조, 제608조에 위반된다고 해도 (재심절차에 따라) 제소전 화해가 취소되지 않는 이상 무효로 할 수 없기 때문에, 채무자는 정산을 요구할 수는 있지만 자신이 담보로 제공한 부동산의 소유권을 다시 자신의 것으로 돌릴 수 없었고, 그 뿐만 아니라 채권자로 부터 정산금을 받는 권리도 제대로 보장되지 못했습니다. 채권자가 담보물건의 소유권을 취득한 후에 정산을 해주어야 하는데, 여러 가지 편법을 동원하여 정산을 해주지 않는 경우가 발생하였습니다. 그래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1983년 “가등기담보 등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었습니다. 이 법의 핵심은 채무자가 채무를 변제하지 않는 경우에도, 채권자는 “정산을 하고 담보물의 소유권을 취득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가등기담보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른 정산절차를 거치지 않은 경우 담보물로 제공된 부동산을 채권자 명의로 등기하더라도 채권자가 소유권을 취득하지 못합니다. 채무자의 입장에서는 채무를 변제하고 담보물을 다시 찾아올 수 있는 기회가 생겼습니다. 이 법은 나아가 “가등기담보”외에 양도담보와 매도담보에도 적용되기 때문에 기존의 비전형 담보제도의 문제점을 상당히 개선했다고 평가되고 있습니다. 우리가 많이 접하는 것은 양도담보나 매도담보 보다는 등기부에 나타나는 가등기담보입니다. 우리가 등기부를 볼 때 “소유권이전청구권을 보전하기 위한 가등기”라고 기재된 경우를 볼 수 있습니다. 가등기라는 것은 청구권을 보전하기 위하여 임시로(假) 해 놓는 등기입니다. 보통 가등기는 가등기에 따라 본등기를 하면 등기 순위를 가등기의 순서에 따라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즉 A라는 사람이 자신의 소유 부동산에 B에게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보전을 위한 가등기를 설정한 후에 C에게 근저당권을 설정하였다면, 나중에 B가 가등기에 근거하여 본등기를 하게 되면 C의 근저당권은 효력을 상실하게 됩니다. 부동산 매매시 가등기 확인해야 가등기담보라는 것은 이러한 가등기를 담보로 사용하는 것입니다. 즉, 담보로 제공된 부동산의 등기부에 “소유권이전청구권을 보전하기 위한 가등기”라고 기재하고 돈을 빌려주는 방법입니다. 원래 가등기는 청구권을 보전하기 위한 것인데, 등기부만 보아서는 담보를 위한 가등기인지 청구권을 보전하기 위한 가등기인지를 알 수 없습니다. 특히 부동산을 매매하거나 임차하는 경우에 이러한 가등기가 있는지는 꼭 확인해 보아야 할 문제입니다. 담보가등기의 경우 근저당권과 달리 얼마를 빌렸는지(피담보채권액), 이자, 변제기 등이 등기에 나타나지 않기 때문에 매우 주의해야 합니다. 등기부에 기재된 가등기가 청구권보전의 가등기라면 그 자체만으로는 효력이 없지만, 담보가등기라면 경매에 있어서는 저당권과 같은 효력을 가지고 채권자가 가등기 순위에 따라 경매대금에서 우선변제를 받을 수 있어 주의해야 합니다. “가등기담보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채권자가 자신의 채권을 실행하기 위해서는 부동산의 권리를 취득하고 정산하거나(법률용어로는 귀속정산), 경매를 통하여 처분하는 방법(처분정산) 중의 하나를 선택하여 자신의 채권을 회수합니다. 특히 경매에 들어가면 가등기 담보는 근저당과 거의 같은 절차에 의해 진행되고, 순위에 따라 변제받게 됩니다. 귀속정산의 경우 채권자로서는 정산절차를 완전히 마쳐야 목적 부동산의 소유권을 취득합니다. 채권자의 명의로 소유권 등기가 넘어가도, 정산이 완료되지 않으면 채권자는 부동산의 소유권을 취득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제대로 정산했는지, 절차상 문제점은 없는지와 관련하여 법정에서 다투어지고는 합니다. 담보로 제공된 부동산의 가격이 떨어진 경우에는 별로 문제되지 않지만, 부동산의 가격이 크게 오른 경우 정산의 문제는 치열하게 다투어 집니다. 반대로 채무자는 채권자로부터 정산을 받기 전에는 그 시점까지의 원금과 이자, 손해금을 채권자에게 지급하고, 담보 가등기의 말소를 청구할 수 있습니다. “가등기담보 등에 관한 법률”은 이러한 채무자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하여 채무자 보호의 관점에서 세세한 절차까지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 법 제4조에서는 명시적으로 “청산금지급과 소유권의 취득에 관련된 규정(제4조의 1항 내지 3항)에 어긋나는 특약(特約)으로서 채무자등에게 불리한 것은 그 효력이 없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흔히들 이러한 절차를 잘 몰라서, 부동산의 소유권을 잃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러나 법정에서 잘 몰랐다는 말은 통하지 않습니다. 채권자들도 법에 규정된 이러한 절차를 따라 청산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것을 일부러 말해주지는 않습니다. 빌린 돈 때문에 부당하게 부동산의 소유권을 잃게 되었다면, “가등기담보 등에 관한 법률”이 적용되는 상황인지 여부를 한번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 고윤기 로펌고우 변호사 / 서울지방변호사회 사업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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