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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우의 ‘중국 비즈니스 매너와 스피치’ ③]중국식 꽌시, 한국식 인맥

중국비즈니스 핵심은 꽌시(가족), 중국 파트너를 가족처럼 대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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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376호 정지우 중국문화 동시통역사⁄ 2014.04.28 14:04:45

중국친구 : 쯔위. 워빠마슈어 난드어찌아오샹러 시앙니쩌머부츄어더한구어하오펑요우러 이딩야오칭니따오잔지아리라이 이치츠뚠판. (志宇,我爸妈说难得交上了像你这么不错的韩国好朋友了一定要请你到咱家里来一起吃顿饭。) 지우야, 우리 부모님이 너처럼 좋은 한국친구 사귀기 쉽지 않다고, 꼭 집으로 초대해서 밥 한 끼 같이 먹어야 된다고 하시네.

: 쩐더야. 슈슈아이 타이커치러. 시엔 티워씨에씨에타먼. 부꾸어 워취니지아 퐝비엔마? 후웨이부후웨이 게이니먼 티엔 마판아? (真的呀。叔叔阿姨太客气了!先替我谢谢他们。不过我去你家方便吗?会不会给你们添麻烦啊!) 정말? 너희 부모님 너무 매너 좋으시다. 먼저 나 대신 감사하다고 말씀 드려. 그런데 나 니네 집 가도 돼? 민폐 끼치는 거 아닐까?

중국친구 : 니차이커치너! 쟌리아 세이껀세이아! 부야오쩌머커치!(你才客气呢!咱俩谁跟谁啊!不要这么客气!) 너야말로 너무 예의 차리는  거 아냐? 우리가 어떤 사인데. 이렇게 사양 안 해도 돼!  

중국어 연수시절, 언어공부에 지쳐 향수병에 걸렸을 즈음이다. 중국친구로부터 집 초대를 받았다. 중국인들은 외식을 즐겨하고, 비싼 식당으로 초대하는 걸 매너라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정말 친하지 않으면 집으로 초대하지 않는다.

그런데 집으로 초대라니. 나는 너무 기뻤다. 과자, 라면, 김 등 한국에서 싸들고 온 귀한 비상식량을 최대한 많이 싸들고 친구 집을 방문했다. 친구 집에서 ‘상다리가 부러지도록’이란 말이 무색할 정도로 융숭한 대접을 받았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가족의 정이었다.

열흘 쯤 지났을까? 친구에게서 또 전화가 왔다.

중국친구 : 쯔위. 워빠마슈어 난드어찌아오샹러 시앙니쩌머부츄어더한구어하오펑요우러 이딩야오칭니따오잔지아리라이 이치츠뚠판. (志宇,我爸妈说难得交上了像你这么不错的韩国好朋友了一定要请你到咱 家里来一起吃顿饭。) 지우야, 우리 부모님이 너처럼 좋은 한국친구 사귀기 쉽지 않다고, 꼭 우리집으로 초대해 식사를 같이 해야 한다고 하시네.

: 아? 니먼 하이야오 칭워야? (啊?你们还要请我呀?) 아? 또 초대하신다고?

이상했다. 분명히 지난 주에 초대를 받아 다녀왔다. 그런데 중국친구는 마치 처음 있는 일처럼 똑같은 코멘트로 초대했다. 어찌된 일인지 궁금하고 이상했다. 그러나 한국에서 이미 중국인들은 사생활에 대해 물어보는 걸 금기시한다고 들었다. 챙겨갈 한국 선물도 별로 없었다. 궁금 반, 부담 반으로 초대 장소에 나갔다. 그런데 웬 걸. 친구는 분명 집으로 초대한다고 했다. 하지만 지난 번 집이 아닌 다른 집이다. 더욱 놀란 것은 지난 번과 전혀 다른 부모님이다.
 
친구는 지난 주에 소개한 부모님들에게 한 것과 마찬가지로 매우 친근하고 애교 섞인 목소리로 “빠마 ~(爸妈-아빠, 엄마)라고 호칭하고 있다. 누가 봐도 너무나 단란한 한 가족이다. 지난 주와 똑같이 상다리가 부러지도록 대접을 받았다. 여전히 정이 느껴지는 풍경이다.

맛있는 음식을 앞에 뒀으나 맛보다는 어리둥절 당황할 수 밖에 없었다. “이상하다. 부모님이 이혼하셨나? 이분들은 누구실까.” 집으로 돌아가는 길. 나는 결국 궁금함을 참지 못하고 친구에게 물었다. “도대체 누가 너의 진짜 부모님이시니?”

‘소황제’라는 말이 있다. 중국의 한족은 한 가정에서 한 아이만 낳는다. 법이 그렇다. 그래서 자식 사랑이 남다르다. 늘 하나밖에 없는 귀한 자식을 위해 노심초사한다. 각박하고 살기 힘든 세상이다. 남은 남이다. 그래서 중국인들은 친척을 매우 중시한다. 사촌 형제자매(비아오 시옹띠지에메이 表兄弟姐妹)를 끔찍이 여긴다. 그러나 이들만으로는 부족하다.

중국 부모는 자기들만큼 내 아이를 챙겨줄 수 있는 ‘인공혈연’을 만들어준다. ‘깐디에(干爹, 수양아빠)’, ‘깐마(干妈, 수양엄마)’, ‘깐끄어(干哥, 수양오빠)’들이 바로 그것이다. ‘干(깐)’은 ‘하다, 만들다’라는 뜻이다. 한국인이 생각하는 수양오빠나 X오빠가 아니다. 친아빠처럼 ‘하고’ 친엄마로 ‘만드는 것’이다. 그것이 중국식 꽌시다. 중국인에게 있어서 꽌시는 가족이다. 중국인에게 있어서 꽌시는 인공적일지언정 ‘피를 나눈 사이’인 것이다.

중국비즈니스의 핵심은 꽌시다. 중국과 사업하는 한국인은 ‘꽌시’에 의해 비즈니스의 성공 여부가 달려있다는 걸 잘 알고 있다. 중국내 꽌시를 만들기 위해 온갖 방법을 동원한다. 중국인의 꽌시는 커치(客气사양하다, 거리를 두다, 체면을 차리다)에서 시작한다. “客(손님객)”, “气(기운기).” 즉, 손님처럼 거리를 두고, 체면을 차리며, 적절히 사양하고, 매너 있게 행동 해야 된다는 것이다.

한국인 대다수는 이 커치(客气)단계에서 조바심을 내거나, 착각하기 쉽다. 집에 초대 한 번만 받아도, 하루만 술을 거하고 즐겁게 마셔도, 몇 십 년을 알고 지낸 것처럼 친근하게 느낀다. “내가 누구누구를 아는데”라며 과장 표현을 한다. 밥도 오래오래 정성껏 뜸을 들여야 맛이 있다. 취사버튼에 익숙한 우리는 이 단계를 어떻게든 스킵 하려 한다.

중국에서는 왜 구전마케팅이 먹힐까? 중국인이 의심이 많은 걸까. 아니면 자기와 피를 나눈 가족을 믿는 걸까. 중국인은 이해타산에 밝아서 1000원만 더 줘도 옮겨가는 걸까. 또는 단 돈 1000원일지언정 자신을 알아주고 인정해 주는 곳으로 가는 걸까.

중국에서의 꽌시는 가족이다. 중국 파트너를 친 가족처럼 대한 적이 있었나를 생각해야 한다. 중국인들이 한국인인 나를 친 가족처럼 여기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 정지우 중국문화 동시통역사 (정리 = 박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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