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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절차의 결핍’ 드러낸 세월호 “생명자본주의 회복시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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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379호 김경훈 편집인 겸 편집국장⁄ 2014.05.22 08:56:37

강이나 바다의 물이 빠지면 돌이 드러난다. (수락석출 水落石出) 평소 감춰져있던 모습이지만 언젠가는 실상을 보인다. 흑막이 걷히면 진상이 나오는 이치다. 아무리 덮어두려 해도 언젠가는 밝혀진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순 없다. 세월호 침몰 사건이 그렇다.

전대미문의 참사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건만, 의혹과 분노가 치민다. 충격적인 실상은 낱낱이 드러났다. 운항선사 청해진해운과 배후의 세모 실소유주 유병언 일가는 탐욕에 눈멀었다. 그들과 야합한 해양경찰, 그들과 유착됐거나 방관한 부패한 관리, 그들은 이제 존재의 이유를 잃었다. 국민세금으로 먹고사는 무능한 공무원의 실상이다.


절차를 망각한 세월호, 결국 살생의 업으로 돌아와

“물욕에 눈이 어두워 마땅히 지켜야 할 안전규정을 지키지 않았고, 불의를 묵인해 준 무책임한 행동들이 살생의 업으로 돌아왔다”는 박근혜 대통령의 개탄은 과장이 아니다. 세월호 침몰은 ‘절차의 결핍’이 부른 재앙이다. 마땅히 있어야 할 게 없었고, 해야 할 일을 안 했다. 절차와 과정을 무시하고 성과와 결과만 좇았다.   

얼마 전 방한한 독일의 사회학자 울리히 백은 우리나라를 대표적 위험사회라 했다. 모래위의 성이라 했다. 그동안 우리는 경이로운 경제성장과 과학기술의 혁신을 이뤘다. 광속의 사회발전과 격렬한 남북대치가 결국 위험사회라는 오명을 낳았다. 

다이내믹한 우리나라는 피로사회로도 불린다. 각계도처에 피로감이 넘친다. 성과중심의 과잉활동이 우울증환자와 낙오자를 양산하기도 한다. (한병철 ‘피로사회’) 고도 압축성장 와중에 불가피하게 양산된 현상이다. 양지가 있으면 음지가 있듯, 빛이 있으면 그림자도 있는 법이다.

경이로운 경제성장과 광속의 사회발전에서 우리가 놓친 건 무엇일까? 다름 아닌 생명과 안전의 가치와 소중함이다. 병들어가는 자본주의를 복원하는 마지막 키워드는 생명이다. 돈과 물질중심의 자본주의를 생명과 사랑중심의 자본주의로 바로 잡자는 것이다. 이른 바 ‘생명자본주의’(The vita capitalism)다. 


생명이 곧 자본, 네모난 삼각형 절대 만들 순 없다

석학 이어령 교수는 ‘생명이 자본이다’ 란 책을 통해 생명과 사랑을 설파했다. 고속도로 아스팔트 틈 사이로 피어난 꽃에서 생명과 사랑을 느껴야 한다. 추운 겨울 어항 속에 꽁꽁 얼어 있는 금붕어를 살리려는 마음이 있어야 한다. 단원고(檀園高) 학생 등 300명이 넘는 승객이 목숨을 잃은 팽목항 통곡의 바다는 참다운 생명의 가치를 무시한 인재(人災)다.

어린 학생들이 희생된 안산 단원고 교가 중에 “예술의 향기 품은 단원 동산에… 미래를 열어 갈 기둥이 되자”는 구절이 있다. 안산은 조선시대 풍속화가 단원(檀園) 김홍도(金弘道)와 깊은 관련이 있다. 스승인 문인화가 표암 강세황이 안산에 살았다. 김홍도는 어릴 적부터 스승의 집에 그림을 배우러 다녔다. 안산시는 매년 단원미술제를 연다.

안산은 1970년대 반월 신공업도시가 생기면서 인구가 늘어 1986년 안산시로 독립했다. 이곳  아파트 단지와 공원, 지하철역 곳곳에 단원의 그림이 눈에 띤다. 예술의 향과 멋이 흐르는 평안한 동네다. 안산이 세월호 아픔을 치유하고 빨리 본연의 모습을 찾길 고대한다.  

세월호 침몰 사건은 총체적 부실과 무능, 안이함을 드러냈다. 장막을 걷어내면 참상이 보인다. 껍데기를 벗기자 썩은 속살이 드러났다. 생명과 사랑중심의 기본으로 돌아갈 때다. 위대함은 역경에서 꽃을 피운다. 역경과 근심이 오히려 도약과 발전의 씨앗이 된다. 안락은 죽음이요, 우환은 생존이다. (안락사 우환생 安樂死 憂患生)

네모난 삼각형을 만들려는 건 오만과 방종이다. 세모의 세월호 비극, 한 달이 넘었다.

- 김경훈 편집인 겸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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