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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20년 뜸 들인 쌀시장 개방 해법 찾자…“선심성 포퓰리즘 금물, 국익 따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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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386호 김경훈 편집인 겸 편집국장⁄ 2014.07.10 09:39:41

▲ CNB저널, CNBJOURNAL, 씨앤비저널

쌀(밥)은 생명이자 우주이며 신(神)이다. 쌀(米) 한 톨이 세상에 나오려면 사람의 손길 팔십팔(八十八)번이 간다. 사람이 나서 갈 때까지 평생을 함께 해도 질리지 않는 게 밥이다. ‘달빛 비추는 밤과 잘 지은 밥에 싫증내는 사람이 있을까’라는 오래된 일본 속담도 있다.

쌀을 잉태하는 벼가 지닌 고결한 자태는 사군자에 못잖다. 사군자에 벼를 더해 오군자(매난국죽도 梅蘭菊竹稻)라 부른다. 벼꽃은 이삭을 패고 나서 하루에 딱 한 번 오전 10∼12시에 핀다. 꽃을 피워도 암술을 수술이 감싸 다른 수술의 꽃씨가 날아와도 수정을 할 수가 없다. 자신의 혈통을 순결하게 이어간다. 벼는 겸양의 미덕이 있어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


쌀은 세계 평화의 보루…각종 성인병과 노화 막는 슈퍼쌀 개발

쌀은 세계의 평화를 지키는 최후의 보루다. 다른 것 다 없어도 식량만큼 못하다. 석유 고갈로 자원의 위기를 겪은 인류는 지금 생명의 위기에 처해 있다. 식량은 물과 더불어 지속가능한 삶의 바로미터다. 제2, 제3의 녹색혁명이 지구를 살린다. 미국의 농학자 보르그 박사는 1970년 노벨 평화상을 받았다. ‘소노라’란 밀을 품종 개량해 인도와 파키스탄을 기아에서 구했다.

슈퍼쌀은 인간의 건강을 지키는 웰빙의 보배다. 각종 성인병과 노화를 막을 수 있다. 주식인 쌀을 업그레이드시킨 슈퍼쌀(슈퍼 자미, 슈퍼 홍미)은 유해(활성)산소를 없애는 항산화 성분인 안토시아닌이 풍부하다. 300종에 달하는 안토시아닌 중 항산화 효과가 가장 크다는 C3G를 많이 함유하고 있다. 블루베리에 비해 1.5배 높다. 일반 쌀은 안토시아닌이 거의 없다.

슈퍼쌀은 한국방송통신대 농학과 류수노 교수가 개발했다. 중학교 졸업 후 가업으로 농사를 짓다 9급 공무원과 7급 농업연구사를 지냈다. 1982년 이 대학 첫 입학생인 류 교수는 졸업생 최초로 교수가 됐다. 관련 학위 논문만 120편에 이른다. 류 교수는 기자와 통화에서 “국가의 도움을 입고 혜택을 봤으니 이제 국가를 위해 봉사하고 싶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녹색혁명을 이끈 통일벼를 개발한 주인공은 허문회 전 서울대 농업생명대 교수(2010년 작고)다. 그의 수제자인 박순직 박사와 함께 류 교수가 큰 성과를 이뤘다. 40년이 소요된다는 육종기술을 13년 만에 해냈다. 3모작이 가능한 필리핀의 국제쌀연구소(IRRI)에서 연구한 힘이 발판이 됐다. 이미 미국과 일본에 특허 등록을 냈다. 국익창출이 기대된다.  


개방유예 때 비용 더 들어…개방 땐 관세율 400% 이상 매겨야

공교롭게도 필리핀과 우리나라는 공통점이 있다. 세계무역기구(WTO) 159개 회원국 가운데  유이(有二)하게 쌀시장을 개방하지 않은 국가다. 지금 우리는 쌀에 관세를 매겨 개방하느냐, 쌀 의무수입량을 계속 늘리느냐의 기로에 서 있다. 쌀 관세화 유예기간이 올해 끝난다. 9월까지 WTO에 통보해야 한다. 시간이 많지 않다. 중지를 모아 정책방향을 결정해야 한다.

쌀시장 개방은 국익과 직결된다. 20년을 끌어온 이 문제는 오로지 국익차원에서 접근해야 옳다. 1994년 타결된 우루과이라운드(UR) 협상에서 쌀시장을 개방한 후 수입량이 2013년 40만 9000t으로 급증했다. 축구장 100개 넓이의 창고를 채울 물량이다. 개방을 5년 유예할 때 드는 수입과 보관운송비용은 2조 8065억, 개방할 때 의무수입 비용은 1조 7010억이다.

기회비용 개념으로만 따져도 쌀시장 개방이 유예보다 유리하다. 쌀시장을 개방하는 대신 높은 관세율을 매겨야 쌀 가격경쟁력이 보전된다. 현재 우리 쌀은 kg 당 2300원, 수입쌀은 821원이다. 관세율이 400% 돼야 우리 쌀 농가에도 피해가 가지 않는다. 참고로 일본은 1999년 쌀 개방 때 1066%의 관세를 매겼다. 2003년 개방한 대만은 563%다.

20년 뜸 들인 쌀시장 개방의 해법을 찾을 때가 됐다. 선심성 포퓰리즘 및 구호나 캐치프레이즈로 접근할 사안이 아니다. 방안에 앉아선 농사를 짓지 못한다.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야 한다. 남을 위하는 게 결국 자기를 위하는 거다. (자리이타 自利利他)

- 김경훈 편집인 겸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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