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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호 복지 칼럼]나트륨 적정 섭취량에 대한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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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401호 이철호 한국식량안보연구재단 이사장, 고려대학교 명예교수⁄ 2014.10.23 08:55:49

▲ CNB저널, CNBJOURNAL, 씨앤비저널 

나트륨 줄이기 운동의 성과와 발전방향에 대한 토론회가 지난달 말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렸다. 나트륨의 과다섭취가 고혈압의 원인이 될 수 있고, 더 나아가 뇌졸중 등 심혈관계 질환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학계의 보고에 따라 세계보건기구(WHO)는 나트륨 섭취를 성인 1일 2g(소금으로 5g) 수준으로 줄일 것을 권고하고 있다. 곡물과 과채류 등 식물성식품을 주식으로 하는 동양인은 고기나 우유와 같은 동물성 식품을 주로 먹는 서양인에 비해 나트륨 섭취량이 많다.

한국인의 나트륨 평균 섭취량은 성인 1일 4.8g(소금으로 12g) 수준으로 WHO의 권고량 보다 2.4배나 많다. 이에 대해 WHO의 권고량에 따라 우리의 나트륨 섭취량을 대폭 줄여야 한다는 주장과 나트륨과 심혈관계 질환과의 관계에 대한 최근의 연구결과를 근거로 WHO의 권고량이 지나치게 낮은 이론치라는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나트륨은 우리 몸의 세포내외 체액조절과 신경전달 시스템에 작용하는 필수 영양물질이다. 나트륨의 섭취는 체액의 양을 늘리므로 일정 수준 이상에서는 나트륨 섭취량과 혈압과는 높은 상관관계를 가진다. 그러나 나트륨 섭취량과 심혈관계 질환과는 뚜렷한 관계를 나타내지 않는다. 그 이유는 뇌졸중을 비롯한 심혈관계 질환은 나트륨 섭취량 이외에도 식사패턴, 비만, 음주, 흡연, 운동량 등 생활 습관에 크게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특히 한중일의 동양 사람들은 심혈관계 질환에 좋은 과채류, 콩, 어류 등을 많이 먹기 때문에 서양 사람들 보다 나트륨을 더 먹어도 심혈관계 질환 발병률이 낮다. 실제로 서양 사람들의 평균 나트륨 섭취량은 1일 3.4g 수준이나 동양인은 4.8g 내외이다.       

최근 세계적인 저명 학술지에 나트륨 섭취량과 뇌졸중 등 심혈관계 질환과의 관계에 대한 새로운 연구 결과들이 속속 보고되고 있다. 2014년 뉴잉글랜드의학회지에 게재된 논문에는 17개국 10만명 이상의 정상인을 대상으로 조사한 연구에서 1일 나트륨 섭취량이 3g 이하이거나 6g 이상일 때 심혈관계 질환 사망률이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WHO 권고량은 지나치게 낮은 이론치에 근거한 것이라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10일 대전 유성구 농수산물시장에서 열린 아줌마축제에서 주부들이 김장김치를 담그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우리는 전통적으로 곡물을 주식으로 하고 간장, 된장, 김치, 젓갈 등 염장 발효식품으로부터 대부분의 나트륨을 섭취하고 있다. 칼륨함량이 비교적 높은 천일염으로 염장발효를 하므로 발효식품중의 나트륨은 정제염과는 다른 생리기능성을 가진다는 것이다. 또한 수 천 년을 칼륨함량이 높고 나트륨함량이 낮은 식물성식품을 주식으로 먹어왔기 때문에 우리의 DNA속에는 나트륨을 더 많이 요구하는 유전인자가 형성되었을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이런 모든 정황을 참작할 때 WHO의 나트륨 권고량은 우리에게 적합한 것이 아니라는 결론이 나온다.

정부는 그동안 목표로 했던 일부 가공식품의 나트륨 함량이 20%정도 낮아졌고 외식산업에서도 저염메뉴를 개발해 나트륨 줄이기에 동참하는 업소가 늘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국민건강을 위해 나트륨의 섭취가 지나치게 높은 사람들에게 경각심을 일깨우고 나트륨의 섭취를 줄이려는 노력은 바람직한 일이다. 그러나 세계보건기구(WHO)가 제시한 나트륨 섭취 권고량보다 우리가 2-3배 더 먹고 있다고 겁주는 것은 자칫 우리 음식에 대한 불안감을 조장하는 역효과가 일어날 수 있다.

보건복지부가 권장하고 있는 ‘주머니속의 똑똑한 밥상‘ 메뉴의 하루 세끼 식사의 나트륨 함량은 6.1g이다. 즉 우리 국민이 건강한 식단이라고 생각하는 식사로 하루에 6g 정도의 나트륨을 섭취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나트륨 줄이기 운동은 하루 6g 이상의 나트륨(소금으로 15g 이상)을 섭취하는 과다섭취그룹(성인남성의 약 40%, 성인여성의 약 20%)에 대한 홍보 교육으로 집중되어야 한다.

- (CNB저널 = 이철호 한국식량안보연구재단 이사장, 고려대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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