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B=왕진오 기자) 사찰의 야외 의식에 걸었던 괘불은 크기가 커서 전시할 수 있는 실내 공간을 찾기도 쉽지 않다. 이런 가운데 국립중앙박물관이 불교회화실에 괘불 전시공간을 마련했다.
사찰 소장 괘불을 특별 공개하는 테마전 아홉 전째 전시로 보물 제1269호 높이 1317cm 초대형 개암사 괘불이 10월 28일부터 관람객들 맞이하고 있다.
개암사 괘불(보물 제1269호, 1749년)은 괘불 중에서도 매우 큰 불화로 펼쳤을 때의 높이가 1317cm에 이른다. 석가모니불과 문수보살, 보현보살의 석가삼존(釋迦三尊)을 중심으로, 상단에 다보여래와 아미타불, 관음보살과 세지보살을 그려 칠존상(七尊像)을 표현했다.
불화를 그린 이는 당시 최고의 화사(畵師)였던 의겸(義謙)을 수화승(首畵僧)으로, 영안(永眼), 민희(敏熙), 호밀(好密) 등 화승 12인이 함께 참여해 모두 13인이다.
화면 하단에는 화기(畵記)가 있어 제작연대는 물론 괘불의 명칭, 시주자 등 불화 조성에 관한 정보를 알려준다. 화기에 의하면 이 괘불은 1749년에 영산회(靈山會) 의식에서 사용되는 ‘영산괘불(靈山掛佛)’로 조성됐다.
'개암사 괘불'의 바탕은 너비 30㎝의 삼베 28폭을 이어서 마련한 것이다. 여기에 화려한 채색을 위한 안료를 비롯하여 많은 물품이 사용됐다. 화기에는 괘불의 제작에 필요한 물품을 공양한 이들도 기록됐다. 일반신도 191명와 승려 59명을 합해 모두 250인이다.
개암사에는 이 괘불과 같은 크기의 초본(草本)이 함께 전해진다. 초본은 불화 제작에 꼭 필요한 밑그림인데, 괘불의 초본이 전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또 이처럼 큰 크기의 괘불 초본은 남아 있는 경우가 거의 없다. 초본과 완성된 불화가 함께 전해진다는 점에서 '개암사 괘불'의 가치는 더욱 크다.
개암사에 전해지는 기록에 의하면 이 괘불은 영산재(靈山齋) 등의 의식 이외에 기우제(祈雨祭)를 지낼 때도 사용되었다고 한다. 19세기 부안 지역에 가뭄이 계속되자, 괘불을 걸고 부처에게 비를 내리게 해달라는 제(祭)를 청하자 비가 내렸던 일이 여러 차례 기록되어 있다. 전시는 2015년 4월 26일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