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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영미 골프 세상만사]그늘 집 다음 홀을 조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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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404호 손영미 골프칼럼니스트협회 정회원⁄ 2014.11.13 09:09:22

▲ CNB저널, CNBJOURNAL, 씨앤비저널 

골프에서 그늘 집은 이른 아침이나 일과 중 라운드 시간에 맞춰 급하게 달려온 허기를 달래줄 좋은 장소이기도 하다. 또한 다음 홀을 준비하기 위해 마른 목을 축이고 술과 음료를 마시며 팀원들의 우애와 생각을 다지는 에너지 충전장소인 것이다.

그러나 전반 홀의 실수를 되새기게 하는 친구의 한마디가 이슈가 돼 라운드 내내 팀원들 사이에서 가십거리가 된다면 다음 홀까지 마음의 균형을 흐리게 한다.

어릴 적 밤늦게 건넛마을 친구 집에 놀러 갔다가 되돌아오는 언덕길 중턱쯤에는 꼭 귀신이 나온다는 빈집이 있거나 무덤이 있곤 했다. 또 죽은 자의 상여를 불태운 짚더미가 쌓인 곳도 있었다. 그래서 으레 그곳을 지날 때면 가쁜 숨을 죽이며 엄마 손을 꼭 붙잡게 된다.

누군가에게는 그늘 집이 마치 어릴 적 귀신을 동반한 공포의 집이 될 수도 있다. 더구나 오랜만에 만난 고교 동창친구들과 내기골프를 하고 있는데, 전반 홀에서 이제 갓 골프를 시작한 초보자에게 주머니를 털리고 있는 상황이라면 더 어이가 없을 것이다.

여기에 더해 “저 친구는 허리를 못 써. 마누라와 밤 생활은 괜찮나 몰러”라며 온갖 핀잔으로 자신의 스윙을 놀리던 친구 때문에 더 샷이 안 되는 것 같다. 또 마누라와는 며칠째 냉전 중이니 더 화가 난다. ‘그늘 집에서 술은 왜 먹었지… 자식! 지는 돌쇤가!’

드디어 그늘 집 다음 홀 파4홀 그림 같은 세컨 샷이 깃대에 붙었다. 완전한 버디 기회를 잡아 모처럼 얄미운 친구의 기선을 제압할 기회다. 그러나 친구의 그린 주변 칩샷이 그대로 홀컵을 향해 빨려 들어간다. 친구의 괴물 같은 몸짓이 하늘을 향해 우뚝 솟는다. 이어 오만하게 어슬렁어슬렁 거리며 홀컵을 향해 걸어온다. 괴물의 미소가 하늘을 날아갈 듯하다. ‘나쁜 놈! 지독한 놈! 다음부터 너랑 다시 안 논다’, ‘돌아가면 뱃살부터 빼야지…’

골프가 안 되면 누구든지 백 가지 핑계와 자신의 몸을 탓하게 된다. 밤 깊은 시각 잠 못 드는 밤 역시 자신의 몸과 만나는 일, 자신의 몸과 뒤척이는 일밖에는 할 수 없게 된다. 도대체 이 몸이 갖는 언어의 실체는 무엇이란 말인가? 너무 많은 정보에 둘러싸여 있지만, 결정적 순간에 경직되고 마는 이 굼뱅이 같은 몸이란….

그늘 집에서 휴식이 주는 안온함 다음에 오는 긴장과 시간의 틈새에서 우리는 몸의 깨달음을 확장하고, 더욱이 동반자와 즐거운 라운드를 위해서라도 머릿속 생각의 단순화가 절실히 필요할 때다.

(CNB저널 = 손영미 골프칼럼니스트협회 정회원 (극작가/서울아트스토리)) (정리 = 이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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