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B저널=왕진오 기자) 도심재개발이 한창인 서울 종로구 공평동 1·2·4 지구에서 16세기 조선의 생활상을 보여주는 유물이 다수 발견된 가운데 유구에 대한 보전 처리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 지역에서 나온 유물들은, 한양의 도심 골목과 불타 주저앉은 한옥터, 그리고 관요에서 제작됐을 것으로 추정되는 백자와 청자 관련 유물들이다.
하지만 500년 만에 잠에서 깨어난 유물터는 새로 들어서는 지하 8층, 지상 26층의 업무용 건물 밑에 덮여 영원히 잠들 전망이다.
1978년 도시개발법에 의해 19개 지구로 계획된 '공평 도심재개발지구' 중 이번 조사지역만 유물에 대한 조사결과가 드러나게 됐고, 인접한 공평 3·5·6지구는 재개발 사업이 완료되어 대형 복합빌딩이 들어서 있기 때문이다.
앞서 진행된 공평지구 재개발사업은 1999년 문화재보호법이 개정되기 이전에 완료되어 해당 사업부지에 대한 발굴조사는 이루어지지 않았고, 인접한 청진구역도 발굴조사가 이루어져 상당한 발굴성과가 나왔지만 현재는 그 흔적을 찾기 어려운 상태다.
조사지역에서 발견된 골목은 3곳으로, 너비 5m 좌우에 건물의 축대나 담장을 조성한 것을 볼 수 있다. 15∼18세기로 추정되는 건물터에선, 건물의 규모를 보여주는 석재들과 백자, 기와 등이 확인돼 더 많은 유물의 부존 가능성을 추정케 하고 있다.
조사지역 주변은 의금부터와 수진궁터, 순화궁터, 사동궁터 증 조선시대 중요 시설이 위치했던 곳이다. 반경 500m 내에 위치한 문화유적은 모두 47개소로 국보 1건, 보물 1건, 사적 2건, 천연기념물 1건, 서울시 유형문화재 4건, 서울시 민속자료 1건 등이다.
그동안 서울 도심개발이 많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2003년 종로 청진지구 발굴이 시작됐고, 2008년부터 본격적으로 도심 재개발이 시작되면서 이처럼 많은 유물이 나온 것은 예상을 뛰어넘는 결과다.
발굴조사를 담당하고 있는 박호승 한울문화재연구원 조사연구팀장은 15일 현장 설명회에서 "시공사 측이 보존에 대해 공감하고 있고, 길이나 건물의 복원에 대해 준비를 하고 있다. 재개발 이후 건물의 역사를 보여줄 전시실 계획을 마련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전시실 건립이나 유물의 보전처리 방법은 추후 문화재심위원회와 시공사 측의 협의로 결정될 것 같다"고 말했다.
문화재청은 건축주와 협의해 발견된 집터와 골목 터는 남기고 귀중한 유물은 장소를 옮겨 보존한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