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벌 열전 - 서울의 ‘프렌치 뮤지컬’]스칼렛오하라 vs 콰지모도 승자는?
프랑스 뮤지컬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와 ‘노트르담 드 파리’ 서울 맞대결
▲뮤지컬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는 미국 남북전쟁이라는 고난과 시련에도 굴복하지 않고 일어서는 스칼렛 오하라의 파란만장한 삶과 사랑을 그린다. 사진제공 = 쇼미디어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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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저널 = 김금영 기자
geumyoung@cnbnews.com) 2015년 1월 공연계는 대형 작품들의 맞대결로 뜨겁다. 특히 프랑스 뮤지컬이 국내 무대에서 맞대결을 펼치고 있어 눈길을 끈다. 프랑스 뮤지컬을 원작으로 하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와 프랑스 오리지널 팀이 내한한 ‘노트르담 드 파리’가 주인공이다. 각기 다른 매력을 지니고 맞대결을 펼치고 있는 두 프랑스 뮤지컬을 비교해보는 재미도 남다를 듯하다.
아시아 초연작의 패기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화려한 무대장치와 의상·스타 캐스팅으로 압도먼저 포문을 연 작품은 뮤지컬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이 뮤지컬은 미국 소설가 마거릿 미첼의 소설과 배우 비비안 리, 클라크 게이블 주연의 동명 고전영화(1939년)를 기반으로 프랑스에서 처음 만들어졌다. 올해 라이선스를 거쳐 국내 무대에 올랐는데 아시아 초연이라 많은 관심을 받았다.
미국 남북전쟁이라는 고난과 시련에 굴복하지 않고 일어서는 스칼렛 오하라의 파란만장한 삶과 사랑을 그리는 이 뮤지컬에서 스칼렛은 사랑하는 애슐리 윌크스가 멜라니 해밀튼과 결혼하지만 그를 포기하지 않는다. 당찬 스칼렛의 모습에 또 다른 남자인 레트 버틀러는 점점 매력을 느끼고 두 남녀는 서로에 대한 사랑을 느끼지만 자꾸 엇갈리기만 한다. 남북전쟁 속에서 인권을 외치는 흑인 노예들의 이야기 또한 담고 있다.
프랑스 뮤지컬을 한국적 정서로 각색한 점이 특징이다. 유희성 연출은 “소설과 영화로 세계 모든 사람에게 친숙한 작품이기에 원작의 정서와 드라마의 메시지를 최대한 유지하면서 동시에 한국적 정서를 살리려 했다”며 “무대 또한 프랑스에서는 4000석을 갖춘 대공연장의 원세트 개념으로 이뤄졌지만 한국 무대에서는 전환하는 형식으로 변화를 거쳤다. 그리고 영상, 조명 등도 한국에서 새롭게 구성했다”고 말했다.
또한 영화와의 싱크로율을 최대한 높인 무대 세트와 의상은 고전명화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1막의 시작을 여는 첫 장면에서 스칼렛이 파티에 입고 등장하는 의상도 눈에 익숙하고, 스칼렛과 레트가 보금자리를 꾸리는 집을 표현한 세트도 자연스럽게 영화를 떠오르게 만든다.
그리고 이 의상과 세트를 빛나게 하는 화려한 스타들이 있다. 아이돌로 데뷔해 이제는 뮤지컬계의 디바로 불리는 바다와 그 계보를 잇고 있는 소녀시대 멤버 서현이 스칼렛 역으로 열연 중이고, 영화와 드라마에서 마초 연기를 선보였던 주진모가 레트 역으로 뮤지컬에 첫 데뷔했다. 이밖에 김법래, 마이클리, 임태경 등 뮤지컬 스타들이 한 자리에 모여 주목받고 있다. 공연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2월 15일까지.
▲프랑스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는 15세기 프랑스 파리의 노트르담 대성당을 배경으로 매혹적인 집시 여인 에스메랄다를 사랑하는 꼽추 종지기 콰지모도, 근위대장 페뷔스, 성직자 프롤로의 내면적 갈등을 보여준다. 사진제공 = 마스트엔터테인먼트
전통으로 승부 ‘노트르담 드 파리’
노래·춤 각각의 장르 특징 살리는 프랑스 뮤지컬의 맛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가 한국적 색을 입고 다시 태어났다면 ‘노트르담 드 파리’는 프랑스 뮤지컬의 고유 성격을 최대한 살리는 전통으로 승부한다. 이 작품은 프랑스 작가 빅토르 위고의 동명 소설이 원작인데, 프랑스 극작가 뤽 플라몽동과 유럽 작곡가 리카르도 코치안테가 뮤지컬화 했다.
15세기 프랑스 파리의 노트르담 대성당을 배경으로 매혹적인 집시 여인 에스메랄다를 사랑하는 꼽추 종지기 콰지모도, 근위대장 페뷔스, 성직자 프롤로의 내면적 갈등이 펼쳐진다. 2005년 첫 내한공연을 가졌고, 올해 한국 초연 10주년을 맞아 프랑스 오리지널 팀이 한국을 찾았다. 맷 로랑과 리샤르 샤레스트, 로디 줄리엔느, 제롬 콜렛, 가르디 퓨리 등 첫 내한공연 당시 참여한 프랑스 오리지널 팀의 주요 배우들이 무대에 오른다.
프랑스 뮤지컬은 노래부르는 가수와 춤추는 무용수의 역할을 더 확실히 구분 짓는 편이다. 그래서 뮤지컬인 동시에 오페라적인 성격이 강하게 느껴지기도 하는데, ‘노트르담 드 파리’에서 이런 성격이 부각된다. 브레이크 댄서 1명과 곡예사 4명이 자신의 전문 분야를 무대 위에 펼쳐놓는다.
한 예로 에스메랄다가 체포되고, 그녀가 어디에 있는지 모르는 콰지모도가 3일째 종을 울리지 않으며 슬퍼하는 ‘성당의 종들’ 장면에서는 애타게 노래하는 콰지모도 뒤로 곡예사들이 공중에 매달려 있는 종을 거세게 흔들며 날아다니는 듯한 퍼포먼스를 펼친다.
노래부르는 가수 뒤로 또 하나의 예술 장르를 볼 수 있는 장면은 ‘괴로워’에서도 나타난다. 노래부르는 배우 뒤에 숨어 있던 댄서들이 한 명씩 조명을 받을 때마다 격렬한 춤을 추며 배우의 심적 갈등을 표현한다. ‘노트르담 드 파리’는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2월 27일까지 공연한 뒤 울산, 광주, 부산에서 공연을 이어간다.
김금영 기자 geumyoung@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