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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경매 라이벌: 서울옥션 vs K옥션 ②] 서울옥션, 후발 K옥션이 온라인 시작하자 ‘통큰 작전’ 뒤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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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425호 왕진오 기자⁄ 2015.04.06 14:33:45

▲국내 경매의 두 번째 최고가 35억 2천만 원을 기록한 이중섭 ‘황소’의 낙찰 현장. 사진 = 왕진오 기자

▲ CNB저널, CNBJOURNAL, 씨앤비저널

(CNB저널 = 왕진오 기자) 삼성 스마트폰의 성공은 흔히 ‘패스트 팔로워(fast follower) 전략의 성공’으로 설명된다. 먼저 나서는 부담을 지지는 않지만, 특정 업종 또는 상품의 시장성이 확인되면 온 힘을 쏟아 부어 선두주자를 따라잡으면서 시장을 장악하는 전술이다. 국내 온라인 미술품 경매 시장에서 서울옥션의 전략도 마찬가지 방식이다.

온라인 경매를 먼저 시작한 것은 후발주자인 K옥션이었다. K옥션은 2006년부터 정기 온라인 경매를 시작해 횟수를 늘리며 시장 확대에 나섰다. 양상을 지켜보면 서울옥션은 2010년 온라인 경매에 진출했으며, 2014년에는 아예 자체 온라인 경매 브랜드로 ‘이비드 나우(eBid Now)’를 내놨다. 새 온라인 상품 런칭과 함께 낙찰 작품에 대한 무료 배송 및 설치 서비스를 국내 최초로 단행했다. 강자의 신속 따라잡기 ‘통큰 작전’이 펼쳐진 것이다.

이에 K옥션도 2015년 온라인경매부터 초보자 우대와 전국 무료배송 서비스를 확대하며 맞불을 놓았다.

온라인 경매는 경매 현장에서 다른 응찰자의 눈치를 보지 않고, 화면 클릭으로 마음에 드는 그림을 구입할 수 있어 새로운 블루오션으로 떠오르고 있다.

과거 미술품 경매는 출품 작품들을 사전에 눈으로 확인하고, 정해진 날짜에 정해진 장소에 출석해 손을 들고 구매 의사를 밝히거나 전화 응찰을 해야 했다. 유명-고가 그림이 나올수록 현장 구매 열기는 치열한 신경전 속에서 이뤄진다.

반면 온라인 경매는 입찰자의 얼굴을 드러내지 않고 언제 어디서든 응찰 의사를 밝힐 수 있어, 기존 컬렉터뿐 아니라 초보자에게도 인기를 끌만한 요소가 있다.

세계적 경매회사 소더비(Sotheyby’s)가 세계 최대의 온라인 중고거래 사이트인 이베이(Ebay)와 손잡고 미술품 판매에 본격 나섰고, 2013년 미국의 아마존닷컴도 ‘아마존 아트’ 브랜드로 미국 내 150개 화랑들의 4만 점 작품을 온라인 판매하기 시작했다.

서울옥션, 한국 최초의 경매회사 자부심

서울옥션의 역사는 1998년 12월 가나아트갤러리 이호재 대표가 갤러리현대, 선화랑, 노화랑, 그리고 일부 컬렉터들과 함께 (주)서울경매를 설립하면서 시작된다. 한국 최초의 미술품 경매회사다. 서울경매는 2001년 ‘서울옥션’으로 이름을 바꿨다.

2004년 12월 이호재 가나아트갤러리 대표가 서울옥션 대표로 취임한 뒤 서울옥션은 백범 김구와 역대 대통령들의 휘호, 그리고 도자기, 수입차 등 다양한 물품을 경매에 내놓으면서 경매 아이템 발굴에 주력한다.

국내 1호 경매사인 만큼 서울옥션의 행보에는 거의 항상 ‘최초’라는 단어가 자연스럽게 따라붙는다. 보석 경매, 와인 경매, 열린 경매, 커팅엣지(젊은 작가들의 작품 경매), 옥션 쇼 등이 그것이다.

2006년 100번째 메이저 경매를 진행한 서울옥션은 2007년 강남 코엑스에서 전시와 경매를 접목한 ‘옥션 쇼’를 열었고, 낙찰 총액 363억 3215만 원이라는 대기록을 올렸다.

2007년 2월엔 박수근의 유화 ‘시장의 여인들’(1961년 작)이 25억 원에 낙찰됐고, 연이은 경매에서 억대 작품이 속출하면서 미술품의 인기를 증명했다.

미술품이 고가에 팔렸지만 위작 시비도 적지 않았다. 2007년 5월 22일엔 국내 미술품 경매사상 최고가로 고 박수근 화백의 1950년대 후반 유화 ‘빨래터’가 45억 2천만 원에 낙찰됐다. 그러나 그 해 말 ‘빨래터’ 위작 논란이 일었고, 미술시장은 혼돈에 빠졌다.

이에 앞서 2005년에는 “이중섭의 드로잉 위작 4점을 경매에 내놨다”며 위작 시비가 일어났고, 이에 이호재 대표가 사임하고 컬렉터와 미술계 인사들에게 사과문을 발송하기에 이른다. 위작 논란은 2년 뒤인 2009년 11월 4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진품으로 추정되지만, 위작 의혹 제기는 정당했다”는 판결을 받으며 종결됐다.

‘패밀리 비즈니스’다운 빠른 결정이 특징

이후 재기를 위한 정중동 행보를 보이던 서울옥션은 2008년 7월 코스닥시장에 미술 관련 업체로는 국내 최초로 상장되면서 일약 대전환을 이뤄냈다. 상장과 함께 서울옥션은 홍콩법인을 설립해 10월 홍콩에서 첫 경매를 실시했다. 당시 한국 작가뿐 아니라 미국, 유럽, 일본, 중국, 인도 등 세계 유명 작가의 작품을 다채롭게 구성한 경매를 14회 진행했다.

국내에서 가장 비싸게 팔린 작품 10점 중 7점의 거래가 서울옥션을 통해 성사됐으니 그 비중을 알 만하다. 이런 저력을 바탕으로 열린 경매, My First Collection, 123 경매 등 초보 컬렉터들을 위한 다양한 중저가 경매 행사도 개발해왔다.

서울옥션은 ‘가족 기업’ 형태로 운영된다. 전문경영인 체제로 운영되는 K옥션과 비교한다면 오너 가족의 결심만 서면 실행이 가능하므로 빠른 결정이 가능하다는 특징이 있다.

서울옥션은 설립 당시 대형 화랑인 가나아트갤러리의 대표를 맡고 있던 이호재 회장을 주축으로 우호적인 화랑들이 설립에 참여했다. 가나아트 전속 작가들의 작품으로 경매를 진행하면서 경매시장에 안착할 수 있었다는 평가다.

따라서 서울옥션의 경영진도 가나아트 출신이 대종을 이룬다. 가나아트갤러리 국제부장을 지낸 이학준 씨가 서울옥션의 창립 멤버로서 총괄이사, 영업본부장, 전무이사를 거쳐 대표를 역임했으며, 2014년 5월에는 이호재 회장의 친동생 이옥경 당시 가나아트갤러리 대표가 서울옥션의 부회장 겸 대표이사로 취임하며 친정체제를 강화한다. 이 대표는 1994년부터 22년간 가나아트에서 일한 화랑가 대표 인물이다.

한국미술시가감정협회의 2014년 집계에 따르면, 국내 미술 경매시장의 점유율은 서울옥션 47%(금액 기준 456억 2900만 원), K옥션 32.7%(317억 1500만 원)로 두 업체가 시장의 80%를 점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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