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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경매 라이벌: 서울옥션 vs K옥션 ①]이옥경 서울옥션 대표 “국내 1등은 당연…내 관심은 세계일류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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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425호 왕진오 기자⁄ 2015.04.06 14:34:01

▲ CNB저널, CNBJOURNAL, 씨앤비저널

(CNB저널 = 왕진오 기자) 미술품 거래시장의 갑은 전통적으로 대형 화랑들이다. 대그룹 회장 부인들에게 수백억 원대의 초고가 미술품을 은밀하게 팔아온 서미갤러리 사건(2011년)에서도 이런 사정이 일부 드러난 바 있다. 그런데 미술 시장의 이런 ‘갑’ 화랑들의 오금을 저리게 하는 ‘슈퍼갑’이 대두해 호령하기 시작했으니 바로 미술품 경매업체들이다.

화랑가와 경매사 사이의 세력관계는 지난 2월 12일 박우홍 한국화랑협회 신임 회장의 취임사에서도 드러났다. 그는 “침체된 미술시장 활성화를 위해 경매사와 상생의 물꼬를 트려 합니다”고 말했다. 그간 사사건건 티격태격 다퉈왔던 화랑협회와 경매업체 사이를 돌이켜본다면, ‘경매사와 상생협력’ 발언은 격세지감을 느끼게 하기에 충분했다. 

미술품 시장에서 도매상 역할 정도나 하던 경매업체들이 느닷없이 시장 전체를 호령하는 슈퍼갑으로 떠오른 사정은 이미 1960년대 유럽과 미국에서 일어난 일이기도 하다. 귀족들을 위해 미술품뿐 아니라 동전-우표 같은 온갖 수집품을 중개하는 장소로 18세기 중반 유럽에서 생겨난 소더비, 크리스티 같은 중개사들은 원래 ‘귀족 전용 장소’였다. 이러던 경매사들은 1960년대 들어 전 세계 부자들을 고객으로 활동무대를 넓혔고, 이어 1980년대 이후부터는 세계 유수의 미술관을 제치고 작품 가격과 가치를 결정하는 ‘최고 권력자’로 군림한다.

경매사들의 파워 비결은, 공개적으로 작품 가격을 결정하는 기능 때문이다. 과거 화랑과 컬렉터 사이에서 은밀히 이뤄지던 미술품 거래가, 경매장이라는 공개된 장소에서 이뤄짐에 따라 “경매에서 얼마에 팔렸더라”가 작품이나 작가의 가격을 결정하고, 은행들의 미술품 담보대출 등도 경매 낙찰가를 기준으로 하기 때문이다.

이런 기능을 최대한 발휘하며 해외 대형 경매사들은 미술작품을 패션 명품을 판매하듯 팔아치우고 있으며, 경매사들의 이런 막강한 기능은 바야흐로 한국 미술시장에서도 위력을 떨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옥경 서울옥션 대표. 사진 = 왕진오 기자

국내 최대의 미술품 경매회사이자 미술계 유일의 코스닥 상장기업인 서울옥션의 이옥경 대표는 첫 여성 CEO로 부임하기 전 1994년부터 가나아트에 합류하면서 22년째 미술계와 인연을 맺어왔다.

그는 “당시에는 미술이 무엇인지, 전시가 무엇인지를 잘 몰라서 오빠인 이호재 회장에게 물어 많이 배웠다”고 말했다. 2001년 얼떨결에 가나아트 대표를 맡았다는 이 대표는 “가족의 일이었고, 섬세한 비즈니스인 화랑 업무가 적성에도 맞았다”고 술회했다.

또한 “흔히 화랑 업무는 오너 위주로 진행된다고 한다. 그러나 나는 직원과 함께 기업형으로 일을 추진했고, 문화마케팅을 지속적으로 진행한 것이 현재의 발판이 된 것 같다”고 그간의 여정을 돌아봤다.

화랑협회와의 알력에 “우리 공 잊었나?”

대형 화랑들의 모임인 한국화랑협회와의 분쟁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2007년 당시 화랑협회와 경매업체 사이에는 ‘연간 경매 횟수를 4회로 제한하고, 제작 5년 미만 작품은 경매에 내놓지 않는다’는 내용의 합의를 한 바 있고, 2월 취임한 신임 박우홍 화랑협회장은 “경매 업체들은 이 약속을 지켜라”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이 대표는 “저도 화랑 운영을 했고 당시 협약 과정을 잘 알고 있습니다. 미술 시장이 침체된 가운데 화랑 대표들의 자연스런 입장”이라고 인정을 하면서도 “그러나 화랑협회 측의 요구를 100% 수용할 수는 없지만 되도록 현실에 맞춰 서로 상생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나가겠다"라고 의견을 피력했다.

그 근거로 그는 국내 미술시장에 대한 서울옥션의 기여 역사를 들었다. IMF 외환위기 당시 급전을 마련하기 위한 미술작품들이 대거 시장에 몰려 나왔다. 구입자가 거의 없는 가운데 이들 물량을 소화해내 국내 화랑들에 숨통을 터준 게 서울옥션인데, 그런 공로는 무시하고 이제 과거의 합의사항을 무조건 지키라고 요구하는 것에 대해 화랑들과 의견 조율을 하겠다는 의견이다.

서울옥션은 설립 당시에 ‘화랑들과 함께 간다’는 취지로 여러 화랑들을 주주로 참여시켰다. 현대갤러리, 선화랑, 노화랑, 그리고 여러 컬렉터들이 함께 했다. 그러나 일부 화랑은 주식을 팔고 나갔다.

이 대표는 그간 미술시장에서 경매업체의 순기능이 제대로 조명되지 않은 것이 일련의 논란을 불러일으킨 것이라는 입장도 내왔다.

“경매사 설립 이후에야 국내 미술품 거래 통계가 만들어졌습니다. 화랑들의 미술품 거래 내역이 정확히 파악되지 않는 현실에서 경매사를 통해 비로소 작가의 작품 가격과 거래 내역에 대한 데이터가 생겨났고, 가격 책정의 일반화가 가능해졌다고 봅니다. 경매업체의 순기능도 알아봐주었으면 합니다.”

▲서울옥션 프린트 베이커리 판매장.(사진=서울옥션)

사실 국내 미술품 경매업계에 서울옥션과 K옥션 양강이 있다고는 해도 꽤 차이가 나는 1, 2등이랄 수 있다. 그래서 이 대표는 세계무대에 더 관심이 많다. 소더비나 크리스티 같은 세계 굴지의 경매사만큼의 규모는 안 되더라도 최소한 그들이 한국 작가의 최고 작품을 다루는 만큼은 서울옥션이 역할을 하고 싶다는 꿈이다.

이 대표는 “지속적으로 한국 작가를 해외에 소개하는 계획을 마련 중”이라며 “서울옥션 홍콩법인을 세우고 운영하면서 비용이 만만치 않게 들어갔지만 6년차를 맞은 작년에 처음으로 흑자를 냈으며, 이제 홍콩 인맥과 함께 해외 컬렉터를 공략하는 전초기지 역할을 톡톡히 해낼 것”이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한국 속의 서울옥션’으로만 보지 말아달라는 당부다.

“해외판로 확장위한 새 사업 곧 발표”

매출 증진을 위한 다양한 사업 구상에 대해서도 말문을 열었다. “서울옥션은 경매 외에도 다양한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매출이 흑자를 낸 것도 이러한 이유죠. 시스템이 필요합니다. 메인 경매 외에 프라이빗 세일(컬렉터를 개인적으로 만나 진행하는 판매)을 진행하고, 프린트 베이커리(염가에 프린트 작품을 판매) 사업도 하고 있습니다. 아직 말할 수는 없지만 해외 판로 확장을 위한 아이템도 곧 발표할 것”이라며 기대감을 높였다.

사업다각화에 대해 그는 “인기 있는 작품만 파는 건 무책임한 일입니다. 최근 온라인 경매를 통해 젊은 고객층이 늘어나고 있는 점은 고무적입니다. 이제 미술 시장만으로보다는 문화로 접근하는 정서를 만들어야 합니다”라고 말했다. 미술품 소비 기반을 젊은층으로 넓히고 문화기반을 다지는 서울옥션의 노력을 알아달라는 부탁이었다. 

서울옥션의 주가는 최근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며 신기록을 경신 중이다. 그 바탕에는 미술품 경매업의 전망이 밝다는 것과 함께, 서울옥션의 노력에 대한 평가도 있다. 이 대표는 “미술품 거래는 신뢰를 기반으로 하는 비즈니스입니다. 10억이 넘는 작품을 인수증 없이 가져올 수 있을 정도로 고객과의 신뢰를 쌓고 있습니다. 해외 경매업체는 일단 낙찰판매 뒤에는 책임을 지지 않지만 서울옥션은 문제가 생기면 책임을 집니다. 단순히 그림을 사고파는 비즈니스가 아니라 신뢰의 문제이기에, 경매 출품작에 대해 철저한 검증으로 투명성을 높이고 있습니다”고 밝혔다.

국내 유일의 미술 관련 상장사에, 그것도 첫 여성 CEO가 된 이 대표는 향후 계획과 관련해 “상장회사에 걸맞게 투명하고 진취적인 경영을 할 것”이라며 “한국 미술을 세계에 알린다는 설립 당시의 취지를 잊지 않고 국제무대로 도약하겠다”고 말했다. 한국 1등에 절대 만족할 수 없다는 다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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