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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내 나이가 어때서” 썸타는 중년

영화·드라마·리얼리티 프로그램에서 중장년의 썸 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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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427호 김금영 기자⁄ 2015.04.20 11:28:54

▲영화 ‘장수상회’에서 윤여정(왼쪽)과 박근형은 첫사랑과도 같은 설렘을 담은 황혼 로맨스를 보여준다. 사진제공 = CJ

▲ CNB저널, CNBJOURNAL, 씨앤비저널

(CNB저널 = 김금영 기자) “요즘 따라 내꺼인 듯 내꺼 아닌 내꺼 같은 너~.” 2014년 최대 히트곡으로 꼽히는 ‘썸’의 한 가사다. 사귀는 건 아니지만 곧 그럴 것만 같은 핑크빛 분위기를 일컫는 신조어 ‘썸’은 젊은 세대에서 탄생했다. 그런데 2015년 4월 중년 세대에게도 핑크빛 썸 바람이 불고 있다. 중년의 썸을 다루는 영화, 드라마, 리얼리티 프로그램이 봇물이다.

첫사랑처럼 설레는 황혼 로맨스
영화 ‘장수상회’

영화 ‘장수상회’에서는 까칠한 노신사 ‘성칠’(박근형 분)과 고운 외모의 ‘금님’(윤여정 분)의 황혼 로맨스가 펼쳐진다. 틈만 나면 손님에게도 버럭하고 융통성이라고는 전혀 없는 성칠은 장수마트를 지켜온 오랜 모범 직원이다. 해병대 출신이라는 자부심은 넘쳐도 배려심, 다정함 따윈 잊은 지 오래다. 그런 성칠의 앞집으로 금님이 이사 오면서 핑크빛 썸이 시작된다.

성칠은 자신의 집에 반찬을 하러 온 금님을 경찰에 신고하고, 툭하면 소리 지르기 일쑤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제나 환한 미소를 보여주는, 소녀 같은 금님의 모습에 당혹스러워한다. 그리고 밥이나 한 끼 사라는 금님의 제안에 괜스레 얼굴이 붉어지고 가슴이 설레기 시작한다. 주책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어떻게 저녁식사를 대접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주변인물에 조언을 구하고 거울을 보며 자신의 얼굴을 살펴보는 등 마치 첫사랑을 시작한 순수한 소년 같은 모습을 보인다. 금님 또한 마찬가지로 화사하게 화장을 하고 수줍은 미소를 보인다. 이들의 썸에 관객의 마음도 함께 들썩인다.

출연 배우 박근형은 “시나리오를 받는 순간 학창시절 한 여인의 뒷모습을 보고 울렁거리고 떨렸던 설렘이 떠올랐다. 그래서 출연 결정을 했다”며 “젊었을 때 로맨스를 겪어봤지만 거기에 국한되는 게 아니라 10대부터 70대까지 이뤄지는 사랑의 중심에 설 수 있다는 점에 매력을 느꼈다. 70대에 다시 사랑에 빠진 한 남자의 이야기이자 전 세대가 공감할 수 있는 가족의 사랑 이야기”라고 밝혔다. 강제규 감독은 “시나리오를 처음 접했을 때의 설렘을 관객들에게 제대로 전하고 싶었다. 세월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사랑과 인생의 가치를 이야기한다”고 밝혔다.

‘일방적인 썸’에서 불거지는 웃음
드라마 ‘풍문으로 들었소’

드라마 ‘풍문으로 들었소’에는 색다른 느낌의 썸이 등장한다. 영화 ‘장수상회’가 첫사랑의 시작과 같은 설렘을 담았다면 ‘풍문으로 들었소’에서는 중견 배우 유준상과 백지연 사이에서 유준상의 일방적인 썸을 담아 웃음을 자아낸다. 극 중 지영라(백지연 분)는 최연희(유호정 분)에게 앙갚음하기 위해 그녀의 남편 한정호(유준상 분)를 의도적으로 유혹한다.

▲드라마 ‘풍문으로 들었소’에서는 백지연(오른쪽)과 유준상의 미묘한 관계를 보여주는데, 유준상이 일방적으로 혼자 썸을 타는 모습이 웃음을 자아낸다. 사진제공 = SBS

그런데 이런 지영라에게 푹 빠진 한정호가 혼자서 집착 수준의 일방적인 썸을 타는 행동을 보인다. 지영라의 환심을 사기 위해 평소의 근엄한 이미지를 버리고 캐주얼 차림으로 등장해 그녀를 업는가 하면 “너는 내 영원한 현재형이지. 카르페 디엠”이라고 느끼한 멘트도 던진다. 너무 적극적인 한정호에 부담을 느낀 지영라가 만남을 피하자 계속해서 집착적으로 전화와 문자를 보내며 “왜 전화를 안 받아? 그러고 들어갔는데 잠은 잘 잤는지, 밥은 먹었는지 궁금하잖아. 내가 알아야 할 것 아니냐. 기분 나쁜가? 언짢아?” 하고 쏘아붙인다.

연락을 피할 정도로 한정호에 진절머리가 난 지영라와 달리 혼자 설레며 얼굴을 보고 싶어 영상통화를 걸고, 은밀한 만남을 가졌던 장소에 혼자 꽃바구니를 들고 찾아가 침대에 꽃바구니를 놓고 찍은 사진과 함께 ‘나의 꽃, 내일은 볼 수 있기를’이라는 메시지를 보내며 미소짓는 둘의 모습이 상반돼 웃음을 자아낸다. 한 남자의 일방적인 썸이 어떤 결과를 불러올지 눈길을 끈다.

현실감 있게 다루는 52세 중년들의 썸
리얼리티 프로그램 ‘불타는 청춘’

앞서 영화와 드라마가 가상의 느낌이 강했다면 리얼리티 프로그램 ‘불타는 청춘’은 젊은 출연자가 중심인 가상 결혼 프로그램 ‘우리 결혼했어요’처럼 진짜인지, 가상인지 헷갈리는 미묘한 중년들의 썸을 다룬다. 아직도 마음은 불타는 싱글 중년들이 여행을 함께 떠나며 벌어지는 일들을 보여준다. 홍진희, 김도균, 김국진, 강수지, 김혜선, 양금석, 박찬환, 이근희 등이 출연 중이다.

▲리얼리티 프로그램 ‘불타는 청춘’에 출연하고 있는 김도균(왼쪽)과 양금석. 이들은 서로에 대한 호감을 표시하며 천천히 썸을 타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사진제공 = SBS

최근 방송에서는 김국진과 강수지 그리고 김도균과 양금석, 마지막으로 홍진희와 이근희 사이의 썸을 그려 화제가 됐다. 새 출연자로 이덕진이 등장하자 강수지는 “김국진 오빠도 괜찮다. 성격도 괜찮고 힘도 세다”며 김국진의 편을 들어 다른 출연자들로부터 “사랑싸움 하느냐”는 시선을 받았다. 홍진희는 이근희에게 “매력이 좀 있다”고 호감을 표했고 함께 깜찍한 커플 모자까지 썼다. 김도균은 바닷바람을 맞고 있는 양금석에게 옷을 입혀줬고, 이에 양금석은 부끄러워하는 모습을 보여 눈길을 끌었다.

젊은 청춘들의 썸처럼 활활 타오르는 맛은 없다. 하지만 수줍어하면서도 서로에게 천천히 다가가려는 이들의 모습은 ‘썸을 타는 데는 나이가 중요하지 않다’는 걸 확실히 보여주고 있다. 젊은 시절의 로맨스를 흘려보낸 이들이 중년을 맞아 새롭게 시작되는 썸을 어떤 방향으로 이어갈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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