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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윤기의 법 이야기]마취 후 집도의 바뀌었다면, 상해죄? 사기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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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432호 고윤기 로펌고우 변호사⁄ 2015.05.27 09:12:00

▲ CNB저널, CNBJOURNAL, 씨앤비저널

(CNB저널 = 고윤기 로펌고우 변호사/서울지방변호사회 사업이사) 성형외과 밀집 지역의 지하철역에는 곳곳에 성형외과 광고가 붙어 있습니다. 과거의 성형외과 광고가 ‘Before & After’ 형식의 성형 전후를 보여주는 광고였다면, 요즘 경향은 성형외과의 의사와 직원들의 사진을 게시해 신뢰감을 주는 광고입니다.

유명한 병원이 되는 요건 중의 하나는 유명한 의사가 근무하는 것입니다. 그러다 보니 많은 의사들이 TV의 쇼프로에 출연해 자신의 얼굴을 알리고, 병원의 간판이자 움직이는 광고판으로 잠재적 고객들의 신뢰를 얻고 있습니다.

예전에 의사는 진료, 상담, 수술만 하면 충분했는데 요즘은 광고까지 해야 하니 정말 시간이 없습니다. 사실 의사뿐 아니라 저희 변호사들도 마찬가지입니다. 고객을 만나고, 재판에 나가고, 서면을 작성하면 하루가 순식간에 지나가 버립니다.

최근 TV 방송에서 성형수술 과정에서 환자가 마취된 후 집도의사가 바뀌거나, 간호조무사가 시술 내지 수술을 시행한 경우에 대한 방송이 있었습니다. 시청자의 반응은 폭발적이었습니다. 해당 방송의 인터넷 댓글에는 각종 추측성 발언이 넘쳐났고, 확인되지 않은 내용들이 게시되었습니다. 환자 입장에서는 성형외과 병원을 선택할 때 누가 수술을 하는지도 중요한 요인인데, 이런 부분이 무시되었으니 화가 날 따름입니다.

성형외과 수술 시 메스로 사람을 자르고, 바늘로 사람을 찌르는 행위는 원래 형법상 상해(傷害)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합니다. 다만 의사가 상해죄로 처벌받지 않는 이유는 (법학자들의 학설 대립이 있지만) 단지 의사라는 자격이 있어서가 아니라 환자로부터 동의를 받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의사라 하더라도 환자로부터 동의 받지 않은 행위를 하거나 동의의 범위를 벗어난 행위를 할 경우에는 상해죄 등 형법상 책임을 져야 합니다. 최근 사망한 유명 가수의 의료사고에도 ‘의사가 환자의 동의를 받지 않은 수술을 했는지’ 여부가 쟁점이 되었습니다.

▲대한성형외과의사회는 2014년 4월 성형외과의 대리수술, 면허대여 등 성형외과 불법행위를 고발할 예정이라고 기자회견을 열어 밝혔다. 사진 = 연합뉴스

만약 의사가 수술을 하지 않고 간호사나 조무사가 수술을 한 경우, 환자의 동의의 효력이 미친다고 볼 수는 없고 형사상 처벌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한편 사기죄란 타인을 속여 재산상의 이득을 취할 경우에 인정되는 범죄입니다. 그리고 ‘그러한 사실을 알았다면 계약을 체결하지 않았을’ 사유를 숨기고 계약을 체결한 경우에도 사기죄가 성립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계약한 의사가 아닌 다른 의사나 간호사가 수술한다는 사실을 알리지 않고 수술 계약을 체결하고 진료비를 받은 경우는 사기죄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성형 전문의가 아닌 일반의가 성형수술을 했다면?

그러면 성형외과 전문의에게 맡겼는데 전문의가 아닌 일반의나 다른 과 전문의가 수술을 했다면 어떤 문제가 있을까요? 현행 의료법은 전문의와 일반의가 할 수 있는 의료행위를 구분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성형외과 전문의가 아닌 일반의가 성형수술을 집행했다고 해서 불법 의료행위가 되지는 않습니다. 다만 일반의가 수술을 하고 진료기록부에 다른 전문의가 집도했다고 기록한 경우 진료기록의 거짓작성에 해당돼 의료법 위반입니다.

대리 수술이나 무자격자 수술을 지시한 경우 의료인의 품위를 손상시킨 행위에 해당할 수 있으며(의료법 제65조 제1항 1호), 간호사에게 수술을 시킨 경우에는 의료인이 아닌 자로 하여금 의료행위를 하게 한 때에 해당합니다(의료법 제65조 제1항 5호).

또 수술을 한 의사를 다른 의사로 기록한 경우에는 진료기록부 등을 거짓으로 작성한 것에 해당해(의료법 제65조 제1항 3호) 의사면허의 자격정지 사유가 됩니다.

간호사도 의료인의 범위에 포함되지만, 의료행위는 면허 종별로 허용되는 행위가 구분되기 때문에 간호사라 해도 자신의 면허 범위를 벗어난 의료행위를 한 경우에는 무면허 의료행위를 한 것입니다. 그래서 의사가 간호사에게 수술을 시킨 경우도, 의료인이 아닌 사람에게 의료행위를 시킨 경우에 해당합니다.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을까?

간호사나 일반의가 집도했는데, 성형수술이 부작용 없이 잘 됐다면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을까요? 일반적인 의료 계약의 성격에 대해서는 위임 계약으로 보고, 발생하는 의사의 채무는 수단채무로 보고 있습니다.

쉽게 설명하면 의사는 환자가 원하는 결과를 꼭 얻지 못하더라도 결과를 얻기 위해 최선의 수단을 다하면 된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성형수술의 경우는 일반 의료계약과는 다르게 치료가 목적이 아니므로 수단채무보다는 결과채무의 성격이 조금 더 강하게 됩니다.

▲2014년 12월 서울 강남의 한 유명 성형외과병원 수술실에서 환자가 누워 있는 가운데 의료진이 생일파티를 하거나 장난치는 모습을 담은 사진이 인터넷상에 유포돼 논란이 일었다. 사진 = 해당 SNS 사진캡처

따라서 주름 개선 시술 후에 실제로 주름의 개선이 있었느냐가 채무이행의 측면에서 강조됩니다. 그래서 성형수술이 부작용 없이 잘되었다면 재산상 손해배상이 인정될 여지는 적습니다. 다만 정신적인 손해배상인 위자료는 인정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 외에 사기를 이유로 수술계약을 취소하고, 지급한 수술비를 원상회복으로 반환 청구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이 경우 원상회복이란 환자도 자신이 받은 이익을 반환해야 하기 때문에 수술비의 일부를 반환해야 하는 문제가 생깁니다. 결국 우리나라 손해배상법의 체계에서는 실제로 피해자가 받을 수 있는 돈은 많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됩니다.

문제는 이러한 행위의 적발이 사실상 어렵다는 점입니다. 수술은 내밀하게 행해지고, 환자는 마취된 이후에는 아무것도 알 수 없습니다.

최근에 모 성형외과 수술실에서 생일 파티를 한 사진이 인터넷에 공개돼 문제가 됐습니다. 이것도 아주 우연한 기회에 드러난 것일 뿐 어떤 일이 있었는지 실제로 알 수 없습니다.

물론 대부분의 병원은 대리 수술이나 무자격자 수술을 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정말 일부 병원의 문제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와 같은 행위는 성형외과 나아가 의료계 전체의 신뢰를 떨어뜨리는 행위이기 때문에, 있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정리 = 안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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