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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덕상 골프 세상만사] 웃기는 골프장…“너는 쳐라, 난 두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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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454호 김덕상 한국골프칼럼니스트협회 명예이사장⁄ 2015.10.29 08:47:41

CNB저널, CNBJOURNAL, 씨앤비저널

(CNB저널 = 김덕상 한국골프칼럼니스트협회 명예이사장) 금년 4월에 큰 수술을 받고 퇴원한 뒤, 무리하지 말라는 의사의 권유로 한동안 골프를 하지 못하다가 지난 주말에 많이 회복된 몸으로 라운드할 수 있었다. 

서울 근교 서북쪽의 S골프장은 요즈음도 새벽부터 조명등 켜놓고 영업을 시작한다. 늘 북새통이지만 그래도 단풍이 아름답고 그린에서의 플레이가 아주 스릴 넘치고 재미있어 필자가 좋아하는 골프장이다.

그곳에서 좋은 파트너들과 베스트 볼로 팀 플레이를 하니 정말 재미있었다. 라이더 컵이나 프레지던츠 컵을 통해서 잘 알려진 방법으로, 두 명이 한 팀을 이뤄 매 홀마다 팀의 베스트 스코어로 홀 매치를 한다. 진 팀이 점심을 사기로 했고, 결과는 1 up이었으니 마지막 홀과 퍼팅까지 스릴 넘치는 재미를 느꼈다. 핸디캡이 두세 배 차이가 나는 골퍼들이 같이 즐기기엔 매우 좋은 방법이다. 우리의 경우 가장 하수에게는 파3홀을 제외하고 한 홀에 1타씩 핸디캡을 주고 베스트 볼로 플레이를 하니, 끝까지 긴장감 속에서 플레이를 하는 묘미가 있었다.

6개월 만에 참 행복한 라운드를 즐겼지만 옥에 티가 하나 있었다. 오랜만의 출장이라 기대하지 않았는데 의외로 전반에 파 5개, 보기 4개로 좋은 스코어를 이루고 상당히 기분 좋게 후반으로 넘어갔다. 그러나 오랜 공백으로 숏게임이 여의치 않아 10번 홀에서 보기를 했고, 11번 파5홀에서는 써드 샷이 그린을 지나쳐 버렸다. 한 사람의 볼은 B그린에 올라가 있었고, 나는 그와 함께 사용하지 않는 그린의 코너를 밟고 지나갔다.

“B그린 밟지 마세요.” 아주머니가 우리에게 충고를 했다. 사실 그린을 가로질러 걸어간 것도 아니고 우회하면서 열 걸음 남짓 밟은 것인데, B그린을 밟지 말라는 소리를 들으니 미안한 생각보다는 당혹감이 앞섰다. 그런데 그 아주머니는 L 사장이 짧은 버디 퍼팅을 하는데 바로 그 라인 선상 몇 미터 뒤에서 그린을 보수하며 나무망치로 그린을 탕탕 치며 고르고 있었다. L 사장의 버디 퍼팅은 실패했다. 고객에게 그린에서의 매너를 가르쳐주듯이 충고를 한 그 아주머니가 아무 의식 없이 퍼팅 선상 바로 뒤에서 작업을 한다는 게 골퍼들을 무시하는 처사로 여겨졌다. 그래서 “경기과에 이야기해 퍼팅 때는 뒤에서 그렇게 소리 내며 일해선 안 된다고 교육시켜 달라”고 캐디에게 말했다.

세계적인 골프 강국으로 우뚝 섰지만
골프 문화국으로는 부족한 점 많아

방해를 받고 버디를 놓친 L 사장은 다음 홀에서 턱없이 보기를 했고 일행 모두 졸전을 벌였다. 그 다음 13번 파3홀 거리는 약 150미터였고 좌그린을 쓰는데 그린과 그린 사이에는 벙커가 있었다. 핀 옆에서 아주머니가 작업을 했는데 우리 일행이 티잉 그라운드에 올랐어도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는 듯 느릿느릿 그린 옆으로 나갔고, 아너였던 내가 불쾌함 속에서 친 샷은 벙커에 빠졌다. 벙커 턱이 없어서 퍼터로 온그린 시키려는데, 샷을 하기 직전에 나무망치 소리가 났고, 나는 피니시를 제대로 못해 그린에 오르지 못한 채 에이프런에 볼이 걸렸다. 화가 난 나는 첫 퍼팅을 강하게 쳤고, 마무리 퍼트를 놓치고 허무하게 더블 보기를 했다. 나중에 살펴보니 그 전 홀의 그 아주머니는 아니었다.

대한민국의 모든 골프장에는 그린을 보수하는 아주머니들이 있다. 많은 골프장에서는 아직도 골퍼들이 피치 마크를 수리하지 못하게 한다. 잘못 보수하면 그린에 손상이 간다는 이유지만, 오래 전부터 빠른 진행을 위해 그런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문제는 일당 아주머니들을 충분히 교육시키든가, 아니면 조금 더 채용해 플레이에 지장을 주지 말아야 한다는 게 필자의 주장이다.

비용을 낮춰 골프장 문턱을 낮게 해주는 것이 대중화에 도움이 되지만, 일단 내장한 골퍼들에게는 편안하게 게임에 집중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것이 골프장의 도리라 생각한다.  세계 곳곳에서 라운드했지만, 우리나라처럼 플레이어가 작업자에게 방해를 받는 사례는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다. 우리나라가 세계적인 골프 강국이 됐는데 아직은 골프 문화국으로 자부하기엔 부족함이 많다. 프레지던츠 컵의 주최국답게 이제는 골프장들도 서비스 의식 수준을 높여야 한다. 아직도 골퍼를 봉으로 생각하는 골프장의 갑(甲)질이 없어져야만 상생할수 있다. 

(정리 = 김금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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