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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윤기 변호사의 법 이야기] 가게 팔고 길건너에 같은 업종 개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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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457호(창간기념호) 고윤기 로펌고우 변호사⁄ 2015.11.19 08:5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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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저널 = 고윤기 로펌고우 변호사/서울지방변호사회 사업이사) 보통 임대인과 임차인 사이에서 문제되는 권리금에 대한 언론 기사가 많이 나옵니다. 최근 유명 연예인의 건물과 관련해 진행된 명도소송에서 권리금 분쟁이 많은 논란을 낳았습니다. 그런데 이 권리금은 임대인과 임차인 사이에서뿐 아니라, 영업을 양도한 전(前) 임차인과 영업을 양수한 임차인 사이에서도 문제가 됩니다.

최근 커피숍 주인과 창업 컨설턴트가 부풀려 말한 매출액을 믿고 커피숍을 운영하다 파산한 사건에서 양도인과 컨설턴트의 책임을 일부 인정한 판결이 나와 화제입니다.

양도인 A 씨는 프랜차이즈 커피숍을 권리금 1억 4천만 원에 양수해 영업을 해오다 장사가 잘되지 않자 1년도 채 지나지 않아 가게를 매물로 내놓고 창업 컨설팅 업체에 양수인을 찾아달라고 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창업 컨설턴트는 매출을 부풀려 양수인 B씨를 구했고, 부풀려진 매출에 혹한 B 씨는 커피숍을 인수했습니다. A 씨에서 권리금 8천만 원이 지급됐고, A 씨는 창업 컨설턴트에게 수수료를 지급했습니다.

양수인 B 씨는 커피숍을 잘 운영하려 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매출이 떨어졌고 결국 임대인에게 월세를 제때 지급하지 못해 명도소송을 당했습니다. 이에 B 씨는 “잘못된 매출 정보로 커피숍 양수 계약을 체결하게 했다”는 이유로 양도인 A 씨와 창업 컨설턴트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손해배상 청구액은 권리금인 8천만 원이었습니다.

1심 재판에서 양수인 B 씨는 패소했습니다. 1심 재판부는 “프랜차이즈 본사에 지급하는 로열티 세금 절감을 위해 매출액을 축소하는 음성적 관행이 존재했다”는 이유로 원고 패소 판결을 선고했습니다. 양도인 A 씨와 창업 컨설턴트가 B 씨에서 고의로 과장된 정보를 제공해 속인 것은 아니라는 겁니다.

2심 재판에서는 B 씨의 일부 승소 판결이 내려졌습니다. 승소 금액은 원고가 청구했던 8천만 원의 절반인 4천만 원이었습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양도인이 프랜차이즈 본사에 지급할 로열티를 면제받았기 때문에 매출액을 축소할 이유가 없고, 거래 관념에 비추어 커피숍이 흑자였다면 양도인 A 씨가 1년 정도를 운영한 후, 자신이 가게를 인수할 때 지급했던 권리금 1억 4천만 원의 절반이 약간 넘는 금액으로 다시 커피숍을 양도할 이유가 없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습니다.

분쟁 막으려면 겸업금지 조항 삽입해야

재판부는 “양수인 B 씨가 시간과 노력을 들여 커피숍의 영업 상태를 제대로 알아보지 않은 점”을 들어 양도인 A 씨와 창업 컨설턴트의 배상액을 원고 청구액의 50%인 4천만 원으로 제한했습니다. 이처럼 권리금은 양도인과 양수인 사이에서 손해배상액의 기준이 되기도 합니다.

이와 유사한 사례가 또 있습니다. 서울 광진구에서 초중고생을 대상으로 ‘H 수학학원’을 운영하던 H 씨는 이 학원과 관련된 영업권 및 시설 일체를 대금 1억 8천만 원에 K 씨에게 양도했습니다. 이 1억 8천만 원은 당시 학원의 임대차 보증금인 9천만 원과 권리금 9천만 원으로 책정됐습니다.

그런데 H 씨와 K 씨는 학원 양수도 계약서에 ‘경업금지(競業禁止)’ 약정을 넣었습니다. 경업금지 약정은 쉽게 말해 경쟁 업종을 하는 것을 금지한다는 조항입니다. 이 약정은 여러 곳에서 사용할 수 있는데, 근로자와 회사 간의 계약도 그 중 하나입니다.

회사 입장에선 고급 관리직이나 회사의 영업 비밀, 핵심 기술을 알고 있는 직원이 경쟁 업종에 취업하거나 동일 업종 회사를 차리는 것을 막을 필요가 있습니다. 이런 경우 경업금지 약정을 체결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장년층 고용안정 및 자영업자 대책’으로 권리금 보호를 위한 임차인의 대항력 인정 범위를 확대하고 권리금 회수 기회를 법으로 보호하는 정책을 마련했다. 사진 = 기획재정부

물론 회사와 근로자 간의 경업금지 약정은 회사의 영업상 기밀이 보호 가치가 있는 경우 적용되고, 그 기간도 한정될 수밖에 없습니다. 경업금지 기간을 무제한으로 하면, 근로자는 더 이상 일자리를 구할 수 없게 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경업금지 조항은 양도·양수에서도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가게 영업 노하우, 핵심 인력, 기존 고객 때문에 영업 양수를 결정하고 대금을 정했는데 근처에 다른 가게를 차리는 경우 양수인이 막대한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습니다.

예를 들어 동네에서 가장 잘 나가는 곱창 집을 거액의 권리금을 주고 인수했는데, 곱창집 주인이 바로 길 건너편에 또 다른 곱창 집을 개업한다면 양수인은 너무 억울할 것입니다. 그래서 영업장을 양도, 양수하는 계약에서 경업금지 조항을 넣는 것이 필요합니다.

H 씨와 K 씨 간의 학원 양도 계약에는 다음과 같은 문구가 들어 있었습니다.

특약사항
1. 양수인은 향후 이 학원에서 반경 20㎞ 이내에서는 학원을 개원 또는 수업할 수 없다. 만약 개원 또는 수업 시 권리금 9천만 원의 2배액을 배상한다.

그런데 학원을 양도한 뒤 1년 6개월 후 H 씨는 양도한 학원에서 3.7㎞ 떨어진 곳에 같은 학원을 차렸습니다. 결국 양수인 K 씨는 양도인 H 씨에 대해 위약금 1억 8천만 원을 지급하라는 소송을 제기합니다.

원고인 K 씨는 H 씨가 경업금지 약정을 위반했으므로 계약서에 기재된 위약금을 지급하라고 주장했습니다. 반면 피고인 H 씨 측은 경업금지 약정이 민법 103조의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하는 규정’이므로 무효라는 주장을 했습니다. 또 위약금도 지나치게 크다고 주장했습니다.

재판부는 “이 사건 경업금지 약정은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의 경업금지 약정과 같이 일방이 경제적 약자의 지위에 있는 상태에서 체결된 것이 아니라 대등한 사업자 간에 체결한 약정이라는 점과 상법 제41조 1항에도 10년간 동일한 특별시 등에서 동종 영업을 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위약금 약정을 무효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다만 재판부는 배상 금액과 관련해 민법 제398조 2항에 따라 배상액이 과다하다고 봤고 감액했습니다. 재판부는 1, 2심 모두 원고 승소 금액을 7천만 원으로 인정했습니다. 원고와 피고가 실제로 주고받은 권리금은 총 양도금액 1억 8천만 원 중 학원 임대차 보증금 9천만 원을 제외한 나머지 9천만 원이었습니다. 재판부는 이 실제 권리금 9천만 원을 기준으로 배상액을 감액한 것입니다. 사실상 권리금 중 2천만 원만 감액되고 대부분의 권리금을 돌려줄 것을 선고한 판결입니다.

위 두 사건에서 보는 것처럼 권리금은 임대인과 임차인의 관계에서뿐만 아니라 양도인과 양수인 사이에서도 문제가 됩니다. 영업장을 양도·양수하는 경우 경업금지 약정을 넣을 것을 충분히 고려해야 차후 분쟁을 예방하는 데 좋습니다. 

(정리 = 안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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