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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덕상 골프 세상만사] 골프장 한끼, 英 되는데 韓 왜 안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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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467호 김덕상 한국골프칼럼니스트협회 이사장⁄ 2016.01.28 08:56:46

CNB저널, CNBJOURNAL, 씨앤비저널

(CNB저널 = 김덕상 한국골프칼럼니스트협회 이사장) 지난 30여 년간 매년 1회 이상 영국을 방문했고, 주말이면 열심히 여러 골프장을 돌아다니며 라운드를 즐겼다. 정말 운이 좋게도 20년 전 6월에 딱 한 번만 폭우로 플레이를 포기하고 골프장에서 식사만 하고 돌아왔으며, 그 외에는 주말이면 언제나 골프를 칠 수 있었다. 영국 땅인 잉글랜드 스코틀랜드와 북아일랜드의 골프장에서만 족히 70회의 라운드를 한 셈이다.

그런데 금년 1월의 여행에서는 토요일 오전에 9홀을 플레이하고 그 좋아하는 골프를 중단했다. 지난 한 달 동안 비가 너무 많이 와서 골프장 컨디션이 형편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린에도 물이 차고, 주변 러프는 진흙탕 같아 정상적인 플레이가 되지 않았다. 우리 일행은 플레이가 어려운 상황이라 일요일 라운드를 취소하고, 유명 관광지인 세븐 시스터스 클리프(Seven Sisters Cliff)를 방문하기로 했다. 영국 남부 해안가 이스트본 근처에 위치한 흰색 절벽인데, 7개의 큰 구간으로 나뉘어 있어 세븐 시스터스라는 이름을 얻었다. 자연의 위대함과 경이로움을 느끼게 하는 관광 명소다.

우리는 런던의 교민으로부터 관광 후 점심 식사는 세븐 시스터스 인근의 골프장 클럽하우스에서 하라는 권유를 받았다. 우리나라 골프장 식당은 골퍼들에게만 개방되고, 식사 대금이 너무 비싸 일반 손님들은 오라고 해도 가지 않는다. 그런데 여러 나라의 골프장에서 식사를 해본 나는 클럽 하우스에서 하는 식사를 참 좋아하는 편이다. 경치도 좋고, 음식 값도 비싸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뜸 그렇게 하겠다고 답했다.

우리가 찾은 골프장은 씨포드 헤드 클럽(Seaford Head Club)이다. 1907년에 만들어져 110년 된 퍼블릭 코스다. 클럽하우스는 따로 작고 깨끗하게 지어져 동네 주민들이 편하게 찾는 곳으로 보였다. 우리가 도착한 오후 1시경에는 15명 정도 손님이 있었는데, 모두 플레이는 하지 않고 식사만 하러 온 손님들이었다.

한국 골프장 식당은 바가지 “오라고 해도 안 가”
합리적 가격과 서비스 갖춰야 대중화 되지 않을까

우리 일행 다섯 명은 맥주와 수프, 다섯 가지의 다양한 식사 그리고 커피까지 아주 든든한 점심 식사를 했는데, 총금액은 48파운드였다. 원화로는 8만 5000원이 들었다. 한국 골프장 클럽하우스에서라면 21만 원쯤 나올 식사였고, 영국의 생활 물가가 우리나라보다 30%는 더 비싼 점을 감안한다면, 우리가 지불한 점심 식대는 서울 근교 골프장 식대의 30% 정도도 되지 않는다. 이렇게 골프장의 식사 값이 경쟁력있으니 지역 주민들이 외식 장소로 클럽하우스를 자주 이용하는 것이다.

▲영국 씨포드 헤드 클럽을 방문했다. 지역 주민들이 외식 장소로 클럽하우스를 자주 이용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궁금해서 씨포드 헤드 클럽의 그린 피(green fee)를 확인했더니 2만 5000원이었다. 런던에서 차로 한 시간 거리에 약 650개의 골프장이 있다. 이 중 잉글랜드에서 가장 오래된 로얄 블랙히스(Royal Blackheath)는 1608년에 설립됐다. 훗날 제임스 브레이드(James Braid: 1901년 브리티시 오픈에서 첫 날 첫 홀에서 우승한 선수)라는 전설적인 골퍼가 일부 디자인을 수정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로얄(Royal)이란 이름이 붙은 명문이지만 그린피는 10만 원이 되지 않는다.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영국 골프장 자료에 따르면 이 650개 골프장 중 적어도 절반 이상은 그린피가 40파운드(약 7만 원)을 넘지 않는다. 우리나라처럼 비싼 카트가 있거나, 캐디 동반 의무제가 아니니 그저 5만 원 수준에서 한 라운드를 잘 즐길 수 있는 것이다. 물론 골프장이 오래 전에 자연친화적으로 건설돼 배수가 잘되지 않아, 비가 많이 내리는 겨울에는 다소 질퍽거리는 불편함은 있다. 하지만 영국은 골프가 택시 운전사, 동네 가게 아저씨들도 즐길 수 있을 정도로 확실히 대중화돼 있다.

데이트 장소로, 가족들의 회식 장소로, 또는 회사 직원들을 위한 파티 장소로도 골프장의 클럽하우스를 찾는 그런 날이 한국에도 어서 왔으면 좋겠다. 그것이 바로 진정한 골프의 대중화 모습이 아닐까? 

(정리 = 김금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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