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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화 골프 세상만사] ‘멀리건’은 멀리 안 가는데 ‘대통령 골프’ 갑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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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472호 김재화 한국골프칼럼니스트 협회 이사장⁄ 2016.03.03 08:57:46

CNB저널, CNBJOURNAL, 씨앤비저널

(CNB저널 = 김재화 한국골프칼럼니스트 협회 이사장) 골프가 그 어떤 것보다 좋은 것이, 한두 번 정도의 실수는 용서해주고 그 결과를 인정해주는 것에 있다고 본다. 다른 스포츠는 어디 그런가. 축구에서 페널티킥을 한 선수가 실축을 했다 치자. “아차차! 미안~! 충분히 몸을 안 풀고 찼더니 빗나갔네. 다시 한 번 찰께” 이러고 다시 차 들어가면 “골인!” 이러던가. 

그런데 골프는 이와 같은 ‘멀리건 제도’가 기본 룰보다 상위에 있고 대개는 지켜진다. 또한 희한한 권위와 역사, 전통이 있어 흉이 되지 않는다.

멀리건이 생긴 유래 중 정설은 이렇다. 친한 친구 몇 명이 라운드를 다녔는데, 멀리건만 차를 가졌고 운전을 했단다. 그래서 그가 실수할 때마다 “멀리건! 자동차 운전 때문에 피곤해 미스한 거야. 한 번 더 쳐!” 이랬다나. 그런데 50~60년 전의 이런 미스터 멀리건 이외에 요즘도 멀리건이라고 자기 이름을 쓰는 한국 골퍼들이 부지기수다. 그 대자대비한 전통, 멀리건은 계속 지켜져야 하는 것일까?

이 멀리건에 묘한 부분이 하나 있다. 사람에 따라 심한 차별을 한다는 점이다. 그러니까 누구에겐 멀리건이 어림없고, 누구는 멀리건 횟수를 자기 마음대로 정해도 주위에서 감히 이의를 제기 못한다는 것이다. 

미국 대통령들의 공통점은 하나처럼 골프를 즐긴다는 것이다. 오바마. 그 역시 골프광이다. 미국·아세안 정상회담 기자회견장에서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에 대한 진지한 질의응답이 오가다가 한 기자가 “지난 주말에 골프 몇 타 쳤어요?”라 묻자 오바마는 “내 스코어는 국가 기밀인데요”라고만 답변했단다. 웃음 와르르~. 

내가 그 자리에 있었다면 “오바마! 한 라운드에서 멀리건을 몇 번이나 써요?”라고 집요하게 캐물었을 것 같다. 사람의 정직하고 성실한 인성과, ‘실수 좀 봐줘. 다시 할게’ 이런 점수 구걸은 뭐, 아무런 상관이 없음을 경험으로 알고 있으니.

오바마와 빌 클린턴의 골프 사랑
대통령 퇴임 후 골프 실력 확 줄어 “빌리건”

미국은 대통령의 국정수행 능력 평가를 내는 것과 비슷하게 임기 중 골프 라운드 횟수, 점수, 태도 그런 것도 면밀히 파악해 발표를 한다. 그 중 힐러리 클린턴의 남편인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역대 대통령 중 점수가 7위였단다. 실력은 대략 90타 이내. 근데 이 양반이 지독한 멀리건광이다. 실수한 샷을 벌타 없이 다시 치는 멀리건을 남발해, 골프계에서 아예 대놓고 ‘빌리건’으로 부르기도 했으니! 그가 퇴임 후 기자들을 만나 멋쩍게 웃으면서 고백했다. “대통령 끝나고 가장 큰 변화는 골프 실력이 줄은 거. 사실 동반자들이 멀리건 주는 데 아주 짜졌어요.”

우리 역대 대통령들을 한번 보자면, 전두환 전 대통령이 골프를 아주 즐겼고, 아니 지금도 없는 살림(?)에 돈을 쪼개 열심히 라운드를 하니 실력이 별반 줄지 않았을 거라 본다는 소리고…. 헌데, 그가 누군가. 80대 초·중반이라는 그의 스코어는 캐디가 과연 소신껏 적어 넣은 것일까 하는 의심이 자꾸 든다는 말이다. 

이른바 ‘대통령 골프’란, 경호원을 숲속까지 몰고 다니며 공을 치는 걸 흉보는 말이다. 멀리건도 모자라 그 한 수 위의 혜택을 또 누리고 있기도 해서다. 다름 아니라, 그린 위에 올라간 공은 무조건 “원 퍼트 오케이”로 아예 들어간 걸로 쳐주니까 말이다.

자, 결론이 나왔다. 연습장 가서 부지런히 공을 때리는 힘든 훈련을 하느니 차라리 대통령이 되시길. 멀리건을 마음껏 쓸 수 있으니 얼마나 좋겠는가. 참, 멀리건 받아 친 공이 멀리 가는 걸 별로 본 적이 없다. 두 번째 샷이 특별히 좋아지지도 않더라. 괜히 뻘쭘하고 다시 앞에 툭 떨어지고. 설령 멀리 잘 날아갔다 해도 동반자들에게 무지 미안하지 않겠는가 말이다. 인생에 ‘다시 한 번’이 없듯, 국법으로 멀리건 제도를 없애라고 청원하는 바이다. 

(정리 = 김금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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