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것을 좋아해 한 번 과자 봉지를 뜯으면, 바로 그 자리에서 다섯 봉지 넘게 해치워버리는 배우가 있었다. 과자 봉지가 손에 들리는 순간 봉인 해제의 순간을 맞았다. 그랬던 그가 늘 손에 들었던 과자 봉지를 놓고 운동 기구를 들었다. 뮤지컬 ‘로맨틱 머슬’에 출연하는 배우 최동호다.
최동호는 최근 14kg 감량 사실을 밝혀 화제가 됐다. 82kg에 육박했던 몸무게를 68kg까지 감량했다. 출연 뮤지컬을 위해서다. ‘로맨틱 머슬’은 최고의 보디빌더를 꿈꾸는 청춘들의 꿈과 열정을 그린다. 극 중 전진 보디빌더였다가 시련을 겪은 뒤 셰프로 전향한 강준수 역을 맡았다. 현실 도피로 셰프의 길을 걷게 됐지만, 가슴 한켠엔 보디빌더에 대한 열정을 계속 간직한 인물이다.
“극 중 설득력을 높이기 위해 몸 관리를 필수적으로 해야 했어요. 원래는 82kg이었는데, 오디션에 지원했을 땐 5kg을 감량한 상태였죠. 당시 몸 상태가 만족스럽지 않아 큰 기대를 못했어요. 그런데 기적같이 오디션에 합격했습니다.”
오디션 합격 이후 몸 관리에 결정적인 자극을 준 건 바로 동료 배우들이다. ‘로맨틱 머슬’은 본격, 건강과 뮤지컬의 결합을 선보이는 공연이다. 공연의 특성상 대표 주자들이 선발됐다. 1세대 보디빌더인 이향미 선수가 배우 및 머슬 감독으로 참여하고, 평소 몸짱으로 유명한 이창민·이현(옴므)가 출연한다. 매일 연습실에서 마주할 때마다 몸이 점점 좋아지는 배우들을 보고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고.
“연습실에서는 유쾌한 노래와 연기로 분위기가 화기애애했지만, 견제가 아예 없을 수는 없었어요. 극 중 상의노출이 있어서 서로의 몸 상태를 안 보려 해도 의식할 수밖에 없었거든요. 그런데 정말 다들 몸이 정말 멋졌어요. 그래서 저도 뒤지지 않고 좋은 모습을 보여줘야겠다고 의지를 다졌죠. 이향미 감독이 운동 관련해 조언을 많이 해줬어요. 조언을 바탕으로 오전 10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연습을 한 뒤 집 앞 헬스장에 가서 또 5시간씩 운동을 했습니다. 식단 조절도 저염식으로 철저하게 했어요. 조금씩 배에 A팩 복근이 나오고 있는데, 제 인생에 있어서 최고의 몸 상태인 것 같아요. 공연이 올라가는 하루하루마다 몸이 더 좋아지지 않을까 해요. 발전 과정을 느낄 수 있을 거예요.”
최고의 몸을 가진 배우들이 펼치는 퍼포먼스가 백미
최고의 몸을 가진 배우들이 펼치는 퍼포먼스가 공연에서 최고의 백미가 될 것이라는 게 그의 말이다. ‘로맥틱 머슬’은 실제 보디빌더 대회에서 이뤄지는 퍼포먼스가 무대 위에 구현되는 게 다른 뮤지컬과의 차별화다. 보다 건강하고, 특별한 퍼포먼스를 보여주겠다는 각오가 서 있다. 또 실제 배우들이 사용한 헬스 기구들도 무대 위에 등장한다.
최동호는 몸무게 감량 외에 또 몰두해야 할 일이 있었다. 그가 연기하는 강준수는 보디빌더뿐 아니라 셰프로서의 역할도 있기 때문. 다행히 평소 맛집을 찾아다니고, 웬만한 건 다 해먹을 만한 요리 솜씨가 있기에 캐릭터 연구에 도움이 됐다.
“원래도 요리를 했었는데, 공연 준비를 하면서 이젠 건강하게 요리하는 법을 연구하게 됐어요. 이걸 바탕으로 배우들과 요리 경연이 펼쳐지기도 했어요. 연습할 때 고구마랑 달걀, 단백질 파우더를 넣어 만든 단백질 빵을 만들어서 가져왔었는데, 다들 먹으면서 표정이…(웃음). 공연 준비를 하면서 점점 저도 건강해지고 있다는 게 느껴져요.”
같은 역을 맡은 이현, 백성현과의 교류도 캐릭터 연구에 도움이 됐다. 최동호는 “이현 형은 노래할 때 감성이 정말 좋고, 백성현 동생은 연기를 생각하는 깊이가 깊다. 그래서 형에게 노래, 동생에게 연기를 배웠다. 좌(左) 성현, 우(右) 이현이다. 천군마마를 얻은 느낌”이라며 웃었다.
극 중 가장 친한 동시에 갈등을 빚는 친구 도재기와의 호흡도 중요하다. 도재기 역의 김보강, 이창민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자 느닷없이 팬심을 드러냈다.
“정말 서로의 매력이 달라요. 이창민 배우는 아주 진지한 면이 있어요. 보면서 진짜 극 중 재기 같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죠. 김보강 배우는 정말 잘 해요. 이번에 호흡을 맞춰서 정말 좋아요. 제가 뮤지컬을 시작하게 된 계기를 준 배우이기도 해요. ‘마리아 마리아’에서 예수 역할을 맡았을 때 봤는데, 정말 감동했어요. 이번에 함께 공연을 하게 돼 정말 기뻐요.”
전문 보디빌더들의 출연과 몸짱 배우들의 출연, 이렇다 보니 자연스레 공연의 화제성은 몸에 집중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야기를 소홀히 하지 않는다고 그는 강조했다. ‘건강 뮤지컬’을 표방하는 ‘로맨틱 머슬’의 또 다른 타이틀은 ‘청춘 뮤지컬’이다. 꿈을 위해 달려가는 과정에서 좌절도 많이 하고, 상처도 많이 받는 시대다. 공연은 그런 청춘의 열정을 응원한다. 보디빌더를 꿈꿨지만 포기하고 숨어버렸던 강준수가 친구들과 함께 다시 열정을 불태우는 과정이 언뜻 뻔해보일 수도 있지만, 그런 뻔한 이야기가 오히려 공감과 감동을 많이 불러일으킨다. 먼 게 아닌, 바로 가까운 일이기 때문.
“꿈을 향해 가는 과정에서 친구와 오해도 하고, 싸우기도 하고, 스스로 자괴감에 빠지기도 하고…. 누구나 겪는 일이죠. 저도 배우 첫 시작부터 지금까지 많은 고민과 갈등을 겪었고, 그건 현재 진행형이기도 해요. 그래서 준수가 꼭 제 모습 같아 더 몰입되기도 했어요. 칠전팔기 정신으로 일어서는 주인공들의 모습에서 저도 힐링을 많이 받았죠.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이 공연을 통해 받았으면 좋겠어요. 꿈을 향한 새로운 목표를 관객들이 갖고 돌아갔으면 해요. 저의 도전도 많이 기대해 주세요.”
공연은 대학로 유니플렉스 1관에서 3월 15일~5월 15일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