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루비아다방은 김준 작가의 전시 '다른 시간, 다른 균형'을 4월 20일~5월 19일 연다. 이번 전시는 사루비아다방의 전시후원작가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이번이 그 두 번째 전시다.
김준은 특정 장소의 소리를 채집해 재구성하고 배치하는 작업을 해온 미디어 작가다. 이번 전시를 위해 김준은 약 한 달 간 서울의 중심가 을지로 일대를 돌며 새벽의 각종 소리를 채집했다. 장사를 시작하기 전 셔터를 열고 새벽기도 하는 아저씨의 목소리나 어느 가게에서 키우는 앵무새가 재잘대는 소리, 각종 자재가 바닥에 던져지며 내는 소리 등을 모았다.
매일 이른 새벽 하루를 시작하는 을지로의 소리를 통해 작가는 그곳이 사라지기 전에, 사라져가는 장소와 그곳 사람들의 존재 그리고 역사적 가치를 인식하고 과거와 현재가 빚어낸 간극을 상대적 시간으로 들려준다.
작가는 관객이 소리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전시를 꾸렸다. 한 번에 두 명까지 입장이 가능한 이 전시장에서 관람객은 검은 스피커 25개만을 볼 수 있고, 이를 통해 25개 다른 소리를 듣는다. 입장할 때 받은 헤드폰과 마이크에 의지해 스피커를 따라 걸으면, 을지로의 생생한 소리 너머로 그 소리가 채집된 각각 다른 시간들을 체험하고 그 안에서 다른 균형을 발견한다. 그 과정에서 시각적 단서는 배재되고, 오로지 청각에만 의지해 작가가 소리로 들려주는 장소와 기억을 더듬을 뿐이다.
작가가 소리를 채집하며 함께 촬영한 이미지로 만든 이미지북도 전시장 입구에 비치됐다. 이 책에서 작가는 소리가 담긴 풍경을 △도시 건축의 혼재 △공간의 불규칙 △양식의 불균형 △연결과 흐름 △남겨진 흔적 △동식물의 공생 △사물의 존재적 가치라는 일곱 개의 시선으로 재구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