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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영미 골프 세상만사] 성가신 남편 보내고 플랫인생에 스윙축 세운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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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484호 손영미 골프 칼럼니스트⁄ 2016.05.23 09:31:17

(CNB저널 = 손영미 골프 칼럼니스트) 5월의 들판은 이제 완연한 연둣빛으로 물들었다. 5월은 그렇게 들판의 푸름만큼 유난히 행사도 많다. 어린이날을 시작으로 어버이 날, 스승의 날까지. 늘 바쁜 일정을 핑계로 못 찾아 뵌 부모님 스승까지. 더구나 새벽부터 먼저 안부를 물어온 원로 스승은 억지로라도 외면하기 힘든 상황이다.

한 해에 두 자녀를 한꺼번에 출가시킨 뒤, 일 년이 채 안 돼 남편이 정년퇴임을 하고, 곧바로 젊은 여인과 남은 인생을 자유롭게 살고 싶다며 해외로 떠나버린 상황이라면 더더욱 외롭고 적적한 상태일 것이다. 필자는 마음 한편이 씁쓸했지만 ‘해드릴 수 있는 것을 찾아 도와 드리자’는 마음으로 나섰다. 현관문에 들어서자 스승은 평소와 다르게 화사한 운동복을 입고 퍼팅 연습 중이다.

“와우! 선생님! 머리 싸매고 누워 계실 줄 알았는데….”

“내가 왜? 그동안 남편 포함 아이 셋을 잘 키워 출가시켰으면 됐지. 더구나 먼저 이혼하자 하니 좋고, 분쟁 없이 노후 자금 척척 원하는 대로 다 내주는데, 뭐가 아쉽다고…. 내일 라운드 잊지 않았지? 그동안 스윙이 많이 망가졌어. 잡아줘라.” 

이튿날 필자는 스승과 함께 이른 점심을 먹고 달리는 차창 밖으로 손을 내밀어 유쾌하게 바람을 가르며 골프장으로 향했다. 스승의 스윙은 첫 홀을 시작으로 백스윙 탑에서부터 문제였다. 보통 연세 든 분들이 두 다리 축이 무너지고 허리가 약해져 이런 현상을 겪는다. 허리와 두 다리 근육을 제대로 쓰지 못하는 데서 오는 현상이며, 팔로만 치는 스윙의 전형이다. 스승에게 올바른 백스윙 톱 만들기부터 제안했다. 어깨는 90°, 허리는 45°로 회전을 기본으로 등판이 목표를 향하게 하고, 클럽 헤드는 목표점을 가리키게 한다.

스승과 오가는 골프 조언 속 
축대를 바로 세우는 인생의 진리를 배워

“테이크 백을 낮고 길게 빼다 보니 백스윙이 너무 플랫해지는데요. 백스윙을 가볍게 왼팔만 자연스럽게 뒤로가 아닌 오른쪽 어깨 위로 바로 보내세요. 오른팔은 힘을 빼고 왼팔에 의지해 따라가기만 하세요. 가볍게 갔다 왔다 땅! 스윙 궤도가 무너지지 않게 둥근 원을 그려간다는 생각으로 해주세요.”

어드레스와 관련된 조언도 했다. 허리 굽히는 각도와 백스윙 톱에서 허리 굽히는 각도를 일관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양팔을 구부리지 말고 길게 끝까지 뻗어야 하고, 톱에서 클럽 샤프트가 목표선과 평행한지, 특히 손목이 구부러져 오버 스윙이 되지 않게 주의해야 한다. 

“두 다리는 양쪽으로 흔들리지 않게 축대를 세운다는 느낌으로 중심을 잡고, 힘은 두 다리에만 주세요. 그리고 다운스윙 때 공만 보고 공 왼쪽 측면을 때린다는 느낌으로 가볍게 내려치세요. 갔다 왔다 땅! 좋아요. 굿 샷!”

조언에 따른 스승은 “골프가 이렇게 쉬운 거였어? 우리 손 작가는 못하는 게 없어!” 하며 고마움을 표시했다.

“전 선생님이 부러워요. 명예롭게 퇴직하고, 자신감은 물론 여유까지 최소한 노후를 걱정 안 해도 되는 부를 가졌잖아요. 자녀들도 훌륭히 키웠고….”

“돈은 지금 네가 갖고 있는 재능으로도 충분히 보장이다. 앞으로도 물론 작품이 너를 충분히 명예롭게 보상할 것이니 말이다. 내 인생은 손 작가 스윙 지적대로 플랫 인생이다. 일한답시고 남의 손 빌려 가족에게 밥 해먹이고 이래라저래라 지시만 했지, 제대로 끌어안고 사랑을 못 키워냈으니 말이다. 그래서 뒤돌아서면 허탈하고 허무할 뿐이다. 돈이 많으면 뭐 하니? 같이 즐길 가족 상대가 없는데, 무슨 자유가 가치가 있겠니? 다시 축대를 세워 바로잡아야 할 때야. 좌충우돌 이리 밀리고 저리 밀린 플랫 인생에서 말이야. 고맙다. 오늘은 네가 내 스승이다.” 

필자가 힘겨운 시간을 지난 스승에게 위로를 드리겠다고 함께 한 라운드에서 필자는 여전히 제자가 됐다. 좋은 작품과 재능만으로도 삶의 충분한 명예요, 보상이라는 가르침을 받았다. 원로 스승을 통해 척박한 일상이 잠시 온기를 찾았다. 플랫 스윙, 플랫 인생을 잡아본다. 

(정리 = 김금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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