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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윤기 법률 칼럼] “폰트 저작권 침해”라며 연락올 때 대처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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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485호 고윤기 로펌고우 변호사⁄ 2016.05.30 09:34:11

(CNB저널 = 고윤기 로펌고우 변호사/서울지방변호사회 사업이사) 컴퓨터 사용자들은 대부분 워드, 엑셀, 한글 등 다양한 종류의 문서 프로그램을 이용합니다. 이 문서에서 사용하는 글자체를 ‘폰트(font)’라고 합니다. 폰트의 사전적 정의는 ‘종류와 크기가 같은 활자 한 벌’입니다. 이 폰트는 한글, 영문 등 각각의 언어로 나뉘어 다양하게 개발됐습니다. 우리가 쓰는 한글 워드 프로세서에도 다양한 폰트가 내장돼 있습니다.

그런데 주위에 폰트 저작권 위반 사실을 통보받았다는 이유로 상담을 해오시는 분들이 종종 있습니다. 또 법무법인에서 홈페이지 또는 간판에 사용한 폰트가 저작권 침해라고 하면서 홈페이지 관리자나 소유자에게 연락이 오는 경우도 있습니다.

경우에 따라 폰트 파일의 저작권자로부터 권리를 위임받은 법무법인들은 해당 폰트 파일이 사용된 웹사이트, 홍보물(로고, 간판, 플래카드), 콘텐츠(영상, 게임, e-북)의 명의자를 찾아 “폰트 파일을 보유하고 있는지를 입증하지 않으면 저작권법 침해로 고소하겠다”며 고액의 패키지 구매나 합의금 지급을 요구하는 내용증명을 보내는 경우도 있습니다. 심지어 회사를 직접 방문해서 컴퓨터를 뒤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문제는 이런 통보를 받은 사람들이 직접 폰트 파일을 사용하지 않고 그 결과물을 이용한 것에 불과한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사실입니다. 그래서 저작권법을 위반하지 않은 경우에도 자신이 저작권을 침해했다고 생각해 고가의 폰트 파일 패키지를 구매하거나 합의금 지급에 응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컴퓨터를 사용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폰트 파일을 사용하지만 그 사용 방법이 적법한지에 대해 아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폰트 파일은 컴퓨터 프로그램으로서 저작권법상 보호받는 저작물이지만 폰트 도안 즉 디자인 부분은 저작권법상 보호 대상인 저작물로 보지 않습니다.

좀 더 쉽게 설명하면, 글자 모양 자체는 저작물이 아니고 PC의 fonts(c:windowsfonts) 폴더에 ‘OOO.ttf’ 등의 파일명으로 저장되는 개별적인 폰트 파일이 저작권 보호 대상입니다.

예를 들어 A회사가 간판·로고 제작업체 B에게 의뢰해 간판과 회사 로고를 제작했습니다. 그런데 B가 저작권자에게 허락을 받지 않고 폰트 파일을 이용해 간판과 회사 로고를 만들었습니다. 이때 권리자는 간판과 회사 로고의 주인인 A회사에 저작권 침해를 이유로 합의금을 요구했습니다. A 입장에서는 황당하기만 합니다.

▲일상에서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글자 폰트라도 저작권에 주의해야 한다. 서울시는 서울 어린이대공원에 서울 브랜드를 알리고자 조립형 빅폰트(Big Font) 홍보조형물을 설치하기도 했다. 사진 = 서울시

이 경우 제작업체 B가 저작권자의 허락 없이 폰트 파일을 사용했다면, 저작권 침해 책임은 B에게 있습니다. 의뢰자인 A회사는 폰트 파일을 이용한 결과물인 이미지만 이용했으므로, 폰트 파일에 대한 저작권 침해를 했다고 볼 수 없습니다. 그래서 간판을 철거하거나 로고를 삭제할 필요도 없습니다.

폰트 저작권은 모양 아닌 파일에 있어
홈페이지의 폰트 복제에 주의 필요

폰트 파일에 대한 저작권 침해는 폰트 파일 자체를 복제하거나 이를 직접 사용하는 경우에 발생하기 때문에 폰트 파일을 사용해 만든 결과물에는 저작권 문제가 발생하지 않습니다. 다만 홈페이지는 주의해야 합니다.

홈페이지는 필연적으로 인터넷에 공개됩니다. 홈페이지에서 사용한 폰트는 모든 이용자에게 읽혀져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폰트 파일을 웹(Web) 폰트 형식으로 변환해 홈페이지 서버에 저장합니다. 이 경우 별도의 복제 행위가 있기 때문에 저작권 침해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홈페이지를 외주 제작한 것이라면 홈페이지 주인은 저작권을 침해한 것은 아닙니다. 그런데 이 경우에 홈페이지 주인은 홈페이지의 글씨체를 바꿔야 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폰트 파일을 허락 없이 복제해서 이용하는 행위를 저작권법에서 금지하고 있다는 사실을 모른 경우에도 저작권 침해는 인정됩니다. 흔히 “난 폰트 파일을 사용하는 것이 저작권 침해인지 몰랐다”면서 책임을 회피하고는 합니다. 그러나 이런 경우에도 명백한 저작권법 위반입니다.

▲정기적으로 국가 간 저작권 이슈를 다루는 포럼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은 제10차 한·중 저작권 포럼 현장. 사진 = 한국저작권위원회

다만 우발적이거나 경미한 저작권 침해 행위에 대해서는 검찰에서 ‘저작권 교육조건부 기소유예’를 하고 있습니다. 검사가 판단해서 일정 기간 저작권 교육을 받는 것을 조건으로 기소를 유예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 부분은 형사상의 문제이고, 민사상의 손해배상 문제는 여전히 남게 됩니다.

직원이 회사의 업무와 관련해 저작권 침해 행위를 한 경우, 그 직원을 처벌하는 것과 함께 회사도 처벌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회사가 저작권 침해 행위를 방지하기 위해 해당 업무에 관한 상당한 주의와 감독을 다한 경우에는 처벌하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회사에서는 직원들에게 합법적인 프로그램을 이용할 것과 불법 프로그램 이용을 방지하기 위한 교육 등을 해서 그 근거를 남겨놓아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무료 폰트 파일이라고 해서 모든 경우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예를 들어 네이버나 다음 등에서 무료로 배포하는 글꼴이라도 경우에 따라 상업적 사용이 제한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런 경우 해당 이용 조건을 꼭 확인해둬야 나중에 불필요한 시비를 방지할 수 있습니다. 

(정리 = 안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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