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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초록마녀 차지연 vs 금발마녀 아이비…이토록 매력적인 그녀들이라니

믿고 보는 두 배우의 인상적인 첫 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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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김금영 기자⁄ 2016.06.03 17:27:00

▲뮤지컬 '위키드'는 도로시가 이상한 나라에 오기 전 오즈에 있던 두 마녀의 이야기를 그린다.(사진=클립서비스)

(CNB저널 = 김금영 기자) 지난 3월 차지연을 만났다. 뮤지컬 ‘위키드’ 본격적인 연습을 앞두고 초록마녀가 될 마음가짐을 다지고 있는 그녀는 매우 기대감에 부푼 표정이었다. 그 가운데 그녀는 아이비에 관한 이야기도 전했다. 아이비는 극 중 초록마녀 엘파바(차지연 분)와 처음엔 서로 싫어했다가 서로의 모습을 이해하고 변화를 겪는 금발마녀 글린다 역을 맡았다. 차지연은 “이번 공연을 통해 처음으로 호흡을 맞춘다”며 “정말 잘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그녀와의 만남이 매우 설렌다”고 말했다.


그리고 몇 달이 흘러 뮤지컬 ‘위키드’가 대구에서 첫 막을 올렸다. 기존 ‘위키드’에 출연한 박혜나와 정선아의 발전에도 관심이 쏠렸지만, 이번에 뉴캐스트로 합류한 차지연과 아이비가 보여줄 호흡도 궁금했다. 그래서 기다리지 못하고 대구 공연장을 찾았다. 그리고 느꼈다. “이 언니들이 장난 아니네!”


뮤지컬 ‘위키드’는 동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각색한 그레고리의 소설이 원작이다. 원작 동화는 오즈에 떨어진 도로시가 다시 자신이 살던 곳으로 돌아가기 위해 뇌가 없는 허수아비, 심장이 없는 양철 나무꾼, 용기가 없는 사자와 함께 모험을 하는 내용을 그린다. 공연은 도로시가 아닌 두 마녀에 초점을 맞춘다. 모두의 사랑을 받지만 허영심 많은 금발마녀 글린다, 그리고 성격이 거친 것 같지만 알고 보면 따뜻한 마음을 지닌 초록 피부의 마녀 엘파바가 왜 각각 착한 마녀와 나쁜 마녀로 불리게 됐는지 그 과정을 따라간다.


‘위키드’는 여배우들이 선망하는 동시에 두려워하는 무대다. 앞서 초록마녀를 연기한 옥주현과 박혜나가 그 역할을 톡톡히 해냈기에 이와 차별화된 매력을 보여줄 수 있을지도 관건이다. 이 선배(?)들은 여배우로서의 미모를 포기해야 하는 초록 분장도 거침없이 소화했고, ‘위키드’의 1막 마지막 곡이자 대표곡으로 꼽히는 ‘중력을 벗어나’에서는 고음과 높은 공중 부양까지 관객의 박수를 받았다. 또한 정선아는 글린다의 상징과도 같다. 눈치 없이 발랄하고 주책이며, 허영심에 가득 찼지만 미워할 수 없는 사랑스러운 글린다 역에는 “역시 정선아 밖에 없다”는 말이 나왔을 정도다. 뉴캐스트들의 부담이 상당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


그런데 차지연과 아이비는 뉴캐스트이자, 이제는 ‘위키드’의 일원으로 제자리를 확실히 구축한 모양새다. 차지연은 극 중 초록마녀와 잘 어울린다. 실제 그녀의 성격과도 닮은 모습이다. 차지연은 평소 여성스럽기보다는 털털하고 솔직한 성격으로, 인터뷰에서도 그 면모를 거침없이 드러냈다. 엘파바가 딱 그렇다. 하고 싶은 말은 해야 직성이 풀리고, 걸음걸이는 성큼성큼 걸으며 말투도 강하다. 그래서 차지연이 연기하는 엘파바가 상당히 자연스럽다. 만약 그녀가 글린다 역을 맡았다면 괴리감이 느껴지지 않았을까 싶다.


털털 초록마녀 차지연과 주책 금발마녀 아이비


▲엘파바 역의 박혜나(왼쪽)와 글린다 역의 아이비가 호흡을 맞추는 모습. 박혜나는 기존 출연 캐스트, 아이비는 새로 합류한 뉴캐스트로 각자의 매력을 보여준다.(사진=클립서비스)

임신을 한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공중 부양, 고음을 완벽히 소화한다. 차지연은 ‘위키드’ 공연을 끝까지 소화할 것으로 전해졌다. 나중에 서울 공연에서는 살짝 배가 부푼 그녀를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그래도 그녀의 열연은 변함없을 것 같다.


아이비도 역할과의 조화가 매끄럽다. 사실 ‘위키드’ 초반에는 정선아의 아우라가 느껴지고 자꾸만 정선아가 겹쳐 보였다. 이전에 그녀가 연기했던 글린다가 정말 사랑스러워 머릿속에 콕 박혔기 때문. 그런데 극이 진행될수록 아이비 특유의 주책 연기가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부정적인 주책이 아니라 사랑스럽고 어디로 튈지 모르는 통통 튀는 매력.


이 모습을 지난해 그녀가 출연한 뮤지컬 ‘유린타운’에서 살짝 엿본 바 있다. 뮤지컬 ‘시카고’ 등을 통해 주로 섹시하고 요염한 역할을 맡았던 그녀가 ‘유린타운’에서는 철없이 명랑한 모습으로 주위를 당황시키는 여주인공 호프 클로드웰을 연기했다. 그 주책 연기가 이번 글린다를 통해 가감 없이 드러난다. 이젠 섹시한 모습이 어색해 보일 정도랄까. 주위가 민망해질 정도의 오버 액션조차 그녀가 하면 사랑스럽다. 


차지연과 아이비 각각 본래의 성격과 싱크로율이 높은 역할에 제대로 캐스팅됨으로 인해 공연 또한 활기를 띤다. 차지연과 아이비는 본인의 색깔이 확실한 배우다. 차지연은 한(恨)을 담은 ‘서편제’부터 ‘더 데빌’ ‘아이다’ 등 주로 강인하고 카리스마 있는 역할을 주로 맡아 왔다. 목소리는 허스키한 편이다. 아이비는 카랑카랑하고 귀에 꽂히는 음색이 특징이다. 자칫 상반된 두 배우가 각자의 개성을 너무 살리면 불협화음이 날 수 있는데, 극 중 엘파바와 글린다가 서로 화합하는 과정처럼 두 배우는 자연스럽게 어우러진다. 관객에게 초록마녀와 금발마녀를 확실히 각인시키겠다는 포부가 다부져 보인다.


물론 지금의 ‘위키드’가 있게 한 박혜나와 정선아의 열연도 여전히 빛난다. 이번에 믿고 보는 배우들이 집합한 ‘위키드’ 어벤져스 군단이 관객에게 각자의 매력과 개성을 확실히 어필한다.


배우들이 제대로 능력을 펼치며 놀 수 있도록 무대 구성도 잘 갖춰졌다. ‘위키드’는 30인조 오케스트라, 단 한 번의 암전 없는 54번의 무대 전환 등 거대한 무대 매커니즘, 40억 원 가치의 화려한 의상이 특징인데, 이 모든 것이 대구 공연장에 고스란히 구현됐다.


대구 공연장의 열기도 인상적이었다. 제2의 뮤지컬 도시로 떠오른 대구 공연장은 빈자리 없이 가득 차 있었다. 노래 하나가 끝날 때마다 공연장이 떠나갈 듯 환호성과 박수 소리가 이어졌다. 뮤지컬 ‘위키드’는 대구 계명아트센터에서 6월 19일까지 공연된 뒤,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7월 12일~8월 28일 공연된다.


▲글린다(왼쪽, 정선아 분)와 엘파바(차지연 분)는 처음엔 서로를 싫어하지만 선입견과 편견을 벗고 점차 서로의 진정한 모습을 바라보게 된다.(사진=클립서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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