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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두 골프 세상만사] Please be qui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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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490호 김영두 한국골프칼럼니스트협회 이사⁄ 2016.07.04 09:27:03

(CNB저널 = 김영두 한국골프칼럼니스트협회 이사) 영종도 골프장에서 열리는 골프 경기를 구경하러 갔다. 지난 대회의 우승자나 최경주 같은 유명 골퍼는 타 선수보다 훨씬 많은 갤러리를 몰고 다녔고, 샷을 날릴 때마다 팬들의 함성도 높았다.

진행원들이 ‘정숙’ ‘QUIET’이라고 쓴 팻말을 들고 다니며 선수들이 샷이나 퍼트를 할 때는 소음을 내지 말라고 했다. 사진기의 플래시도 터트리지 말라고 당부를 한다. 숲을 휘돌아 나가는 바람 소리나 새들의 지저귐 등의 자연의 교향곡만 잠깐씩 귀에 머물다 사라진다.

골프 경기를 관람하면서 언제나 느끼는 바이지만, 선수들끼리는 서로 대화를 나누지 않는 것 같다. 첫 홀 티샷하기 전에 안부 인사는 교환하는지 모르겠다. 일단 4라운드의 경기가 모두 끝난 후에 우승 선수가 같은 조의 선수 그리고 캐디와 허그를 나누면서 승리를 축하하는 장면이야 TV 중계에서도 늘 보여주니까 익숙한 장면으로 뇌리에 남아 있다.

하지만 경기 도중 페어웨이에서나 다음 홀로 이동을 하면서 선수들이 담소하는 모양을 보지 못했다. 최소한의 예의로 나누는 안부 인사나 위트 있는 대화 한 마디에도 호흡이나 맥박이 달라져서 샷이 흔들릴 수도 있음을 익히 알기 때문에 침묵 세계에 갇혀 고독한 경기를 하는 것 같다.

나는 아마추어 골퍼로서 적지 않은 라운드 경험을 가졌다. 하지만 단내가 나도록 입에 자물쇠를 채우고 5시간 가까이 경기를 한 적은 없다. 내기가 걸린 경기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배판의 배판으로 커져버려서 퍼트 하나 성공 여하에 따라 12점이 오락가락 할 판이었다. 배포가 작은 나는 다리가 후들거리고 팔의 힘이 빠지게 긴장해서 저절로 말수가 줄었었다. 하지만 오히려 상대에게 말 방해를 날려 멘탈 붕괴를 시켰고, 나 또한 상대의 야비한 말 공작에 무너져서 피눈물을 쏟았었다.

침묵의 배려 필요한 골프장에 오히려 “칭찬하는데 왜 그래?”

지난번 라운드에서 아웃코스의 마지막 홀에서 파 퍼트를 성공시키는 동반자의 스코어를 헤아려보니 36타였다. 그는 싸이클버디를 자랑했던 사람이다. 그늘집에서 막걸리 사발을 앞에 놓고 내가 말했다. “아직 이븐파 못해 봤다고 했죠? 오늘 이븐파 사고 치면 우리 팀 4명 제주도 1박 2일 골프라운드 여행 쏘는 거죠?” 인코스에 들어선 그는 분명 여행경비가 아까웠으리라. 아니면 나하고의 여행이 죽기만큼 싫었는지, ‘오빠 삼삼해’(오비, 빵카, 3오버파, 3퍼트, 해저드)를 일부러 골고루 맛보는 것 같았다.

▲수많은 갤러리들이 이동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 특정 사실과 관련 없음. 사진 = 연합뉴스

뒤돌아보면, 어느 해라도 그 해의 최고 점수는 페어웨이의 지형지물을 샅샅이 파악하는 내 집 같이 편안한 골프장에서 기록했다. 실력과 매너를 갖춘 노련한 골퍼들이 내가 매번의 샷에 집중하도록 침묵의 배려를 해줬다.

한 달이면 두 번 이상은 동반 라운드를 하는 친구가 있다. 내가 파를 세 개만 이어 붙여도 그녀의 높은 목소리가 페어웨이에 울려 퍼진다.

“너 오늘 잘 맞는구나. 베스트 스코어 치겠네.”

“얘, 내가 늘 하는 부탁이지만, 좀 조용히, 나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와주면 안 되겠니?”

“어머, 잘 친다고 칭찬하는데, 왜 싫어?”

한 10년쯤 그녀의 호들갑스런 칭찬에 이은 나의 애절한 간청, 그리고 그녀의 단호한 거절이 반복되고 있다. 20년 넘게 골프를 했다고 하면서도 여전히 초보골퍼 같은 그녀의 말 방해를 들으며, 올해의 최고 점수는 그녀와 동반하지 않는 라운드에서나 기대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정리 = 김금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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