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쇄
  • 전송
  • 보관
  • 기사목록

[손영미 골프 세상만사] 리디아 고의 타고난 여유에서 배우다

  •  

cnbnews 제491호 손영미 골프 칼럼니스트⁄ 2016.07.11 09:20:53

(CNB저널 = 손영미 골프 칼럼니스트) 햇볕은 쨍쨍 모래알은 반짝. 무더위가 점점 기승을 부리는 한낮, 연일 한국 여자 프로 선수들의 승전보가 전해진다. 

뉴질랜드 갤러웨이 소속 골퍼인 리디아 고와 오지현(20·KB금융그룹)이 동반 우승의 쾌거를 안겨줬다. 특히 연속 36주 세계 랭킹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리디아 고는 6월 27일 미국 여자 프로 골프(LPGA) 투어 월마트 NW 아칸소 챔피언십에서, 우승컵을 앞둔 18번 홀에서 멧돼지 모자 세리머니를 선보였다. 그녀 특유의 여유와 재치로 팬들을 향한 서비스를 잃지 않은 것.

또 오지현은 하루 전인 6월 26일 한국 여자 프로 골프(KLPGA) 투어 비씨카드·한경 레이디스컵 2016 대회에서 버디 17, 18번 홀에서 짜릿한 반전 우승으로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우승컵을 손에 든 오지현은 인터뷰에서 “아마추어 선수 성은정 프로의 마지막 홀 실수를 안타까이 지켜보며, 우승 욕심보다 내 샷 리듬을 놓지 않고 최선을 다하자는 각오로 연장전에 임했다”고 말했다. 더구나 대회 상금을 아마추어 선수에게 주지 않고 2위 우승 프로 선수가 받게 되는 대회 규정의 부담을 가볍게 날려 보내고, 당당히 오지현이 거머쥐는 쾌거를 이뤘다.

7월 7일 US 여자 오픈을 앞두고도 프로 선수들이 세계 각지에서 시즌 출전 대회에 열을 올렸다. 요즘 몇몇 선수들은 부상으로 또는 지카 바이러스로 출전을 포기할 때 리디아 고는 그녀 특유의 여유와 에너지로 “출전국이 잘 대처해 주리라 믿는다”고 출전 의지를 내보였다.

▲세계 랭킹 1위를 굳건히 지키고 있는 리디아 고. 사진 = 연합뉴스

필자에게도 리디아 고의 삶의 방식이 마음에 와 닿았다. 무턱대고 잡고 있던 컴퓨터 모니터를 끄고, 자료 더미 속을 헤집고나와 선배들이 머물고 있는 골프장으로 향했다. 선배들은 평창 올림픽 개막을 앞둔 근교에서 작심하고 이삼일 라운드만을 하겠다는 일념이었다. 필자도 원고 부담을 이유로 달콤한 유혹을 뿌리치고 책상에 앉아 있자니 애초 글이 써질 리가 없었다. 무작정 가방을 싸고 클럽을 든 채 달려갔다.

‘멀리 치고 가까이 붙이기’에서 얻은 해답
기본을 몸에 익히는 과정이 필요

머릿결을 스치는 바람결이 코끝을 상쾌하게 감아왔다. 저 멀리 그린 위에서는 한 선배가 버디 세리머니를 온몸으로 하고 있었다. 필자도 뒤따르며 드라이버를 치고 다음은 세컨샷. 깃대에 붙였다. 세 명의 선배들이 기암이다. ‘오늘은 운이 좋다. 아마도 호쾌한 샷을 치게 될 것 같은 기분이다. 아니 공기 때문일 것이야’라고 요행에 기대는 심리를 애써 다스려 본다. 그러나 그 다음 홀 연속 파 찬스다.

세 선배 중 한 선배가 으름장을 논다. “뭐야. 원고 안 쓰고 골프장만 다닌 거야?” 선배에게 물었다. “호쾌한 샷은 어떻게 하면 칠 수 있는 거야?” 그러자 선배가 말하길 “나만의 노하우인데 예쁘니 너만 일러준다. 멀리 치고 가까이 붙이기. 쉽지?”

30년 골프를 친 선배의 조언은 무엇보다 가장 기본적이었고, 일목요연한 해답이었다. 필자는 당일 리디아 고의 타고난 여유와 감각을 바탕으로, 또 상쾌한 선배의 조언으로, 10년 만에 최고 성적인 기분 좋은 싱글타수를 기록했다.  

우리는 골프가 잘 안 될 때, 실력이 잘 늘지 않을 때 수백 가지 이유와 핑계를 댄다. 또한 숱한 의문으로 시작되는 골프 샷 레슨, 그리고 너무 많이 바꿔 리듬이 몸에 익기도 전에 무분별한 분석과 이론에 얽매어 오히려 샷 리듬감을 잃어버리기도 한다. 골프 스윙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몸에 익혀 온몸의 근육이 내 옷처럼 하나로 움직여주는 쾌감이다. 그것은 가장 기본을 지켜가는 일이 아닐까 하며 다시 한 번 몸과 마음을 다져본다. 

(정리 = 김금영 기자)

관련태그
CNB  씨앤비  시앤비  CNB뉴스  씨앤비뉴스

배너
배너

많이 읽은 기사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