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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 아트선재 기획전] 미술관의 '과거 작품으로 현재 논의 이끌기'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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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498호 김연수⁄ 2016.08.26 16:33:15

▲아트선재센터 2층의 정서영 작가 전시 공간.(사진=김상태)


종로구 소격동의 아트선재센터는 8월 27일~11월 20일 김소라, 이불, 정서영 그리고 이불이 창립멤버로 활동했던 미술그룹 ‘뮤지움(MUSEUM)'의 작가들이 참여하는 ’Connect 1: Still Acts(커넥트 1: 스틸 액츠)전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1995년 아트선재센터가 옛터에 첫 개관한 이후 약 20년의 여정을 현재 시점에서 다시 되짚어보는 시도로 기획된 ‘Connect(커넥트)’ 시리즈의 첫 전시다. 아트선재센터는 개관 이래 시설 보수를 위해 두 차례 휴관했는데, 그 첫 번째는 2005~2006년이고, 두 번째는 2015~2016년이다. ‘커넥트 1: 스틸 액츠’전은 이 휴식 시기를 기점으로 시기를 나눠 김소라, 이불, 정서영 세 작가를 통해 1998~2004년 아트선재센터가 선보였던 활동을 살펴본다.


미술관 측은 “이 세 작가는 여성 작가라는 공통점 외에도 각자 고민했던 동시대성을 개성 있는 미학 언어와 함께 새로운 시각으로 제시했던 작가들”이라며, “이들의 주요 작업을 다시 살펴보는 이번 전시는 과거의 작업과 전시를 그대로 재현해 화석화하는 것이 아니라 새롭게 읽고 맥락을 다시 만들어 미래에 대한 논의라는 또 다른 장을 만들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큐레이터 김선정은 이번 전시의 서문을 통해 미술사학자 클레어 비숍의 ‘래디컬 뮤지엄(Radical Museology)’을 인용해 “객원 큐레이터를 초대해 소장 작업에 새로운 의미와 디스플레이 방식을 부여하는 네덜란드의 반 아베 미술관이나, 다양한 분야의 연구자들과 함께 소장품과 시대를 연구하고 재해석하는 스페인의 레이나소피아 미술관처럼 아트선재센터 역시 과거 전시와 그 전시에 포함됐던 작업들. 그리고 그것을 둘러싼 레퍼런스(참고자료)와 맥락을 현재에 드러낼 수 있는 방법을 찾고자 한다”고 목적을 드러냈다.


1층 - 김소라


이 전시에서 김소라, 정서영, 이불은 센터의 1~3층에서 각각 대표작들을 선보인다. 김소라는 2004년 김홍석과의 2인전 ‘Antarctica(안타르티카)’에서 선보였던 프로젝트 ‘라이브러리’를 진행한다. 2004년 작가는 불특정 다수로부터 1106권의 책을 기증받았다. 작가는 책 내지의 면을 보이게 혹은 보이지 않게 있고 엮어서 스코어(악보)를 만든다. 그리고 이에 따른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이번에 선보이는 라이브러리(도서관)는 작가의 지인들로부터 받은 100권의 책으로 이뤄졌다. 퍼포먼스는 전시 기간 동안 센터와 주변 곳곳에서 매번 퍼포머에 따라 다른 형태로 해석돼 진행된다.


큐레이터 김선정은 "과거의 도서관이 '페이징(Paging)'과 '프로그램(Program)'이라는 파생 작업을 통해 시간과 공간으로 펼쳐졌다면, 이번 도서관은 책 한 권 한 권이 작가에 의해 소화되고 발효되는 과정을 엿보게 한다"고 설명했다.


▲정서영의 2000년 작품 '수위실'.(사진=김상태)


2층 - 정서영


정서영은 2층 전시장에서 2000년 개인전 ‘전망대’에서 선보였던 작업 ‘전망대’, ‘꽃’, ‘수위실’과 함께 2010년 열렸던 공연 ‘미스터 김과 미스터 리의 모험’에서 퍼포머의 소품으로 쓰인 뾰족한 요괴의 귀 형태 작품 ‘모르는 귀’를 선보인다. 이들 작품은 일상에서 당연하게 여겨지는 소재와 그것의 형태가 전통조각에서 쓰는 재료가 아닌 더 쉽게 구할 수 있는 산업 재료인 스티로폼, 합판, 우레탄 폼 등으로 구현됨으로써 전혀 다른 시각적 경험을 제시한다.


미술관 측은 “작가는 우리가 흔히 접하는 사물의 형태를 제시하되 불필요한 부분을 잘라내 사물이 있는 환경을 조정한다. 환경에 대한 상상의 여지를 배제한다”며 “또한, 그 속성을 따라가며 그 당연함의 이면에 존재하는 특수성(그 소재-사물이 가지고 있는 정체성)을 찾아내려고 한다. 이런 과정에서 사물은 사회의 기능과 형태의 양상에 의문을 던지는 작가의 인식을 담는 것이 된다”고 설명한다.


▲벽에 설치된 정서영 작가의 '모르는 귀'.(사진=김상태)


3층 - 이불과 '뮤지움'


3층에는 이불이 1998년 첫 번째 개인전 ‘이불’에서 선보였던 ‘사이보그’ 시리즈와, 90년대를 마지막으로 보기 힘들었던 ‘장엄한 광채’가 설치됐다. 이불의 대표작인 ‘사이보그’ 시리즈는 인간과 기계의 결합체인 사이보그 형태가 과장된 비례와 풍만한 몸매, 유백색의 부드러운 질감으로 성적 매력이 극대화된 여성으로 나타난 것이다. 이불은 이런 형태를 애니메이션이나 영화 속뿐 아니라, 미술사 속 여성의 이미지, 예를 들면 ‘피에타’, ‘비너스의 탄생’, ‘올랭피아’ 등에서 나타난 여성 이미지의 원형에서 참조했다고 밝힌 바 있다. 미술관 측은 “이는 사이보그에 투영되는 여성성 역시 고급문화부터 대중문화에 이르는 문화적 통로를 통해 만들어지는 ‘지배적 이데올로기의 산물’임을 드러낸다”고 설명한다.


▲이불, ‘사이보그 W1', 실리콘 캐스팅에 폴리우레탄 주형, 페인트 안료, 185 x 56 x 58cm. 1998.


‘장엄한 광채’는 구슬과 스팽글 등으로 화려하게 장식한 생선을 투명 봉투에 담아 전시하고, 전시 기간 동안 서서히 부패하는 생선의 모습과 냄새를 제시하는 작업이다. 미술관 측은 “이 작업에서 생선은 여성을 상징한다”며, “생선을 장식한 구슬과 스팽글은 한국 경제성장의 이면에 가려진 여성 노동자들의 가내 수공업을 떠올리게 하며, 죽은 물고기에 바늘을 꽃아 스팽글을 수놓는 행위는, 여성에게 강요되는 전형적인 모습의 훼손이라는 가학적인 폭력성을 내제하고 있기도 하다”고 설명한다.


또한 시간이 흐르며 죽은 물고기가 썩어 체액이 흘러나오고 악취가 진동하기 시작할 이 작품은, 시각중심주의의 미술사에서 추방당했던 또 다른 감각인 후각을 불러들임으로써 시각예술에서의 전통적인 위계를 교란시킨다고 해석되기도 한다.


그리고 같은 공간에 80년대 말 이불이 소속되어 활동했던 그룹 ‘뮤지움’의 강홍구, 고낙범, 나카무라 마사토, 샌정(정승), 세스 프랭클린 스나이더의 작품이 함께 전시된다. 이들과 함께 하는 전시는 이불 초기 작업과 현재 작업의 개연성을 드러내는 동시에 앞으로 있을 ‘뮤지움’ 그룹 전시의 예고편 격이다.


▲이불의 작업 ‘장엄한 광채’의 부분 이미지.(사진=김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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