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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행근 중국부자 칼럼 ] 재벌이 행복한 한국 vs 갑부가 위험한 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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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525호 송행근 중국 경제문화학자⁄ 2017.03.06 09:41:07

(CNB저널 = 송행근 중국 경제문화학자) 중국 한 억만장자가 갑자기 홍콩에서 사라졌다. 2017년 1월 27일 새벽에. 실종된 주인공은 밍톈(明天)그룹 창립자인 샤오젠화(肖建華)였다. 이후 샤오 회장의 SNS에는 “요양 중”이라는 글이 올라왔지만 그의 과거 SNS 글이 모두 삭제되었다. 그의 부인은 홍콩 경찰에 남편의 실종 신고를 접수했다가 다음날 철회했다. 이에 현지 언론들은 샤오 회장의 행방을 놓고 실종설, 조폭 납치설 등 갖은 의혹을 제기했다. 결국 2월 초 샤오젠화는 중국 당국에 의해 체포된 것으로 밝혀졌다. 

샤오젠화 회장은 억만장자다. 부자전문 조사기관인 후룬 보고서는 지난해 그의 총 자산은 400억 위안(약 6조 6000억 원)으로 중국 내 부자 중 32위라고 밝혔다. 그는 중국에서 태어났지만 캐나다 시민권자다. 15세에 베이징대 법학과에 입학할 정도로 뛰어난 영재다. 1989년 민주화운동인 톈안먼 사태가 일어났을 때 베이징대 학생회 주석(총학생회장)으로 당국의 입장을 대변했다. 1993년부터 본격적으로 투자 사업에 뛰어들어 베이징에 회사 4개를 설립했고 1999년 밍톈그룹을 창업했다. 그 이후 증권사, 은행, 보험, 신탁 등을 이용한 금융투자로 순식간에 갑부가 되었다.  

32위 부자가 갑자기 중국 공산당에 체포된 이유

샤오젠화 회장이 체포된 배경은 뭘까? 그가 시진핑 누나의 자금줄이자 중국 최고위층의 재산증식에 관련되었다는 것이다. 실제 그는 시 주석 큰누이의 재산 형성과 처분 과정에 개입했다고 자인했다. 또 장쩌민(江澤民) 전 주석과 장더장(張德江)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 등 시 주석의 정적인 전현직 일부 최고위층과도 교류해왔다고 한다. 

수천 년 동안 중국인들의 염원은 두 가지였다. 부자가 되는 것과 권력을 잡는 것. 그 가운데 부자가 되는 것은 권력보다 더 큰 현실적인 욕망이었다. 절대적 권력은 언제나 황제 소유였고 그 남은 권력은 황족과 명망 높은 가문들의 전유물이었기 때문이다. 불행한 역사도 한몫했다. 2∼3년 주기로 발생하는 전쟁과 수시로 발생하는 홍수와 가뭄 등은 늘 불안감을 줬다. 중국인들은 자신의 생명과 가족의 안전을 지켜줄 유일한 희망은 금(돈)에 있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중국인들은 귀신도 부리고, 귀신과도 통할 수 있는 돈을 목숨 걸고 벌고 지키려고 했다. 

▲중국 부자 순위 32위인 샤오젠화의 체포를 보도하는 TV 화면.

부자가 되면 정말 행복한 걸까? 결론부터 말하면 부자가 된다 해도 꼭 행복한 것은 아니다. 2015년 후룬리포트는 1999년~2015년 17년 동안 중국 부자들의 명단을 정리하면서 특별한 보고서를 내놨다. 요지는 총 3087명의 역대 부자 가운데 35명의 비리 부호가 나타났다는 것이다. 35명은 전체 명단의 1.1%이다. 당시 감옥에 있는 사람은 18명, 출옥한 사람은 11명, 선고를 기다리는 사람 5명이었다. 이들은 평균적으로 41세에 문제를 일으켰고 44세에 발각됐다. 47세에 재판을 받았으며, 57세에 석방되었다. 

7년간 억만장자 9명이 잇달아 자살

2002년 포브스가 중국 11대 부자로 선정한 저우정이 눙카이그룹 회장은 대출 비리로 고초를 겪었다. 중국 2위 거부였던 어우야 그룹의 양빈 회장도 부패와 사기죄로 구속돼 18년형을 선고받았다. 중국 3대 부자였던 화천그룹의 양룽은 정부의 구속영장이 발부되자 미국으로 달아났다. 하이신 철강그룹의 리하이창 회장은 2003년 괴한의 총탄에 최후를 맞았다. 2006년에는 베이징따하오그룹 동사장 웬바오징(袁宝璟)이 협박과 사기 그리고 청부살해 혐의로 사형 당했다. 2015년에는 중국 부호 148위로 7조 원대의 재산가인 한룽(漢龍)그룹 류한 회장이 20년간 폭력조직을 이끌고 고의적인 살인과 상해 등을 저질렀다고 판단한 중국 법원은 개인재산의 전액몰수와 더불어 사형까지 언도했다. 그는 사형 직전 가족과의 면회에서 “다시한 번 인생을 살 수 있다면 노점이나 작은 가게를 차리고 가족을 돌보고 싶다”고 참회했다고 한다.

스스로 목숨을 버리는 경우도 있다. 2008년 중국 100대 부자 중 1위로 선정된 전자 유통 업체 궈메이(國美) 그룹의 창업자인 황광위(黃光裕·39)가 교도소에서 자살을 기도했다. 완창과기(万昌科技)그룹 가오칭창(高庆昌) 회장을 비롯해 2004년부터 2011년까지 8년 동안 억만장자 9명이 잇달아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부호들은 왜 불행을 당할까? 불행의 원인은 중국 문화와 관련이 깊다. 중국은 수천 년 전부터 지금까지 인치(人治) 중심의 문화이다. 인치의 핵심은 ‘꽌시’다. 꽌시는 인간관계와 비즈니스 관계가 결합된 중국 특유의 문화라 할 수 있다. 꽌시는 비즈니스 성공 여부의 80%이상을 좌우한다. 결국 인치 중심 즉 꽌시로 대부분의 일들이 진행되고 처리되다보니 상대적으로 법치가 흐물흐물해졌다. 

▲힘센 사람을 사귀어야 돈을 벌 수 있는 인치(人治) 또는 꽌시 문화의 중국에서는, 역사적으로 끊이지 않는 정변과 재난 탓에 돈을 많이 버는 것이 최고의 행복이라고 여겨져 ‘공희발재(恭喜發財: “부자 되세요”)’가 인사말이 됐고, 관련 상품도 많이 나와 있다. 사진 = 위키피디아

중국은 사회주의 국가로 모든 권한을 공산당이 갖고 있다. 정부 관리들이 막강한 권력을 행사한다. 중국에서 정직하고 법의 원칙을 지키면서 사업하면 성공하기가 여간 어려울뿐더러 자칫하면 회사가 날아가 버린다. 유일한 보호책과 방안은 공산당 지도부와 끈끈한 꽌시를 맺는 것이다. 견고한 꽌시의 결론은 돈이다. 서로 돈을 주고받아야 사업이 순조롭게 풀려가 큰돈을 벌 수 있다. 따라서 기업가는 뇌물수수 혐의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가 없다.

‘인치(人治) 사회’의 저주

1999~2007년 후룬보고서에 등재된 기업들의 가치를 분석한 연구 결과를 내놨다. 후룬 보고서에 이름을 올린 기업가들의 17%가 각종 비리 혐의로 조사를 받거나 구속됐다고 밝혔다. 중국에서 법의 테두리를 벗어나지 않고서 부를 쌓기는 사실상 어렵다. 공산 정권과 시장경제라는 이원화된 체제라는 이유도 있지만, 1세대 갑부와 뒤를 이어 주식과 벤처투자로 돈을 번 신세대 갑부 가운데 법을 철저히 지키면서 사업을 하는 이는 드물다.

중국에선 한때 ‘포브스와 후룬의 저주’라는 말이 회자됐다. 포브스가 매년 선정하는 부자 명단에 이름을 올린 중국 갑부들이 횡령과 비리로 조사를 받거나 구속 또는 처형되었기 때문이다. 그 결과 ‘포브스 명단 = 처형 명단’이란 불명예를 얻었다. 후룬 보고서는 중국판 포브스 보고서라고 할 수 있다. 매년 중국 내 최고 부자 1000 명의 재산 순위를 공개한다. 그런데 중국 부자들은 후룬 보고서에 이름이 오르는 걸 달가워하지 않는다. 부호 명단에 오르는 순간 중국 공산당과 국세청 그리고 검찰의 주목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실제 1999~2007년 후룬 보고서에 이름을 올린 기업가들의 17%가 각종 비리 혐의로 조사를 받거나 구속됐다. 

중국에서 갑부는 동경의 대상이다. 개혁개방 이후 돈이 중국인의 행복을 결정하는 기준이 되었다. 하지만 재벌의 비리와 구속 뉴스는 고속 경제성장 과정에서 중국을 ‘헬차이나’라고 인식하는 핀얼다이와 농민공들을 포함한 인민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다시 말해 ‘갑부 = 처벌 대상’이라는 혐오가 이어지고 있다. 이러다보니 부자를 동경하지만 부자를 존경하지 않는 아이러니가 생겨난다. 부자라고 해서 진정 행복한 것은 아니다. “중국 최고의 부자라는 건 오히려 불행한 일일 수도 있어요. 그 만큼 고통이나 압박도 많습니다.” 중국 최고 부자 가운데 한 사람인 알리바바 마윈 회장의 말이다. 

(정리 = 최영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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