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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윤기 변호사의 법률이야기] 재혼 뒤 자녀 성을 새아버지 성으로 바꾸는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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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528호 고윤기 로펌고우 변호사⁄ 2017.03.27 09:31:28

(CNB저널 = 고윤기 로펌고우 변호사) 보통 이혼사건의 의뢰인은 다시 같은 법률사무소를 찾는 경우가 드뭅니다. 다른 사건이 있다고 해도, 같은 사무실로 오는 경우는 왜 그런지는 잘 모르겠지만, 별로 없습니다. 그런데 최근에는 필자의 사무실에 예전에 이혼소송을 진행했던 의뢰인이 아이의 성과 본 변경 문제와 개명 문제로 찾아와서 상담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원래 우리나라의 개명신청 절차는 매우 어려웠습니다. 신청을 하는 사람도 별로 없었고, 워낙 허가가 나지 않았기 때문에 신청 서류에 “이름이 좋지 않아 시댁과의 불화가 생겼다”, “이름이 나빠서 사업이 잘되지 않는다”는 등 가져다 붙일 수 있는 각종의 사유를 다 만들어서 넣었습니다. 

그런데 대법원의 전향적인 판결과 함께 개명절차는 크게 개선되어, 많은 사람들이 그동안 마음에 안 드는 이름을 가지고 살아야만 하는 일이 크게 줄었습니다. 

한글과 한자 혼용한 이름 못 쓴다고?

최근에 한글과 한자를 혼용해 딸의 이름을 지은 부모의 개명신청을 허가해준 판결이 언론에 보도되었습니다. 보도 자료에 따르면, 광주에 사시는 나OO씨는 자신의 성씨인 ‘羅(나)’에 이름은 한자인 贇(빛날 윤)과 우리말 ‘별’을 합쳐 ‘羅贇별’이라는 성명을 지어주려고 했습니다. 대학에서 문학을 전공한 나 씨는 윤동주 시인을 좋아해 ‘서시’, ‘별 헤는 밤’ 등 별을 노래한 시처럼 “순수하고 아름답게 자라, 어려운 사람들의 그늘진 삶에 빛이 되어 달라”는 의미를 담아 딸 아이 이름을 지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딸의 이름은 “이름에 한글과 한자를 혼합해 사용한 출생신고 등은 수리해서는 안 된다”는 가족관계등록예규 제109호 5항을 근거로 출생신고 접수가 거부되었습니다. 결국 나 씨는 우리말로 ‘윤별’이라는 이름으로 딸을 출생신고 한 후, 개명허가를 신청했습니다. 

1심 법원은 개명신청을 기각했습니다. 그러나 2심인 광주가정법원은 “한글과 한자 혼용을 혼합해 사용하면 안 된다는 규정은 예규에만 규정됐을 뿐, 위임규정인 가족관계등록법에는 혼용을 금지하고 있지 않다”는 취지로 개명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은 1심 결정을 취소하고 개명을 받아들였습니다. 

이 판결은 좀 예외적인 경우지만, 일반적인 개명절차 자체는 매우 간단해졌습니다. 

성 바꾸기가 더 까다롭다

그런데 ‘개명’말고 ‘개성’ 절차는 좀 다른 문제입니다. 성과 본을 바꾸는 절차는 생각처럼 간단하지는 않습니다. 부인이 이혼하고 아이를 데리고 재혼한 경우, 아이의 성이 재혼한 남편의 성과 달라 혼란을 겪는 일이 많았습니다. 예전에는 아이의 성과 본을 변경하고 싶어도 마땅한 방법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법이 개정되어 현재 민법은 “자의 복리를 위하여 자의 성과 본을 변경할 필요가 있을 때에는 부, 모 또는 자의 청구에 의하여 법원의 허가를 받아 이를 변경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민법 제781조). 이 조항은 호주제가 폐지되면서 민법에 들어온 조항입니다. 

그런데 개명절차와는 달리, 성과 본을 변경하는 것은 좀 어렵습니다. 법원도 상당히 까다롭게 허가 여부를 결정합니다. 자녀의 성과 본 변경 신청은 자녀의 친아버지, 친어머니 또는 자녀가 할 수 있고, 새아버지나 새어머니는 할 수 없습니다. 친아버지의 동의는 원칙적으로 필요 없지만, 법원은 친어머니나 자녀가 성과 본 변경을 신청하는 경우에 친아버지의 의견을 묻고 이를 허가 여부를 결정하는 데 반영합니다. 

개성신청서가 접수된 경우 법원은 자 또는 친권자·양육자의 의사(자의 나이와 성숙도를 감안), 가족 사이의 정서적 통합, 성·본 변경이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학교생활이나 사회생활에서 겪게 되는 불이익의 정도, 성·본 변경이 이루어질 경우 정체성의 혼란이나 자와 성·본을 함께 하고 있는 친부나 형제자매 등과의 유대 관계의 단절 및 부양의 중단 등으로 인하여 겪게 되는 불이익, 자의 행복과 이익, 범죄를 기도 또는 은폐하거나 법령에 따른 각종 제한을 회피하려는 불순한 의도나 목적 유·무 등을 종합하여 판단합니다. 예를 들어 전과가 여러 건이 있는 경우에, 성과 본 변경은 더 어렵습니다. 왜 성과 본을 변경해야 하는지를 충분히 설명해야 합니다. 

성과 본 변경, 친아버지와 자녀 관계가 중요해

그런데 저는 이 모든 기준 중에 가장 중요한 것은 친아버지의 동의라고 생각합니다. 친아버지가 자녀의 성과 본을 변경하는 데 동의하는지 여부를 묻는 것은 필수적인 절차는 아니지만, 법원의 판단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합니다. 

▲엄마가 이혼한 전 남편의 자녀를 데리고 재혼하는 경우 자녀의 성과 본을 변경하는 문제에 부딪힌다. 이때 중요한 것은 성과 본이 아니라 자녀의 정체성과 친아버지와의 관계라는 것을 생각해야 한다. 사진은 싱글맘(소유진, 사진 맨 오른쪽)과 싱글대디(안재욱, 사진 맨 왼쪽)가 만나 자녀가 다섯 명인 재혼 가정을 이루는 이야기를 다뤘던 2016년 KBS 주말 드라마 ‘아이가 다섯’ 포스터. 사진 = KBS

그리고 친아버지가 전처가 양육하는 자식에게 면접교섭권을 제대로 행사하고 있는지, 양육비는 제대로 지급하고 있는지 여부가 중요하게 고려됩니다. 친아버지가 아이의 성 변경을 반대하는 경우라도, 면접교섭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양육비가 제대로 지급되지 않아 아이와의 유대관계가 끊긴 경우에는 아이의 성과 본 변경이 쉬워집니다. 

요즘 문제가 되고 있는 케이스 중 하나가, 바로 이혼한 전 부인이 아이의 이름을 개명한 이후에, 다시 성과 본을 변경하는 절차를 진행하는 사례입니다. 아이의 아버지 입장에서는 자신의 자녀가 어느 날 이름과 성이 다른 아이가 되어버리는 것입니다. 

많은 아버지들이 이 문제로 고민하고 분노하고 있습니다. 이런 불만을 변호사에게 와서 털어놓지만, 대책은 앞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아이와의 유대를 강화하는 것입니다. 면접교섭을 하면서 사진도 많이 찍어두고, 양육비도 제대로 지급하며, 아이가 아버지를 좀 더 친밀하게 느끼도록 만들면 해결되는 문제입니다. 즉 평소에 잘하면 되는 문제입니다. 

아이의 성과 본 변경 문제는 언뜻 쉬워 보이지만, 생각보다 복잡한 문제를 품고 있습니다. 만일 아이의 성과 본을 변경하고 싶으시다면, 부디 한 번 더 숙고하기 바랍니다. 

(정리 = 윤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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