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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기업: 블랙야크 vs K2-네파-아이더] "아웃도어 광고, 꼭 야외서 해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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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528호 윤지원⁄ 2017.03.27 11:26:52

▲블랙야크 '스페이스' 워킹화 광고. 기존 아웃도어 브랜드의 광고들처럼 자연 속에서의 활동을 보여주는 대신 실내에서 군무를 추는 콘셉트로 차별화를 시도하면서 '충격 흡수'라는 기능을 감각적으로 강조했다. (사진 = 블랙야크 광고화면 캡처)


옛날 옛적엔 매화·목련이 봄을 알렸다지만 도시인에게 가장 먼저 봄을 알리는 것은 여러 아웃도어 브랜드들의 봄-여름 신제품 광고들이다. 블랙야크는 3월 9일, 워킹화 ‘스페이스(SPACE)’의 광고를 공개했다. 블랙야크 측에 따르면 스페이스는 신발 밑창의 중간에 1cm의 빈 공간(space)을 두어 충격 분산 및 열기와 습기 방출의 성능을 높인 제품이다.

이 광고는 천편일률적인 아웃도어 제품 광고와는 확실한 차별화를 꾀했다. 그러면서 이 제품의 대표적인 기능을 감각적으로 전달한다.

실내 촬영으로 다른 아웃도어 브랜드와 차별화

이를 위한 두 가지 전략은 ‘실내 촬영’과 ‘군무’다. 광고 제작을 진행한 대홍기획 관계자는 “다양한 아웃도어 브랜드들의 수많은 광고들 속에서 블랙야크의 워킹화가 소비자의 눈과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차별화된 콘셉트를 통해 스페이스의 ‘1cm 공간’이 가진 기술력을 쉽고 임팩트있게 전달해야 했다”며 “산을 오르내리고, 뛰고 걷는 모습 대신 발을 구르고, 점프를 하고 여러 명이 일제히 격렬하게 몸을 움직이는 군무를 이번 광고에 담았다”고 밝혔다.

K2와 네파, 아이더 등 비슷한 시기에 나온 다른 아웃도어 광고들은 왜 블랙야크의 ‘실내’ 콘셉트가 적절한 전략이었는지 보여준다. K2의 민호(샤이니)와 네파의 전지현은 약속이라도 한 듯 숲과 물이 있는 자연 속을 뛰어 다닌다. 아이더의 이민호는 여러 사람과 어울리는 캠프의 즐거움을 유쾌하게 표현하고 있어 다소 다른 콘셉트의 연기를 하고 있지만, 역시 비슷한 풍경 때문에 기시감(항상 본 그 느낌)이 드는 것은 마찬가지다.

이와는 달리 모던한 디자인의 실내에서 촬영된 블랙야크는 아웃도어라는 통념를 떼어 내고, 젊은 세대에게 어필하는 스포츠 패션 브랜드의 광고 느낌이다. 동영상 사이트에 실린 광고 동영상에는 “아웃도어 브랜드가 아니라 스포츠 브랜드 같다” “색다르다” “남달리 감각적이고 트렌디한 느낌”이라는 댓글들이 많이 달렸으니 성공적인 전략이었다고 할 수 있다.

▲샤이니의 민호를 내세운 K2의 2017 S/S 광고. (사진 = K2 광고화면 캡처)

▲전지현을 메인 모델로 쓴 네파의 2017 S/S 광고. (사진 = 네파 광고화면 캡처)

▲이민호를 메인 모델로 쓴 아이더의 2017 S/S 광고. (사진 = 아이더 광고화면 캡처)


감각적 어필과 스토리텔링

한편, 제품의 대표 기능인 ‘충격 분산’ 효과를 전달하기 위해 발 구르기 동작이 강조된 안무와 음악을 사용했다. 또한, 여러 사람이 일제히 발을 구르니 그 강도도 훨씬 강조된다. 여기에 지코의 역동적인 점프 동작을 적절히 섞고, 밑창의 내부 구조와 원리를 설명해주는 장면으로 자연스럽게 전환된다.

이 광고는 꽤나 감각적으로 진행된다. ‘쿵쿵착 쿵쿵착착.’ 쉽고 강렬한 비트가 귀를 먼저 사로잡는다. 초-중반에는 아무 설명도 없이 여러 명의 남녀가 비트에 맞춰 칼 군무를 선보인다. 발 구르기와 손뼉으로 구성된 이 비트는 영국 록밴드 퀸(Queen)의 1977년 히트곡 ‘We Will Rock You'의 변주처럼 들린다.

또한, 남자들과 여자들이 두 진영으로 나뉘어 군무를 펼쳐 보이는데, 이 장면은 브로드웨이 인기 뮤지컬을 스크린으로 옮긴 1978년 영화 ‘그리스(Grease)’를 연상케 한다. 꼭 ‘그리스’를 떠올리게 되지 않더라도, 멋지고 건강한 청춘 남녀들을 대립 구도로 배치했다가 결국 섞이게 한 간단한 구성만으로도 로맨틱한 긴장감을 전달하는 데 충분하다. 덕분에 맥락 없는 음악과 군무가 아니라 이해하기 쉬운 스토리가 담긴 영리한 광고가 되었다.

1970년대 서양 팝문화의 아이콘을 레퍼런스로 삼아 현대식으로 재해석하려는 기획 의도가 있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자연스럽게 연상되며 흥미를 더한다.

메인 모델인 지코와 신세경은 매력적인 선남선녀일 뿐 아니라, 젊고 건강한 이미지를 지닌 스타들이어서 광고 콘셉트에 잘 어울린다. 특히 지코는 최근 청소년과 20대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아웃도어 제품이라고 하면 휴일 지하철에 가득한 중년남녀의 등산복만 떠올리던 세대에게 어필하기 위해 적절한 캐스팅이다. 댓글에도 “요즘 젊어진 느낌으로 다가온다” “블랙야크가 많이 젊어졌다”는 평가가 많이 보인다.

신세경에 대해서도 힘 있고 경쾌한 몸짓을 잘 표현해서 맥락 없는 섹시함이 아닌 기분 좋은 건강함을 표현했다는 평가다.

▲할리우드의 뮤지컬 영화 '그리스(Grease)'의 한 장면. 1970년대 후반 청춘스타 존 트라볼타와 올리비아 뉴튼 존을 주인공으로 캐스팅 해 세계적으로 흥행한 작품이다. 블랙야크 광고에서 남자들과 여자들의 군무 대결에서 연상되는 영화다. (사진 = 영화 '그리스' 스틸)


콘셉트는 좋았지만 아쉬운 현장 사운드와 싱크로 

한 광고계 관계자는 이 광고의 아쉬운 점 두 가지를 지적했다. 첫째는 음악의 어색함이다. 배경 음악에 현장음이 빠진 것이 영상의 콘셉트와 어긋난다는 주장이다.

이 광고가 공연이라면, 칼 군무가 중요한 댄스 공연이 아니라 발 구르기와 손뼉으로 음악을 연주하는 바디 퍼커션(body percussion: 신체를 타악기처럼 활용해 리듬을 만드는 연주) 공연이었을 것이다. 안무의 주된 요소가 발 구르기와 손뼉이니, 사운드도 그것에 기반하는 것이 감각적으로 더 자연스러웠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 광고를 본 적이 없는 시청자에게 먼저 볼륨을 끈 채로 영상만 보여주고, 사운드가 어떨지 상상해보게 했다. 그런 다음 볼륨을 켜고 사운드와 영상을 온전히 다시 보게 했다. 그가 상상했던 것은 난타 공연을 볼 때와 같은 생생한 현장음이라고 했다. 바디 퍼커션에 관해 얘기하니 적극적으로 동의했다.

하지만 실제 광고에는 스튜디오에서 녹음되고 만들어진 음악이 춤을 위한 반주로 쓰였고, 동작과 소리의 싱크(sync)도 눈에 띄게 어긋난다. 이 시청자는 그게 어색했다고 밝혔다. 당연히 소리가 나야 하는 동작에서 소리들이 빠졌으니 자연스러울 리 없다. 그래서 이 광고는 다소 현장감 없는 공연처럼 어색해 보인다.

저만큼의 인원이 제대로 손발을 맞춰 내는 소리를 사용했다면 ‘발 구르기’에서 전해지는 충격의 강도도 더 감각적으로 전달되었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사진 = 블랙야크 광고화면 캡처)


콘셉트를 스스로 깨는 클로징 멘트는 뭐지?

둘째는 이 광고가 과연 아웃도어 브랜드 광고가 맞는가 하는 점이다. 물론, 아웃도어 제품이라고 해서 콘셉트가 반드시 실외여야 한다는 법은 없다. 앞에서도 대홍기획 측이 직접 밝혔듯, 제품의 기능을 효과적으로 강조하기에 이런 군무 콘셉트는 잘 어울렸고, 다른 아웃도어 광고들과 확실하게 차별화 되었으며, 더 젊은 세대에게 효과적으로 어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광고계 관계자는 마지막 숏이 옥의 티라고 지적했다. 이전까지는 아웃도어 브랜드라는 정체성과 실내 촬영 장면 사이의 갭을 잊어버릴 만큼 감각적인 광고였다. 그런데 마지막에 굳이 '세상은 문밖에 있다'라는 카피를 강조하는 탓에 그 갭이 상기된다. 실내에서 실컷 놀고는 문밖 세상을 얘기하다니, 콘셉트와 카피가 서로 모순되는 결과를 낳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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