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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황후 돌보는 무사 연기하며 ‘괴물 신인’에서 참배우로

최우혁, ‘명성황후’서 홍계훈 역 열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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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582호 김금영⁄ 2018.04.03 10:21:57

뮤지컬 ‘명성황후’에서 명성황후를 호위하는 무관 홍계훈 역을 맡은 배우 최우혁.(사진=에이콤)

(CNB저널 = 김금영 기자) 2015년 공연계가 들썩였다. 뮤지컬 ‘프랑켄슈타인’으로 데뷔한 배우 최우혁에 의해. 극 중 프랑켄슈타인에 의해 창조된 괴물 역을 맡았던 최우혁은 그야말로 괴물 그 자체였다. 안정된 가창력과 괴물에 빙의된 듯한 연기력으로 함께 출연했던 유준상, 박건형, 박은태 등 쟁쟁한 선배 사이에서 기죽지 않고 미친 존재감을 발휘했다. ‘괴물 신인’이라는 별명을 얻었던 당시 그의 나이 23세.

 

그로부터 3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최우혁은 ‘프랑켄슈타인’ 이후 ‘올슉업’ ‘밑바닥에서’ ‘벤허’ 등 다양한 무대에 올랐다. 특히 ‘올슉업’에서 연기했던 능글맞은 카사노바 엘비스 역은 그의 나이에 걸맞은 발랄함으로 제 옷을 입은 듯 인상적이었다. ‘벤허’에서는 보다 높은 자리에 오르고 싶은 욕망으로 친구 유다 벤허를 배신하는 장군 메살라로 분해 엘비스와는 전혀 다른 색깔의 연기를 보여줬다.

 

‘최고 위치 여인’ 돌보는 무사는,

액션에선 과감, 평상시엔 진중해야 하니

 

이번엔 ‘명성황후’에 출연 중인 그를 만났다. 최우혁은 조선 제 26대 왕 고종의 왕비이자 대한제국의 첫 황후였던 명성황후를 지키는 무관 홍계훈 역을 맡았다. 홍계훈은 1882년 임오군란이 발발했을 때 명성황후를 궁궐에서 탈출시킨 공으로 중용됐던 인물이다. 명성황후에게 충성을 다했던 홍계훈의 이야기는 연심으로 해석돼 다양한 작품에 사용되기도 했다. 뮤지컬 ‘명성황후’에서는 홍계훈의 첫사랑이 명성황후라는 설정이다.

 

“극 중 홍계훈은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목숨까지 바칠 수 있는 인물이에요. 말로는 누구나 목숨을 바칠 수 있을 거예요. 하지만 실제로 행하기는 굉장히 힘들고 어려운 일이죠. 그래서 더욱 홍계훈의 순애보와 진지한 마음이 사람들의 마음을 울리는 것 같아요. 무관으로서 명성황후를 지키기 위해 늘 냉정을 유지하지만, 명성황후가 위험해지자 진심 어린 조언을 전하고, 뒤에서 명성황후를 걱정하는 따뜻한 면모도 지니고 있어요. 실제 저는 밝고 유쾌한 성격이어서 진중한 홍계훈과 닮지는 않았지만, 그를 연기하면서 저렇게 남자답게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올해 23주년을 맞은 뮤지컬 ‘명성황후’ 포스터. 최우혁이 맡은 무관 홍계훈은 명성황후를 사랑하는 인물로 그려진다.(사진=에이콤)

그간 다양한 역할을 맡아 왔지만 ‘명성황후’로 만난 홍계훈은 최우혁에게 새로운 도전이기도 했다. ‘프랑켄슈타인’ ‘올슉업’ ‘벤허’에서는 자신의 감정을 최대한 폭발하고 분출시키는 캐릭터를 연기했다. 그런데 홍계훈은 지금까지 맡았던 역할과 달랐다. 극 중 그는 명성황후를 사랑하지만 그 감정을 절대로 들키지 않기 위해 최대한 숨긴다.

 

“홍계훈은 굉장히 정적인 인물이에요. 이전 작품들에서 큰 몸짓으로 인물이 느끼는 감정을 표현했다면, 홍계훈의 경우 움직임을 최소화한 상황에서 지금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는지 관객들에게 보여줘야 하는, 굉장히 어려운 작업이었어요. 그래서 노래를 부르거나 걸어 다니는 장면에서 두 발에 모래주머니를 달았다고 생각하며 연기했어요. 장군으로서의 위엄과 진중함을 보여주는 동시에, 늘 자신의 감정을 저 깊숙한 곳에 묻어둔 홍계훈을 표현하기 위해서요. 꼭 몸을 많이 움직여야만 인물의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걸 홍계훈을 통해 공부했어요.”

 

그리고 홍계훈은 다른 측면에서 최우혁을 힘들게도 했다. 감정 표현에 있어서는 굉장히 정적이지만 검 싸움을 할 때는 누구보다 용맹하고 날렵하다. 홍계훈의 첫 등장 장면에서는 숨이 벅차오를 정도로 격한 무술을 선보이고, 적군과의 싸움에서는 큰 칼을 휘두른다. ‘명성황후’가 가히 액션 공연으로 불릴 정도다.

 

“액션 장면을 연습할 때 정말 힘들었어요. 검 싸움 장면에서는 검에서 불꽃이 튀는데 그 와중 격한 액션 동작을 소화해야 해서 최대한 집중해야 했죠. 하지만 무섭다고 몸을 사리면 무대 위에서 티가 나요. 방법은 연습뿐이었어요. 조선 최고의 검술가인 홍계훈의 모습을 제대로 보여주기 위해서요.”

 

뮤지컬 ‘명성황후’에서 홍계훈(최우혁 분)이 집중 조명을 받으며 액션 장면을 소화하고 있다.(사진=에이콤)

연습에 또 연습. 올해 23주년을 맞은 ‘명성황후’ 무대에 오르기 위해서는 필연적이었다. ‘명성황후’는 라이선스 뮤지컬이 대거 포진해 있던 국내 뮤지컬 시장에 1995년 등장한 뒤 대표적인 창작 뮤지컬로 자리를 지켜 왔다.

 

공연은 세속명 민자영(명성황후)이 왕비가 된 1866년부터 일본 낭인들에게 시해 당한 1895년까지의 30년 역사를 보여준다. 30년의 시간을 3시간 여 공연에 담기 위해 군더더기 없는 빠른 전개를 보여주는 가운데, 전통춤의 아름다운 선 등 한국 고유의 정체성을 오롯이 살려내고 있다. 이 점을 인정받아 국내 초연을 올린 지 햇수로 3년 만에 미국 브로드웨이에 아시아 창작 뮤지컬 최초로 진출하며 해외 관객들의 호평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최우혁은 “‘명성황후’가 처음 공연됐을 때 내 나이가 3살이었다”며 웃었다.

 

'명성황후' 첫 시작 때 그의 나이는 "세살"

 

“정말 많은 공연들이 무대에 오르는 시대예요. 관객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매우 자극적인 형태로 만들어지는 공연도 있어요. 그 와중 ‘명성황후’는 굳건하게 자리를 지켰어요. 우리의 역사를 알려주는 동시에 나라의 국모로 막중한 책임감을 가졌지만 그 이면엔 한 인간으로서 두려움 또한 지녔던 명성황후의 모습 등 역사적 인물들의 내면을 파고 들어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요소들을 담았죠. 23년 전 만들어진 작품이 이렇게 완성도 높은 구성을 취하고 있었다는 게 놀라워요. 그래서 ‘명성황후’ 출연이 결정됐을 때 기뻤지만 부담이 되기도 했어요. 하지만 부담감에 떨기보다는 열심히 하자는 생각이었죠.”

 

최우혁은 JTBC ‘팬텀싱어 2’에 출연하며 대중에게 얼굴을 알렸다.(사진=JTBC)

‘명성황후’를 준비하면서 최우혁은 바쁜 시간을 보냈다. 최근 드라마 ‘연남동 539’를 마무리했고, 지난해에는 보컬 오디션 프로그램 ‘팬텀싱어 2’에 출연하는 등 뮤지컬 이외 다른 분야에서도 활발하게 활동했다. 특히 ‘팬텀싱어 2’에서는 괴물 신인이라는 별명을 가진 그에게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졌다. 하지만 첫 출연 때 불렀던 노래는 의외의 혹평을 듣기도 했다. 이후의 무대에서 뛰어난 가창력으로 명예 회복을 하고 방송을 마무리하긴 했지만, 괴물 신인이라는 별명이 그에게 부담을 줬던 건 아니었을까. 하지만 그는 고개를 저었다.

 

“제 원래 삶의 방향엔 배우가 없었어요. 원래는 운동을 했고 2013년 ‘잭 더 리퍼’에서 이건명 선배의 노래와 연기를 보고 뮤지컬을 하고 싶다는 열정이 생겼어요. 작은누나가 듣고 처음엔 비웃었어요. 누나가 되게 객관적이거든요. ‘열심히 해봐라’ 조언하기보다는 무엇이 모자라는지 정확히 꼬집는 스타일이에요. 그러니 더 오기가 생기더라고요. 어떻게 하면 뮤지컬 배우가 될 수 있을지 알아보고 오디션을 수차례 봤어요. 그렇게 서게 된 무대가 ‘프랑켄슈타인’이었어요. 감사하게도 정말 좋은 평을 받아 괴물 신인이라는 별명도 붙었고요. 그런데 그때도 작은누나는 제 무대를 보고 ‘그렇게 잘하는 건 모르겠는데 멋있더라’라고 말하더라고요(웃음). 더 잘하고 싶은 욕심이 커졌어요. 괴물 신인이라는 별명에 마냥 좋아하거나, 부담을 갖기보다는 어제 공연했던 것보다 오늘 1%라도 더 좋은 공연을 보여주는 게 중요했죠. 그 생각은 지금도 같아요.”

 

‘대본대로만 해도 대배우 될 수 있다’

 

작은 누나는 동생의 공연을 매번 보러 왔는데 평가가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고 한다. 이번 ‘명성황후’ 또한 보러 왔는데 동생의 열연을 응원했다고 한다. 한 번 좋아하는 분야에 꽂히면 오기가 생겨 계속 파고드는 최우혁의 노력이 점점 무대에서 발휘되고 있다고나 할까.

 

MBN 시추에이션 드라마 ‘연남동539’에서 최우혁은 훈남 트레이너 구태영을 연기했다.(사진=MBN)

최우혁은 팬들에 대한 고마운 마음도 전했다. 괴물 신인이라는 별명도 팬들이 있기에 생겼고, 무대에 설 수 있는 기회도 팬들이 있기에 생겼기 때문.

 

“제가 아무리 노래를 열심히 해도 봐주는 팬들이 없으면 무대에 설 수 없죠. 항상 믿어주고 공연을 보러 와주는 팬들에게 정말 감사해요. 보답하는 길은 제가 열심히 공연을 하는 거죠. 아직 배울 것이 많아요. 연기를 할 때 억지로 만들어진 캐릭터가 아니라 대본에 충실하며 공감이 갈 수 있는 캐릭터를 보여주고 싶어요. 이전에 박근형 선생님이 쓴 책에서 ‘대본대로만 해도 대배우가 될 수 있다’는 내용이 기억에 남았어요. 인위적으로 멋있게 꾸미는 연기가 아니라, 대본을 제대로 이해하고 제가 맡은 배역을 제대로 보여줄 수 있는 그런 배우가 되고 싶어요.”

 

괴물 신인에서 이제 진정한 배우로 거듭나기 위한 최우혁의 행보는 이제 막 시작됐다. 뮤지컬 ‘명성황후’는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4월 15일까지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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