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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로니에공원과 대학로 일대를 이룬 ‘붉은 벽돌’의 풍경들

아르코미술관 주제기획전 ‘Unclosed Bricks: 기억의 틈’ 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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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김금영⁄ 2018.10.15 11:39:45

‘Unclosed Bricks: 기억의 틈’ 전시장 전경.(사진=한국문화예술위원회)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이하 예술위)는 올해 아르코미술관 주제기획전으로 ‘언클로즈드 브릭스(Unclosed Bricks): 기억의 틈’을 12월 2일까지 대학로 아르코미술관에서 연다. 이번 전시는 1979년 개관해 내년 40주년을 맞이하는 아르코미술관의 역사와 의미를 탐색하기 위한 자리다.

 

아르코미술관을 이루는 물리적 최소 단위인 붉은 벽돌은 오늘날 마로니에공원과 대학로 일대의 문화적 풍경을 만들어낸 원동력이면서, 우리 도시의 미시사부터 거대 서사까지 사회적 기억이 아로새긴 매개체다. 전시는 벽돌을 단순한 건축 재료가 아니라, 우리 삶과 역사와 깊숙이 관계하는 이 시대 공동성의 사회적 표상으로 인식한다.

 

참여 작가들은 벽돌의 구조와 형태를 탐구하며 새로운 텍토닉(tectonic)을 자신만의 조형 언어로 실험하거나, 이 도시에 남겨진 다양한 시공간의 틈을 자유로이 유영한다. 강서경, 권혜원, 김민애, 김영은, 전소정, ㅋㅋㄹㅋㄷㅋ 등 총 6명(1팀 포함)의 작가가 설치, 영상, 사운드, 사진, 회화 등의 장르를 통해 벽돌이 이뤄낸 도시의 구조와 누적된 기억을 다룬다.

 

전소정, ‘텔레포트는 폐쇄회로를 살해하였는가’ 스틸컷. 2018.(사진=한국문화예술위원회)

ㅋㅋㄹㅋㄷㅋ(김경란, 김도균)의 공동 작업으로 ㅋㄷㅋ은 먼저 제1전시실에서 김수근의 벽돌 건축물을 포착한 사진 시리즈를 선보인다. 하지만 정작 3차원적 입체성보다 선, 면과 같은 평면적 요소와 벽돌의 고유한 패턴과 형태를 파고든다. 이는 공간에 대한 관객의 상상과 해석을 열어줄 뿐 아니라 역사적 건축물을 현재의 감각으로 다시 바라보도록 유도한다. 제2전시실에 테이블 형태로 제작된 ‘ub.ssd.t’ 시리즈는 1960년대 이후 공업단지로 조성된 성수동 일대의 벽돌과 벽돌건물들을 조사해 지도로 제작한 작업이다. 벽돌이라는 재료와 공장이라는 용도가 만나 이룬 성수동만의 독특한 도시 구조를 파악하고, 계획도시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도시의 다층적 상황을 기록한다.

 

김민애는 건설 산업의 변화로 점차 대중들의 관심에서 멀어진 벽돌의 쓰임에 집중하면서, 전시장에서 벽돌을 본질적인 물성을 잃은 채 인테리어 장식 요소로서 소환했다. 오랜 역사를 가진 진짜 벽돌 건물 안으로 벽돌 벽지가 붙여진 스티로폼의 가짜 벽들이 재배치됐다. 설치작품 ‘클립 Clip’은 실제 벽돌이 갖는 중력을 거스른 채 표면으로만 존재하며, 이는 역으로 뒤집어진 현재의 시공간을 가늠케 한다.

 

강서경의 ‘높은, 정, 자리’는 개인의 움직임과 시선, 영역을 담는 공간이자 개인이 사회 안에서 균형을 찾아가는 시각적 프레임이다. 나무틀과 바퀴 등은 모두 스스로 기능할 수 있는 기본 단위이자 해체와 조합, 변주가 가능한 재료들이다. 서로가 만나 구조를 형성하고 더 큰 형태를 만들어 가는 과정은 마치 다른 영역과 관계하며 새로운 의미를 생산해 가는 우리의 도시와 건축을 닮았다.

 

김영은, ‘붉은 소음의 방문’. 2018.(사진=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전소정은 시인 이상의 초기 작품에 담긴 도시 서울의 근대성을 주목한다. 이상은 1930년대 근대 도시의 전차와 극장, 벽돌과 철근콘크리트 등으로 세워진 건물들을 바라보며 그의 시에서 비시적(非詩的) 기호와 새롭게 구축된 코드 체계, 투시도적 시점 등을 문학적 장치로 사용했다. 이들에 대한 분석을 시도한 전소정의 작품은 이상이 바라봤던 종로를 배경으로 독백을 시작한다. 그러나 작가는 곳곳에 장치된 CCTV 폐쇄회로 속에서 계속 피드백 되는 자신의 모습에 아찔한 현기증을 경험한다. ‘텔레포트는 폐쇄회로를 살해하였는가’는 도시에 축적된 시간에 대한 탐구이자 현재와 미래 사이에 존재하는 경이와 불안에 관한 기록이다.

 

권혜원의 3채널 비디오 ‘우리는 어딘가에 있다’는 대학로의 상징인 붉은 벽돌 건축물인 아르코미술관과 아르코예술극장(김수근 설계) 그리고 예술가의집(박길룡 설계)을 배경으로 다룬다. 그러나 작가는 이 역사적인 건축과 건축가를 신화화하기보다 지금 이 순간에도 파괴와 건설로 무분별하게 사라지고 있는 도시의 건축물을 기억하고자 한다.

 

김영은의 ‘붉은 소음의 방문’은 굴곡진 한국 근현대사에서 시대에 따라 다른 용도로 기능했던 붉은 벽돌 망루에 대한 이야기를 작업의 소재로 삼는다. 작가는 1960년대 망루를 기억하는 사람들의 목소리와 대남방송이 섞여 나오는 라디오 음, 그리고 매일 밤 울려 퍼진 사이렌 소리 등을 통해 시공간을 넘나들며 서로 다른 의미를 생산하는 붉은 소음에 주목한다.

 

권혜원, ‘우리는 어딘가에 있다’ 스틸컷. 2018.(사진=한국문화예술위원회)

예술위는 “벽돌이라는 사소한 것이 지닌 깊은 가치를 깨우치고 이 땅과 도시 위에서 계속해서 살아 숨 쉴 오늘날의 건축에 대해 또 다른 가능성을 탐구해 보고, 나아가 공공 건축물로서 아르코미술관의 사회적 기능에 대해 고민해 볼 수 있는 자리가 되리라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편 전시 연계행사로 총 2회의 대학로 건축투어가 마련됐다. 근대적 도시 구조가 형성된 1920년대 이후 대학로의 건물들인 공업전습소 본관, 예술가의집, 아르코미술관, 아르코예술극장, 샘터 사옥 등을 중심으로 시간을 초월한 건축물 간의 대화를 살핀다. 행사에 대한 자세한 내용과 예약안내는 예술위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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