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황인란의 여덟 번째 개인전 ‘영혼의 집’이 인사동 갤러리그림손에서 4월 3~16일 열린다. 전시는 3년 동안 작가가 그린 신작 15점을 선보인다.
황인란은 3년 전 ‘영원과 하루’전에 이어 줄곧 물감과 연필을 꼼꼼하게 덮고, 전통적인 원근법에서 벗어나는 작업을 이어 왔다. 성실한 그리기와 묘사로 환상적인 고요와 적막의 정서를 화면에 드러냈다. 평론가 박영택은 작품에 “성실하고 극진한 공력이 희생처럼 얹혀져 있다”고 보고 이를 “작가의 성정에서 출현하는 그림이자 자신이 설정한 생의 원칙에서 나오는 그림”으로 평가한다.
그림에 등장하는 여인의 시선은 어디론가 향하고 있다. 낮게 내리깐 그 눈은 세상의 여러 풍파를 초월한 듯 조용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약하거나 비굴해보이지는 않는다. 오히려 도도하고 반듯해 보인다.
평론가 박영택은 전시 소개글을 통해 “식물성과 동물성, 지상에 저당 잡힌 존재와 자유로운 비상의 존재, 화려한 꽃의 자태와 기하학적인 옷의 패턴, 뜨거운 색과 차가운 색, 물감과 연필 등 황인란의 화면은 다분히 이원적인 요소들 간의 길항과 긴장감이 팽팽하다”며 “그것은 순간 흔드는 것은 여자의 눈/눈빛과 그에 어울리는 표정”이라고 짚었다.
이어 “저 눈빛과 시선은 특정 대상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피하는 시선이거나 모든 것으로부터 초월하고자 하는 시선과도 같다. 낮게 내려 깐 눈이거나 슬쩍 감은 듯한 혹은 어딘가를 응시하지만 실은 아무것도 보지 않은 그런 눈”이라며 “생각이 너무 많은 눈이거나 외부에 의해 견인되는 것을 두려워하는 눈빛, 아니면 오로지 자신의 내면으로 침잠하는 가늠하기 곤란한 시선”이라고 덧붙였다.
갤러리그림손 측은 “도덕적인 선함을 이미지로 추구하는 황인란 회화의 엄격함과 반듯함은 종교적 수행과 맞닿아 있다”며 “이미지의 비현실성, 혹은 환상성이 돋보인다. 전시 주제는 남아메리카의 마법적 리얼리즘을 따라 이사벨 아옌데의 소설 제목에서 가져왔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