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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오고 못 배길걸 ④] “더 고급스럽게”…명품과 예술의 만남이 꾸린 ‘신세계’

아트 스페이스 성과에 고급 매장 입점도 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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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688호 김금영⁄ 2020.11.14 09:01:51

코로나19로 일상화된 언택트(untact, 비대면) 문화는 유통업계 전반 마케팅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 집밖에 잘 나오지 않는 소비자를 겨냥한 온라인 마케팅이 강화된 것. 하지만 기존 좋은 터에 큰 상가 건물을 둔 대형 유통업체는, 이를 그냥 내버려둘 수 없는 입장이다. 그렇기에 장기적 관점에서 매장으로 소비자의 발걸음을 다시 끌어들이기 위한 적극적인 오프라인 마케팅 또한 절체절명의 과제가 됐다.

기존 ‘매장 = 상품을 파는 곳’ 공식에서 더 나아가 매장에 도서관을 지어 책을 볼 수 있게 하고, 예술 작품을 볼 수 있는 전시를 기획하거나, 반려견과 함께 방문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는 등 매장을 색다른 콘텐츠를 접할 수 있는 공간으로 변화시켜 소비자를 끌어들이려는 노력이 다각도로 펼쳐지고 있다. 그 움직임에 주목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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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서 상호 작용하는 작품의 매력

 

신세계프라퍼티는 스타필드 하남에서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액트:ACT]’ 전시를 진행했다. 사진 = 신세계프라퍼티

“전시 보러 백화점 가자.”

이젠 이상하지 않은 말이다. 부캐(부캐릭터)로 ‘갤러리’가 언급될 정도로 신세계그룹은 매장에 예술 작품을 적극적으로 선보이면서 더불어 고급 매장 입점까지 힘을 쏟고 있다. 기존의 매장에 보다 품격과 활력을 불어넣으려는 움직임이다.

10월 다채롭게 물든 단풍과 함께 신세계프라퍼티는 스타필드 하남을 문화의 빛깔로 물들여 눈길을 끌었다. 신진 작가 발굴 및 고객과의 소통의 장을 취지로 경기도와 함께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액트:ACT]’ 전시를 연 것. 신세계프라퍼티 측은 “스타필드 하남과 경기콘텐츠진흥원이 참신한 미디어, 아트, 테크놀로지 기업 및 크리에이터를 지원하는 데 뜻을 모아 전시가 성사됐다”고 밝혔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액트:ACT]’ 전에 작품이 설치된 모습. 사진 = 신세계프라퍼티

전시작은 경기도와 경기콘텐츠진흥원이 지원한 ‘2020 문화기술 공공 콘텐츠 제작 지원사업’에서 선정된 작품들로 이뤄졌다. 기후변화 등 공공사회 문제 해결이 주요 주제였다. 스타필드 하남의 넓은 공간은 예술 공간으로 활용됐다. 22m 높이의 미디워 타워, 메인 공간인 센트럴 아트리움 등 총 5개의 공간과 매체가 지원됐다.

특히 이번 전시는 작품과 관객과의 상호 작용이 특징이었다. 대표적인 예로 고객 참여에 따라 반응하는 키네틱 아트 작품 ‘메시지 트리’가 트레이더스 아트리움에 설치됐다. 센서가 고객의 움직임을 감지하면 잎사귀들이 살아있는 생명체처럼 움직였고, 특정 관객 수가 감지되면 힘찬 군무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그야말로 현장에서 함께 호흡할 때 비로소 매력이 극대화되는 작품들이었다.

이밖에 미디어아트, 증강현실 등 다양한 문화기술 콘텐츠를 감상할 수 있는 작품이 전시됐다. 센트럴 아트리움의 파노라마 스크린과 미디어 타워엔 환경보호 메시지를 담은 3D 미디어 아트 콘텐츠 ‘내일의 바다’가 송출돼 실제 바닷속을 들여다보는 듯한 느낌을 전했다. 신세계프라퍼티 측은 “코로나19 장기화로 지친 고객들 역시 새로운 형태의 문화 작품을 관람하며 힐링하는 기회가 됐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아트 스페이스를 주요 콘셉트로 3층 매장 리모델링을 거친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외관. 사진 = 김금영 기자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전시를 비롯해 신세계에는 올해 예술의 바람이 꾸준히 불었다. 앞서 지난 8월 강남점 리뉴얼을 통해 명품 매장을 아트 스페이스로 변신시키며 예술 콘텐츠 강화의 불씨를 당겼다. 신세계는 1966년 백화점 본점에 상설 전시장을 개관한 뒤 이후 광주, 인천, 대구 등지의 백화점 공간을 활용해 예술 작품 전시를 이어온 바 있다. 이 와중 이번 리뉴얼은 주요 테마로 ‘쇼핑’과 ‘아트’를 내세우며 대대적으로 아트 스페이스로 거듭남을 강조해 기대를 모았다.

특히 아트 스페이스는 백화점 내부에 따로 전시 공간을 마련하는 기존의 방식에서 변화를 시도했다. 고객 라운지, 매장과 매장 사이, 엘리베이터 앞 등 최대한 기존 쇼핑 공간에 작품을 배치시키면서 고객과의 접근성을 높였다. 이에 기존 백화점을 자주 방문하던 고객의 관심이 자연스럽게 예술 작품으로 이어졌고, 신세계백화점은 ‘문화 예술의 공간’이라는 긍정적인 이미지를 공고히 하는 효과를 이뤘다.

예술이 이끈 이미지 고급화에 고객 발걸음도 ‘쑥’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은 명품 매장 사이 곳곳에 예술 작품을 전시해 놓았다. 사진 = 김금영 기자

전시는 이벤트성의 단기적 형태로 끝나지 않고 현재 진행형이다. 명품 매장들이 위치한 1050평 규모에 기존 구축돼 있던 신세계그룹의 폭넓은 소장품, 그리고 전시를 위해 새롭게 접촉한 신진 작가의 작품이 상설 전시의 형태로 배치된다. 전시 중간에 작품이 판매되거나 새로운 작가가 섭외되면 새로운 작품 재배치가 이뤄지는 형태다. 전시는 신세계그룹 본사의 미술관팀이 기획했으며, 백화점 갤러리 현장엔 도슨트가 상주한다. 그렇기에 매장 공간에 대한 이해가 높아 적재적소에 작품을 배치했다.

매장으로 예술 끌어들이기에 대한 현재까지의 반응은 긍정적이다. 신세계백화점에 따르면 아트 스페이스에 대한 고객의 관심이 늘어나면서 기존 설치했던 120여 점에서 2배 이상 작품 수가 늘었다. 전시 참여 작가로는 회화 분야에서 김미영, 김영세, 김혜나, 김환기, 박경아, 버넌 피셔, 서정빈, 양홍규, 윤향로, 전현선, 차규선, 허명욱, 허우중이 있다. 사진 분야 작가로는 김대수, 민병헌, 엘리엇 어윗, KDK 등이 있으며, 조각 작품은 마크 스완슨 등이 참여했다.

 

회화, 사진, 오브제, 조각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이 상설전 형태로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에 전시된다. 사진 = 김금영 기자

신세계백화점에 따르면 미술 작품 및 아트 오브제는 10월까지 총 28점이 판매됐고, 11월 현재는 아트 스페이스를 처음으로 선보인 8월과 비교해 작품 매출액이 약 5배 상승했다. 특히 회화 작품과 고미술품에 대한 문의가 많았으며, 상대적으로 크기가 작은 소품 및 오브제는 판매가 꾸준했다. 여기에 김환기, 이우환, 김종학의 리미티드 에디션 프린트까지 합리적인 가격대의 작품도 마련하며 고객층 확대에 나서고 있다. 신세계갤러리 김신애 수석 큐레이터는 “쇼핑 공간에서 품격 있는 경험을 누리는 데 가치를 둔 고객들의 관심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고급스런 작품의 이미지는 매출 면에서 명품 매장과의 시너지 효과도 이뤘다. 강남점 리뉴얼 후 한 달 동안(8월 21일~9월 20일) 명품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7.1% 신장했다. 특히 장기화되고 있는 코로나19 사태로 외부 활동을 꺼려하는 사람들이 많아진 가운데 눈길을 끄는 성과였다. 신세계백화점 측은 “고객들의 피드백이 대체적으로 긍정적이었다. 갤러리인지 백화점인지 헷갈릴 정도로 독특한 이 공간에서 쇼핑하는 것에 만족하는 고객이 많았다”며 “‘옷 하나를 사도 예술작품을 소비하는 듯한 기분이 든다’는 반응도 있었다”고 밝혔다.

 

신세계는 기존 전문 기획전을 선보여 온 신세계갤러리도 꾸준히 운영하며 예술 콘텐츠를 활발하게 제공하고 있다. 사진은 신세계갤러리 본점. 사진 = 신세계백화점

관련해 김신애 수석 큐레이터는 “백화점이라는 공간의 특성상 다양한 고객이 방문한다. 기존 백화점 고객이 쇼핑을 위해 방문했다가 작품에 흥미를 보이기도 하고, 미술 애호가가 전시 관람을 목적으로 매장에 오기도 한다”며 “판매와 맞물려 꾸준히 아트월을 재배치하는 등 상설 전시를 이어가면서 고객에게 예술 감성이 어우러진, 차별화된 쇼핑 경험을 제공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아트 스페이스뿐 아니라 기존 전문 기획전을 선보여 온 신세계갤러리도 꾸준히 운영하며 예술 콘텐츠를 활발하게 제공하고 있다. ▲대구 신세계갤러리는 오세열 작가의 개인전 ‘기억의 저편’(10월 30일~11월 23일) ▲광주 신세계갤러리는 ‘제21회 광주신세계미술제 선정 작가전’(10월 27일~11월 17일) ▲신세계 센텀시티점은 이태호 작가의 개인전 ‘긴 여로의 우리는 하나의 과정이자 끝맺음일 뿐’(10월 22일~11월 29일) ▲신세계 본점은 ‘타임리스’전(6월 28일~12월 19일)을 선보이고 있다.

 

현재 신세계갤러리 본점에서 열고 있는 ‘타임리스’전 현장. 사진 = 신세계백화점

 

예술·명품 매장이 만든 ‘고급’ 공간

 

예술 작품과 어우러져 있는 분더샵 미뗌 바우하우스 팝업 스토어 현장. 사진 = 신세계백화점

단순 예술 작품 설치에서 한 발 더 나아가 매장 입점에도 힘을 기울이고 있다. 아트 스페이스의 고급 예술이 명품 매장과 조화를 이루며 이미지 상승효과를 이뤘듯 고급 브랜드 매장 입점을 보다 적극적으로 전개하고 있는 것. 10월 아트 스페이스 공간 마련 시기와 맞물려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에 보테가베네타의 의류 전문 매장을 오픈했고, 로에베, 알렉산더 맥퀸 단독 매장 등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도 신규로 입점 시켰다. 이에 따라 140여 개의 해외 유명 디자이너 브랜드를 백화점 매장에서 만날 수 있게 됐다.

여기에 국내에 소개되지 않은 브랜드를 소개하는 ‘분더샵 스테이지’를 패션 편집숍인 신세계 분더샵을 통해 전개했다. 2000년 문을 연 분더샵은 럭셔리 패션 브랜드의 팝업(임시 매장)을 잇달아 열어 왔다. 분더샵은 스테이지 마련과 더불어 10월 말 청담 N관 지하 1층에서 ‘웨이브렛’ 팝업 스토어도 열며 라이프스타일로 영역을 확장했다. 웨이브렛은 1940~1960년대 가구와 조명, 포스터 등을 소개하는 온라인 인테리어 편집숍으로, 이번 팝업 스토어에선 모던 가구의 대명사로 불리는 허먼 밀러의 임스 체어 특별전을 통해 빈티지 가구를 선보였다. 희소성 있는 다양한 의자 150여 개를 35만~95만원 대에 마련했다.

 

LF 불리1803 루브르 컬렉션 제품(왼쪽)과 사모트라케의 니케 조각상 앞 8명의 조향사들 이미지. 사진 = LF

같은 달 청담 S관 1층에서는 ‘미뗌 바우하우스’ 팝업 스토어도 진행했다. 1919년 독일에서 시작해 1933년까지 생산된 오리지널 바우하우스와 그 계보를 잇는 가구 및 조명, 도자기 제품을 선보인 자리였다.

6월엔 프랑스 뷰티 브랜드 ‘불리’와 루브르 박물관이 컬래버레이션한 디퓨저 등을 소개했고, 8월엔 ‘아포테케’의 인센스, 디퓨저 등을 준비한 팝업을 진행했다. 특히 불리의 제품은 루브르 박물관의 대표 소장품들을 향기로 재탄생시킨 콘셉트로, 예술적 가치를 구현한 향으로 주목받았다. 이밖에 국내외에서 독특한 안경 제품을 소개해온 ‘오르오르’의 팝업 스토어를 지난 5월 진행하며 목표 매출 대비 20%를 초과하는 실적을 기록하기도 했다.

 

지난 7월 루이비통 남성복 아티스틱 디렉터이자 건축가, 패션 디자이너로 활동 중인 버질 아블로가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에서 팝업 스토어를 진행했다. 사진 = 신세계백화점

이에 명품 브랜드 측에서도 신세계 매장 입점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지난 7월엔 루이비통 남성복 아티스틱 디렉터이자 건축가, 패션 디자이너로 활동 중인 버질 아블로가 국내에 첫 진행하는 팝업 스토어를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에서 진행해 화제가 됐다. 당시 신세계백화점은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은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들이 아시아시장을 겨냥해 신상품을 가장 먼저 소개하는 무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며 “럭셔리 백화점으로서의 입지를 확고히 할 방침”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기업 이미지 고급화로 고객의 발걸음을 끌어들이는 전략은 계속될 전망이다. 신세계백화점 측은 “매장에 해외 패션관 등을 마련하고 국내외 유명 작가들의 작품과 함께 새로운 공간으로 재탄생한 후 고객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며 “앞으로도 고객의 수요에 발맞춰 빠르게 변화하는 쇼핑 공간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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