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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이슈] 두산아트센터가 접근하는 ‘지역’은?

‘두산인문극장 2025’, 지역 주제로 강연·공연·전시 풀어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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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김금영⁄ 2025.04.08 09:35:43

'두산인문극장 2025: 지역' 제작발표회 현장. 사진=김금영 기자

두산아트센터가 올해 ‘지역(LOCAL)’을 들여다본다. 상반기 통합 기획 프로그램 ‘두산인문극장’을 통해서다. 두산아트센터가 2013년부터 진행해오고 있는 두산인문극장은 과학적·인문학적·예술적 상상력이 만나는 자리로 다양한 분야의 관점으로 동시대를 살펴보는 프로그램이다.

▲빅 히스토리: 빅뱅에서 빅데이터까지 ▲예외 ▲모험 ▲갈등 ▲이타주의자 ▲아파트 ▲푸드 ▲공정 ▲Age(나이, 세대, 시대) ▲권리 등 매년 다른 주제로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 현상에 대한 질문을 던져 왔는데 올해 주제는 ‘지역’으로 7월 12일까지의 여정을 시작했다.

‘지역’이 지닌 수많은 정의와 이로 인해 생기는 문제들

'두산인문극장 2025: 지역' 포스터 이미지. 사진=두산아트센터

두산인문극장은 왜 ‘지역’에 주목했을까. 두산인문극장 공동기획자이자 이음 대표인 주일우는 “약 2년 전부터 주제 선정에 들어간다. 따라서 짧게 관심 받았다가 사라지는 휘발성 주제가 아니라, 2년의 시간이 지난 뒤에도 여전히 의미 있는 주제일 것인지가 중요하다”며 “지역은 단지 2년뿐 아니라 과거부터 현재까지 한국 사회에서 심각해지고 있는 문제 중 하나”라며 주제 선정 배경을 설명했다.

그렇다면 두산인문극장이 말하고자 하는 ‘지역’은 무엇일까. 주 대표는 “지역엔 여러 정의가 있다. 지리적인 면에서 다른 곳과 구별되는 지표상의 공간적 범위를 말하기도 하지만, 이것이 지역의 전부가 아니다. 지역은 다양한 자연·인문 환경으로 구성되고, 그에 따라 고유적인 지역성을 가진다”며 지역이 지닌 다양한 의미를 설명했다.

두산인문극장 공동기획자이자 이음 대표인 주일우. 사진=두산아트센터

이 중 두산인문극장이 집중적으로 살펴보고자 하는 것은 사람들이 각기각색의 관점으로 지역에 접근할 때 생기는 문제점이다. 특히 ‘다름’이 아닌 ‘쏠림’으로 인해 일어나는 문제에도 주목한다. 주 대표는 “우리는 모든 것에 있어 중심을 향해 가려 하는 습성이 있다. 이는 지역 문제에도 해당한다. 서울이 모든 것을 끌어들이는 상황이 만들어지면서 지역엔 초저출산을 비롯해 사회, 경제적으로도 어려운 문제에 직면했다”며 “중심에서 벗어난 것이 소외나 차별, 심지어 소멸이라는 현상과도 연결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또한 각 지역마다의 고유성이 있는데, 이를 정체성과 공동체를 구성하는 거대한 유기체로도 이야기할 수 있다. 각 고유성을 지나치게 서로 강조하는 과정에서 팽팽한 긴장감이 형성되기도 한다”며 “두산인문극장은 이렇듯 지역이 만들어진 300만 년 전부터 현재까지 끊임없이 변화해 온 지역을 다양한 관점으로 들여다보고, 우리가 지역의 중심을 잡고 함께 조화로운 상태로 나아갈 수 있는지 고민해보고자 한다”고 말했다.

역사·경제·문화·사회 전문가가 펼치는 ‘지역’ 주제 강연

'두산인문극장 2024: 권리' 강연 전경. 사진=두산아트센터

두산인문극장은 총 공연 3편, 전시 1편, 강연 8회로 구성된다. 먼저 8개의 강연으로 시작한다. 강연을 통해 역사, 경제, 문화, 사회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가 한국 사회 속 지역과 당면한 지역 문제들을 살펴본다.

▲4월 7일 첫 강연은 윤신영(과학기자, 과학잡지 ‘에피’ 편집위원)이 ‘1만 년의 고독: 인류의 이동과 지역의 탄생’을 주제로 진행했다. 지금, 우리의 지역은 어디이고 그와 대비되는 메트로폴리스는 어디인지 윤신영 기자는 300만 년 전으로 돌아가 그때의 지역과 메트로폴리스를 살펴봤다. 인류는 오랜 시간에 걸쳐 탄생과 멸종을 거듭해 왔고 그 과정에서 각기 다른 공간으로 확산, 이동해 왔다. 과연 지금은 과거와 어떤 부분이 다르고 어떻게 변화했는지 지역의 개념과 함께 들여다봤다.

▲4월 14일 두 번째 강연은 ‘조선 후기 국토의 발견과 살 곳의 모색’을 주제로 안대회(성균관대학교 한문학과 교수)가 진행한다. 안대회 교수는 18세기 중엽에 등장한 이중환의 ‘택리지’를 중심으로 조선 후기 지역 이해의 사유와 실상을 살펴볼 예정이다. 당시에는 국토를 새롭게 이해하려 노력하였는데, 다양한 조건을 고민하며 각 지역이 지닌 유불리를 계산했다고 한다. 조선 후기에는 어떤 관점으로 지역을 바라봤는지 살펴본다.

▲4월 21일 세 번째 강연은 ‘지역과 우리, 나의 영토성: 이주와 정체성’을 주제로 신혜란(서울대학교 지리학과 교수)이 진행한다. 이 강연에서는 ‘지역’이 가진 본질적인 관계성, 정체성에 대한 의미에 대해 다룬다. 이동, 이주를 ‘지역’, ‘우리’, 그리고 ‘나’의 정체성 정치라는 측면에서 살펴본다. 정체성이 단일하고 안정적으로 고정된 것이 아니라 다중적이고 흔들릴 수 있음을 인정하고, 지역이 이러한 다양성의 장소 만들기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는 점을 함께 고찰한다.

▲4월 28일 강연은 ‘저출산, 설명할 수 없는 명백한 현상’이라는 주제로 임동근(도시지리학자, 한국교원대학교 연구원)이 진행한다. 현재 우리 사회의 큰 이슈인 ‘저출산/저출생’은 지역과 어떤 연관이 있을까? 강연에서는 전 세계적인 저출산/저출생 현상을 학자들이 어떻게 설명하는지, 특히 한국에서는 수도권 집중과 어떻게 연관되는지 살펴보며 우리의 미래를 생각해 본다.

이어서 다음 강연은 6월 9~30일 매주 월요일마다 진행한다. 박찬일 셰프의 ‘로컬푸드와 장소 정체성’, 양승훈 경남대학교 사회학과 교수의 ‘지역 청년이 겪는 수도권 바깥에서 먹고 살기’, 이정우 경북대학교 경제통상학부 명예교수의 ‘서울 공화국이냐 균형발전이냐’, 조문영 연세대학교 문화인류학과 교수의 ‘지방소멸의 시간들’ 강연이 이어진다.

공연, 공동제작 등의 시도도 눈길

연극 '생추어리 시티' 이오진 연출. 사진=두산아트센터

공연은 총 3편이 진행된다. 포문을 여는 연극 ‘생추어리 시티’(Sanctuary City, 작 마티나 마이옥, 번역 유은주, 연출 이오진)는 이민자로서의 삶, 성정체성, 불법 체류의 위험 등 다양한 불안 속에서 젊은이들이 겪는 갈등과 방황을 다룬다. 살고 있으나 속해 있지 않은 지역에서 자신의 존재를 인정받으려 분투하는 인물들을 통해 인간이 인간답게 존재할 수 있는 곳은 무엇인지 질문을 던진다.

이오진 연출가는 “해당 작품은 20년 전 미국을 배경으로 쓰였지만, 2025년 한국을 살아가는 외국인의 상황과도 크게 다르지 않다. 먼 과거, 전혀 다른 지역의 이야기가 아니라, 지금 우리가 속한 이 세계의 이야기와 연결된다”고 말했다.

두산아트센터 남윤일 공연 프로듀서(왼쪽), 연극 '엔들링스' 이래은 연출. 사진=두산아트센터 

연극 ‘엔들링스’(Endlings, 작 셀린 송, 번역 조은정·임지윤, 연출 이래은)는 영화감독 겸 극작가 셀린 송의 대표작으로 한국에 살고 있는 노년 해녀들과 지구 반대편의 미국에 살고 있는 극작가 하영의 이야기를 다룬다. 인간과 지역의 다양한 정체성이 어떻게 상호작용하고, 때로는 충돌하며 삶을 형성하는지 보여준다.

특히 엔들링스는 지역을 주제로 하는 이번 두산인문극장의 취지와도 걸맞은 시도를 해 눈길을 끈다. 대전예술의전당, 제주아트센터와 협력하여 공동제작한 것. 공연은 서울 초연을 시작으로 대전과 제주 지역에서도 관객을 만날 예정이다.

두산아트센터 남윤일 공연 프로듀서는 “공동제작의 형태는 다양한데, 이번엔 파트너십을 기반으로 서로 알아가는 공동제작의 형태를 취한다. 대전예술의전당과는 앞서 협업 경험이 있어 서로의 공감대도 있다”며 “국공립단체과 민간기업이 손발을 맞추는 과정은 예산 문제부터 기획 과정까지 쉽지 않다. 이번 작품을 통해 그 교류를 쌓아가는 과정을 거쳤다. 두산아트센터가 리드 프로듀서 역할을 담당했다”고 설명했다.

작품 연출과 관련해서 이래은 연출가는 “너무 당연하고 익숙한 것들을 다르게 감각하고 다른 관점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가장 필요한 시대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다른 감각의 전환을 유쾌하게 풀어보려고 한다”며 “공연을 보며 많이 웃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뮤지컬 '광장시장' 이소영 연출(왼쪽), 전시 '링잉사가'의 장혜정 큐레이터. 사진=두산아트센터

마지막 작품인 ‘광장시장’(작 윤미현, 작곡 나실인, 연출 이소영)은 광장시장과 종로 5가 일대를 배경으로 이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풀어낸 창작뮤지컬이다. 시장에서 삶의 터전을 잡은 외국인 노동자 아응과 시장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환대의 공간이 만들어지고 변화하는 모습을 들여다본다.

이소영 연출가는 “광장시장은 밀접하고, 다채롭고, 역동성이 있으며, 동시에 유기적으로 흘러가는 독특한 공간”이라며 “이런 요소들을 뽑아 뮤지컬 음악과 대사 속에 잘 아우르려 한다. 엄청 독특하고 역동적인 공연이 될 것이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전시로는 ‘링잉 사가’(Ringing)가 마련된다. 해당 전시는 두산갤러리에서 6월 4일부터 7월 12일까지 열린다. 전시는 두산아트센터가 위치한 종로에 주목하는 것으로 시작해 도시라는 거대한 구조를 들여다본다. 종로를 둘러싼 기존의 인식과 정보를 탈각시키고, 보다 직관적인 감각으로 재편하는 방법을 모색한다. 구동희, 김보경, 안진선, 이유성, 홍이현숙 작가가 참여하며 종로의 각기 다른 곳을 배경 삼아 자신만의 지도를 그리고, 새로운 도시 풍경을 만든다.

두산갤러리 장혜정 큐레이터는 “종로는 종이 있는 거리라는 데서 이름 붙여졌다고 한다”며 “지금은 종소리가 매일 들리지 않지만 ‘링잉’이라는 단어를 다시 호출하면서 동시대적인 종소리가 종로라는 공간 안에 어떻게 다시 울려 퍼지고 있는지 함께 전시를 통해 살펴보려 한다”고 말했다.

두산아트센터 강석란 센터장. 사진=두산아트센터

두산아트센터 강석란 센터장은 “인간과 사회에 대한 생각을 나누는 장인 두산인문극장엔 11년 동안 프로그램 159편이 있었고, 관람객 11만명이 다녀가며 함께 의견을 나눴다”며 “두산인문극장은 우리가 함께 살아가는 시대에서 어떤 주제로 우리의 모습을 바라보고 같이 이야기할 것인가를 항상 고민해왔다. 올해도 그 활발한 장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두산인문극장은 관객 접근성 향상을 위해 다양한 접근성 사항을 제공한다. 강연은 실시간 한글자막을 제공하며 전시는 음성소개를 별도 제공한다. 공연은 수어통역, 한글자막해설, 음성해설, 터치투어 등을 제공하며 각 공연별 제공사항이 다르다. 강연과 전시는 무료로 진행하며, 강연은 두산아트센터 홈페이지에서 사전 예약이 필요하다. 공연은 두산아트센터 홈페이지와 인터파크 티켓에서 구매할 수 있다.

두산연강재단 두산아트센터는 두산 창립 111주년을 기념해 2007년 새롭게 문을 열었다. 연강홀, Space111, 두산갤러리에서 다양한 공연과 전시를 선보이며 각각의 장르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젊은 예술가들의 새로운 시도를 응원하며 지원하고 있다. 매년 공연, 전시, 교육 등 총 40여개 프로그램으로 관객들과 만나며 2023년에는 백상예술대상 ‘백상 연극상’, 2019년 동아연극상 ‘특별상’, 2013년 대한민국연극대상 ‘예술문화후원상’, 대한민국 디지털경영혁신대상 콘텐츠 대상(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 2011년 메세나 대상 ‘창의상’ 등을 수상했다.

'두산인문극장 2025: 지역' 제작발표회 현장. 사진=김금영 기자

< 문화경제 김금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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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아트센터  두산인문극장  전시  공연  강석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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