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영⁄ 2025.08.28 15:56:32
제일약품의 신약 개발 전문 자회사 온코닉테라퓨틱스가 자체 개발 신약의 성공적 출시를 통해 글로벌 시장 진출에 적극 나서고 있다.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자큐보‘의 국내외 매출이 순조롭게 상승하고 있는 가운데, 차세대 항암 신약 ’네수파립‘도 출시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첫 신약 ‘자큐보’ 개발 성공
온코닉테라퓨틱스(대표 김존)가 개발한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자큐보(성분명 자스타프라잔)’는 지난해 4월 식품의약품안전처(MFDS)의 허가를 받아 국내 37호 신약으로 등재됐다. 국내 개발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로는 테고프라잔, 펙수프라잔염산염에 이어 세 번째다.
기존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인 PPL(프로톤 펌프 억제제)은 약효 발현이 느리고, 야간 위산분비 억제가 제한적이며 복용시간 제약이 있다는 한계가 있었지만, 최근 등장한 P-CAB(칼륨 경쟁적 위산분비 억제제) 계열은 빠른 약효 발현과 긴 지속 시간이 특징이다. P-CAB 계열 신약인 자큐보정은 야간에도 위산 억제 효과가 유지되고 식사와 관계없이 복용할 수 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의약품 시장조사기관 유비스트(UBIST)에 따르면, 자큐보 정은 2024년 4분기 33억 원, 2025년 1분기 67억 원의 처방 실적을 기록하며 출시 6개월 만에 누적 처방액 100억 원을 돌파했다. 이에 힘입어 개발사 온코닉테라퓨틱스는 올해 상반기 매출 186억 원, 영업이익 27억 원을 달성해 첫 반기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자큐보 정의 가파른 성장세와 온코닉테라퓨틱스의 실적 개선은 제일약품이 기술수출 중심의 전통 강자에서 신약 개발의 새로운 주자로 자리매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온코닉 항암 파이프라인…첫 주자 ‘네수파립’
자큐보의 성공을 발판으로 온코닉테라퓨틱스는 차세대 항암 신약 ‘네수파립(Nesuparib)’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네수파립은 DNA 복구에 관여하는 효소인 파프(PARP)와 세포 성장·분열을 조절하는 효소 탄키라제(Tankyrase)를 동시에 억제해 암세포의 성장과 회복을 차단하는 이중표적 항암제다.
현재 온코닉테라퓨틱스는 자궁내막암을 대상으로 네수파립의 임상 2상을 진행 중이며, 진행성·전이성 췌장암 대상 임상 2상 시험계획(IND)을 식품의약품안전처(MFDS)에 제출해 두 번째 신약 파이프라인 확장에 집중하고 있다.
네수파립은 글로벌 규제기관으로부터 희귀의약품 지정을 연이어 받으며 개발 가능성을 인정받고 있다. 2021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췌장암 치료제 후보로 희귀의약품 지정을 받았으며, 한국 식약처에서도 개발단계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됐다. 이어 올해 3월에는 미국 식품의약국에서 위암·위식도접합부암에 대한 추가 희귀의약품 지정을 획득했다.
국내외 협력도 확대하고 있다. 7월에는 셀트리온과 난소암 공동연구 계약을 체결하며 췌장암과 난소암 등 희귀암 영역으로 연구범위를 넓혔다. 이를 통해 온코닉테라퓨틱스는 자큐보에 이은 두 번째 성장동력으로 네수파립의 육성과 글로벌 항암제 시장 진출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자큐보 기술 수출…글로벌 신약 입지 강화
온코닉테라퓨틱스는 위식도 치료제에서 항암 신약으로 파이프라인을 확장하며 국내 항암 신약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우는 동시에 기술 수출을 통해 한국 제약의 글로벌 경쟁력을 입증하고 있다.
2023년 4월 온코닉테라퓨틱스는 중국 리브존제약과 P-CAB 신약 ‘자스타프라잔(국내 제품명 자큐보)’에 대한 중화권 독점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다. 같은 해 11월 리브존제약은 중국 임상 3상 시험계획(IND) 승인을 받은 뒤 7개월 만에 임상을 완료하고 중국 국가약품감독관리국(NMPA)에 품목허가신청을 제출하며 자큐보의 첫 해외 진출에 성공했다.
이후 2024년 5월 인도 제약사, 9월 멕시코 라보라토리 샌퍼와 잇따라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하며 시장을 넓혔다. 같은 해 5월에는 스웨덴 제약사와 북유럽 5개국(스웨덴, 노르웨이, 덴마크, 핀란드, 아이슬랜드) 유통·판매 계약을 맺으며 유럽 진출에도 속도를 냈다.
한편, 일각에서는 자큐보 판매 증가로 온코닉테라퓨틱스의 매출 구조가 개발 제품 중심으로 전환되면서 실적 변동에 따른 위험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제일약품은 자큐보의 글로벌 시장 확대를 통해 안정적 수익 기반을 강화하고 제품 판매 중심 포트폴리오로 전환해 장기적인 성장 동력을 확보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제일약품 관계자는 “국산 신약 자큐보는 현재 중국을 포함해 26개국에 진출했고 앞으로도 글로벌 시장 확대에 속도를 낼 계획”이라며 “네수파립은 MSD의 키트루다, 셀트리온의 베그젤마와 병용요법을 통해 다양한 적응증에서 임상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만큼 R&D 선순환 구조 속 차세대 PARP 치료제로 자리매김할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문화경제 한시영 기자>